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성 캠퍼'는 아니다. 그래도 캠핑 공간의 통일감을 주기 위해 장비의 색상을 두 가지 이하로 제한하려 애쓴다. 한때는 나도 유행하는 감성을 쫓아본 적이 있었다. 따뜻한 느낌의 목재 가구와 깨끗한 화이트 계열의 장비들. 하지만 그 감성을 유지하기 위해 감당해야 할 무게와 번거로움은 어느 순간 내가 캠핑에서 찾고자 했던 '쉼'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덜어내는 쪽을 택했다. 가볍게 움직이려고 애쓰다 보니, 어느덧 꾸미기 위한 용품보다는 '무엇을 더 없앨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캠퍼가 되어 있었다. 한겨울에도 바닥재를 깔지 않고 지면의 냉기를 그대로 받으며 지낼 만큼, 나는 조금은 투박하고 가벼운 캠핑에 익숙해졌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진정한 캠핑의 평온을 위해 꼭 필요한 아이템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마주한 정답은 바로 '쓰레기통'이었다.
캠핑장에서 쓰레기통은 사실 필수가 아니다. 대충 편의점 비닐봉지나 빈 박스 하나를 곁에 두면 그게 곧 쓰레기통이 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쓰레기통 하나를 들여놓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언제든 쓰레기가 생기면 바로 버릴 수 있는 '고정된 공간'이 주는 안도감이 얼마나 큰지 말이다.
일반 쓰레기통과 재활용 쓰레기통을 나란히 갖춰두자, 텐트 안을 어지럽히던 자잘한 허물들이 한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널브러진 쓰레기가 눈에 보이지 않으니 비로소 쾌적한 환경이 눈에 들어왔다. 화려한 소품은 없어도, 마음 한구석이 정돈되는 기분. 비로소 내 캠핑 생활이 안정 궤도에 올랐다는 확신이 들었다.
캠핑의 모습은 우리네 삶과 참 닮아 있다. 거창한 변화가 삶을 구원할 것 같지만, 사실 삶의 기반은 아주 작은 질서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주변을 둘러본다. 너무 큰 것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내 주변의 작은 것 하나를 제자리에 두는 것. 어쩌면 그것이 복잡한 내 삶을 한결 가볍게 만드는 가장 빠른 길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나는 잘 정돈된 쓰레기통 덕분에 마음 편히 불멍에 집중한다. 비록 마음에 쏙 드는 쓰레기통을 찾느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배송비를 지불했다는 사실은, 나만 아는 비밀로 남겨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