줄곧 주택에 살다 아파트에 산 지 벌써 5년 차.
가장 큰 변화는 엘리베이터와 층간소음의 직접적 영향이지 않을까 싶다.
이사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일이다. 거실 소파에 누워 한가로이 쉬고 싶었다.
근데 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 등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거렸다.
그때 알았다. 말로만 듣던 층간 소음이 이거였구나.
이사오기 전 아빠와 함께 페인트 작업 할 거 하고 중화요릿집을 찾던 중
엘리베이터 안에 광고로 이미 눈에 들어온 집이 한 군데 보였다.
바로 전화를 걸었고, 집 주소를 말하며 주문했다.
근데 중화요리 집의 답변에 놀랐다.
“ 어? 거기 이사 왔나 보네요.”
순간, ‘전에 살던 사람이 중국집을 좋아해서 이사 간 것도 아는구나’하고 가볍게 넘기려 했다.
이 말을 듣기 전까진
“ 사실, 그 집 위에 우리 아들이 살아요. 우리 손자가 어려서 별난데 잘 좀 봐줘요. “라는 말이었다.
아직 이사 오기 전이었는데
층간 소음이 날 수도 있겠다고 인지한 날이라 뭔가 찜찜함도 동시에 왔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우린 이사를 왔다.
‘며칠 전 통화에서 사실 얼마나 별나길래, 그렇게 말했을까.‘하며 다시 떠올랐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아이는 할머니가 전한 말보단 얌전했고, 보호자도 예의 바르신 분들이었다.
그리고 괜찮다고 전했지만
매번 명절이나 특별한 날 현관문에 선물을 두고 가셨고,
그 안엔 항상 죄송하다는 손으로 적은 쪽지가 함께 들어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우리 집에도 소중한 조카가 태어났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아이는 특히나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아마도 위층도 그러했을 것이다.
늘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머쓱한 듯
“이모에게 죄송하다고 말해야 할 거 같아.”라고 전했으니까.
시간이 지나니 또 보였다.
위층아이의 엄마와 언니의 모습이 닮아있음을.
누군가의 보호자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그러던 어느 날 위층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는 것.
한 번씩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한 적이 있었고, 나와 반대로 아이들의 성장속도는 빨랐다.
정신없는 아침,
출근을 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위층의 숫자가 엘리베이터에 잠시 멈춰있다 이내 우리 집으로 내려온다.
예상한 대로 위층 아이가 혼자 타고 있었다.
이번 달에는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어서 대화를 잠깐 했었다.
그 대화의 내용은
학교 다니는 건 재미있고, 혼자서 빵도 구워 먹을 수 있고, 소풍 가는 날 엄마께서 일찍 일어나 만들어 준 도시락이 너무 좋았고, 컴퓨터 타자 관련 이야기 등으로
항상 씩씩하면서 기분 좋은 표정으로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1층으로 내려와 갈림길에서 헤어질 때면
“이모,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요.”라고 말해주곤 했다.
근데 며칠이 지나 오늘은 뭔가 달랐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의 남자아이가 맞나 싶은 말을 했다.
“이모, 제가 사과를 드려야 할 거 같아요. 요즘 동생이 말을 안 들어요. 뛰어다니면 안 돼해도 뛰어요.
이웃 관계에서도 지켜야 할 건 지켜야 하는데 정말 죄송해요. 사과드려요.”라며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이모, 좋은 하루 보내세요,” 밝게 말해 준 아이의 모습도 함께 떠올랐다.
무엇이 이 아이를 이렇게 어른스럽게 만들었을까. 괜히 미안했다.
“그랬구나, 속상했구나. 근데 원래 그 나이 때는 그렇게 뛰고 싶을 거야.
ㅇㅇ이도 어릴 때는 동생이랑 비슷했는데, 지금은 안 뛰잖아. 아마도 동생도 조금 더 크면 말을 들을 거야. 우리 좀 기다려보자. “라고 답했다.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니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지금의 순수함만 잘 간직하고 건강하게 자라달라고.
우린 그렇게 오늘도 갈림길에서
“학교 조심히 가고, 오늘도 재밌는 시간 보내.”와 “이모,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 말을 주고받고
각자의 목적지도 이동하였다.
아주 오랜만에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아주 좋은 이웃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