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언제일까?
열이면 아홉, 아니 거의 모든 사람이 망설임 없이 대답할 것이다. 꽃 피는 봄, 아니면 낙엽 지는 가을이라고. 흐드러진 벚꽃나무 아래 텐트를 치는 낭만이나, 붉게 물든 단풍을 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캠퍼들이 일 년을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니까.
반면 여름과 겨울은 기피의 대상이다. 여름은 작열하는 태양과 끈적이는 습기, 그리고 끊임없이 달려드는 벌레들과 싸워야 하는 전쟁터다. 겨울은 또 어떤가. 살을 에는 추위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어지는 혹독한 시간이다.
문득 지난 2023년 여름이 떠오른다. 새만금에서 열렸던 잼버리 대회. 그늘 하나 없는 간척지 땡볕 아래서 전 세계 청소년들이 무더위, 그리고 벌레 떼와 사투를 벌여야 했던 그 안타까운 뉴스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을 것이다. '역시 여름은 캠핑할 계절이 아니야'라고.
나 역시 한때는 그렇게 믿었다. 봄과 가을만이 캠핑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하지만 수많은 밤을 텐트 안에서 보내며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세상에 나쁜 계절은 없다는 것, 다만 그 계절을 맞이할 '장소'와 '준비'를 우리가 잠시 잊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여름의 한가운데서도 가을의 서늘함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해발 700m, 인간이 가장 쾌적함을 느낀다는 고지대다. 태백이나 평창 같은 강원도의 높은 산자락, 차가운 계곡물이 흐르는 곳에 팩을 박아본 사람은 안다.
도심이 열대야로 잠 못 이룰 때, 이곳의 밤은 거짓말처럼 서늘하다. 반팔을 입고 있다가도 슬그머니 긴 옷을 꺼내 입어야 할 정도로 기온이 뚝 떨어진다. 눅눅한 습기도, 기승을 부리던 모기도 서늘한 공기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한여름 밤인데도 화로대에 장작을 태우며 '불멍'을 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곳. 이곳에서 여름 캠핑은 고통스러운 사투가 아니라, 가장 완벽한 피서가 된다.
겨울 또한 마찬가지다. 모두가 춥다고 웅크릴 때, 나는 지도앱을 켜고 동해로 향한다. 강릉 같은 동해 바닷가는 캠퍼들에게 천혜의 요새와도 같다. 등 뒤로는 거대한 태백산맥이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칼바람을 막아주고, 앞으론 깊고 푸른 바다가 품은 온기가 내륙보다 따뜻한 공기를 만들어내니까.
두꺼운 침낭과 난로 하나만 있어도 충분하다. 텐트 밖으로 들려오는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고, 아침이면 눈 덮인 백사장을 바라보며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신다. 그 고요하고 아늑한 시간은 봄, 가을의 왁자지껄함과는 비교할 수 없는 깊은 쉼을 준다.
결국 캠핑하기 좋은 계절이 따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찌는 듯한 더위도 고도를 높이면 시원함이 되고, 살을 에는 추위도 지형을 이해하면 포근함이 된다. 중요한 건 날씨 탓을 하며 짐을 풀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계절의 성격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곳을 찾아가는 유연함이 아닐까.
준비된 캠퍼에게 모든 계절은 저마다의 얼굴로 우리를 반겨준다. 그래서 나는 이번 주말도 짐을 꾸린다. 봄이라서, 가을이라서가 아니라, 그저 자연 속에 머물고 싶어서.
나에게 캠핑하기 좋지 않은 계절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