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조금은 이상한 꿈
캠핑은 정적인 활동이다.
텐트를 치고 걷는 '서론'과 '결론'의 시간만큼은 땀을 흘리며 몸을 움직여야 하지만, 그 고비를 넘겨 모든 것이 정돈되고 나면 비로소 고요한 '본론'이 시작된다. 그 본론의 시간 동안 나는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가만히 머물며 흐르는 시간을 지켜볼 뿐이다.
그 여백의 시간을 채워주는 소중한 취미 중 하나가 사진이다.
지난 영월 캠핑 길에 우연히 들른 사진 박물관이 시작이었다. 기대 없이 발을 들인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작품들을 만나 깊은 감명을 받았다. 캠핑을 마치고 돌아온 주일, 교회에서 그 감동을 나누다 깜짝 놀랄 이야기를 들었다. 내 곁의 한 교우가 바로 그 박물관에 작품이 걸렸던 작가라는 사실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에 놀라기도 잠시, 조만간 그분이 사진 클래스를 연다는 소식에 나는 망설임 없이 그의 학생이 되기로 했다.
그렇게 인연이 된 나의 사진 선생님과는 이제 시간이 맞을 때마다 캠핑을 함께 다닌다.
나는 그분에게서 세상을 프레임에 담는 법을 배우고, 그분은 나와 함께 캠핑을 떠나며 사진을 찍을 새로운 동기를 얻는다. 지금 이 블로그에 올리는 사진들 역시 대부분 'eqfoto' 님의 배려와 허락 덕분에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기록들이다.
언젠가 함께 그런 꿈을 꾸었다.
나의 캠핑 문장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eqfoto 님의 시선이 담긴 사진들이 넉넉히 모인다면, '조금은 이상한 캠핑 가이드'를 만들어 보자고 말이다.
장비의 스펙이나 캠핑장의 위치를 나열하는 정보성 가이드는 아니다. 그저 가만히 읽다 보면, 어느샌가 캠핑이 주는 평온함과 그 안의 공기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는, 그런 결이 다른 가이드를 함께 만들자고 약속했다.
이곳에 적어 내려가는 나의 글들은 결코 나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eqfoto 님과 함께 걷고, 보고, 느끼며 만들어가는 공동의 기록이다.
서로가 좋아하는 일을 묵묵히 해나갈 뿐이지만, 그 끝에 우리가 함께한 다정한 흔적 하나 남길 수 있기를 꿈꿔본다.
과연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