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영화의 배경이 되며 영월이 부쩍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역사 속 단종의 애사가 서려 있고, 김삿갓의 발자취가 남은 영월은 본래 이야기로 뜨거운 곳이었지만, 캠퍼들에게 영월은 또 다른 의미로 각별하다.
굽이굽이 흐르는 동강을 곁에 둔 이 도시는 어딘지 모르게 이국적이다. 깎아지른 절벽과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나조스트, 보보스캇, 느티나무, 내리계곡 솔밭, 동강전망휴양림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유명 캠핑장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하지만 그 쟁쟁한 곳들 사이에서 내가 유독 마음을 누이는 곳은 따로 있다. 바로 '영월 동강 오토캠핑장'이다.
이곳은 특이하게 마을 조합에서 운영한다. 대개 지역 주민들이 뜻을 모아 운영하는 곳은 그 동네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노다지' 같은 땅에 자리 잡기 마련이다. 화려한 시설은 아닐지 몰라도 가격은 합리적이고, 무엇보다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주민들의 환대가 그곳을 채우고 있다.
캠핑장 앞에 서면 동강이 느릿하게 몸을 굽혀 흐르고, 맞은편에는 우뚝 솟은 산줄기가 병풍처럼 나를 감싼다. 시야에 걸리는 것 하나 없는 그 풍경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의 소음이 조금씩 잦아든다.
강물이 감아 돌아가는 길목에는 커다란 바위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나는 그 바위를 보며 옛 풍경을 상상하곤 한다.
"수십 년 전 여름, 이 마을 아이들은 저 바위 위에서 누가 더 멋지게 뛰어내리나 내기를 하며 자랐겠지."
이제는 훌쩍 커버린 그 아이들이 마을을 지키며, 이제는 이방인이 된 우리에게 쉼터를 내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 낯선 캠핑장이 문득 고향처럼 푸근해진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을 보면 인생을 관통하는 거대한 강줄기가 나온다. 한국에서 그 영화와 가장 닮은 정서를 찾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동강을 꼽고 싶다.
꼭 이곳이 아니어도 좋다. 영월의 캠핑장들은 저마다 동강을 배경으로 전원적이면서도 몽환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그 풍경 속에서 텐트를 치고 앉아 있으면, 영월이 왜 캠핑의 성지로 불리는지 온몸으로 깨닫게 된다.
떠나올 때는 늘 아쉽지만, 흐르는 강물에 마음속 찌꺼기를 흘려보냈으니 그것으로 충분한 회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