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의 시대, 캠핑 의자에 앉아 AI를 이야기하다

by 가든스톤

캠핑장 깊숙한 곳까지 기술의 편리함이 스며든 지 오래다. 어둠을 밝히는 LED 랜턴부터 공기를 순환시키는 서큘레이터, 안전을 지키는 일산화탄소 감지기까지. 우리는 자연 속에서도 여전히 기술에 빚을 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캠핑을 마치고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최신식 '자동 급유기'를 투박한 '수동 급유기'로 교체한 것이었다. 편하자고 들인 기계가 건전지 없이는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 그 '편리함'이 되려 가장 큰 '번거로움'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작은 해프닝은 뜬금없이 거대한 화두로 이어졌다. 바로 '캠핑과 AI'다. 고요한 숲속에서 인공지능을 논하다니, 꽤나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인다.


최근 뉴스를 통해 한국이 엔비디아(NVIDIA)의 GPU를 26만 장이나 확보해 세계 3위의 GPU 보유국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생산성의 혁명, AI. 다행히 우리 사회는 이 거대한 파도를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올라탄 듯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막연한 두려움도 인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이 세상을 뒤집어 놓았듯, 앞으로 다가올 변화는 우리가 체감해 온 속도를 훨씬 뛰어넘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는 이토록 빠른 속도를 온전히 감당할 수 있을까?"


캠핑장에 아무리 많은 기술이 들어와도, 결국 이곳을 지배하는 건 자연의 시간이다. 해가 뜨고 지는 속도, 장작이 타들어 가는 속도는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없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밖의 시간과 달리, 이곳에서는 잠시나마 자연의 속도에 내 호흡을 맞춘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우리가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굳이 이 정도의 속도로 달려야만 하는 것인지.


물론, 내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세상은 변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에겐 '잠깐의 쉼표'가 절실하다. 멈춰 서야만 비로소 달려나갈 방향과 힘을 얻을 수 있으니까.


천천히 내린 커피 앞에서 친구들과 AI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심 속 사무실에서는 치열한 '생존의 문제'였던 AI가, 이 숲속에서는 흥미로운 '안주거리'가 된다. 긴장의 끈을 풀고 한 발자국 물러서니, 오히려 기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여유가 생긴다. 어떻게 하면 이 도구를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 건설적인 대화가 오래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가끔, 이런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압도적인 속도의 세상에서 잠시 내려와, 나만의 속도를 회복하는 시간 말이다.


251024-EQM09824.jpg photo by eqf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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