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캠핑장 #3

by 가든스톤

강릉 연곡 해변에는 이름만큼이나 고즈넉한 솔향기 캠핑장이 있다. 울창한 소나무 숲이 해안선을 따라 길게 이어지고, 텐트 문만 열면 바다가 정면으로 마중 나오는 곳. 이곳에서 나는 잠시 세상의 소음을 뒤로하고 오롯이 바다와 마주한다.


동해의 바다는 서해의 그것과 다르다. 느릿하게 차오르는 밀물이 아니라, 무언가 쏟아낼 듯 강력한 에너지로 일렁이는 파도가 있다. 쉼 없이 몰아치는 그 기세 앞에 서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 저 한순간의 파도가 내뿜는 에너지가 어쩌면 내 일생의 에너지보다 더 클지도 모르겠다.'


나의 미미한 노력이 삶의 무게를 지탱하느라 쩔쩔매고 있을 때, 바다는 그저 묵묵히 제 힘을 과시한다. 그러면 묘하게 위로가 된다. 내가 짊어진 고민과 걱정이 사실은 저 거대한 자연 앞에서 별것 아닐 수 있겠다는 안도감,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 안에도 저 파도처럼 요동치는 뜨거운 힘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용기가 동시에 차오르기 때문이다.


겨울에 이곳을 찾으면 차 문을 여는 순간 의외의 따스함을 만난다. 매서운 북서풍을 태백산맥이 든든하게 막아주기 때문이다. 산맥을 타고 넘어오며 눈을 뿌리고 내려온 공기는 오히려 기온이 올라 포근한 기운을 전한다.


겨울 캠핑의 묘미는 느긋한 일출에 있다. 아침 7시가 넘어서야 해가 뜨기에, 텐트 안에서 온기를 누리다 몇 발자국만 걸어 나가면 수평선 위로 붉게 타오르는 태양을 배웅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매년 한 해를 마무리하거나 새로운 시작을 다짐할 때면 습관처럼 이곳을 찾는다. 거센 파도와 뜨거운 해를 바라보며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다가올 시간을 가늠해 보는 일은 이제 나의 소중한 의식이 되었다.


이곳의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불멍'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시설이 쾌적하고 이용료가 저렴한 대신, 화기 사용에 엄격하다. 하지만 불꽃이 주는 위안 대신 이곳엔 파도 소리와 솔바람 소리가 있다. 그 외의 모든 것이 완벽하기에 그 정도의 아쉬움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몫이다.


캠핑장을 나서면 강릉은 또 다른 선물을 내어준다. 중앙시장 지하 어시장에서 싱싱한 회를 적당한 가격에 들이고, '커피의 도시'답게 거장들의 손길이 닿은 카페에서 진한 향기를 마신다.


자연의 야생성과 도시의 안락함이 공존하는 곳. 그래서 강릉은, 그리고 연곡은 캠퍼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장소다. 이번에도 나는 이곳에서 충분히 쉬었고, 다시 나아갈 회복의 기운을 얻었다.


photo by eqf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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