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캠핑장 #2

by 가든스톤

잘 정돈된 캠핑장보다 자연이 살아있는 곳이 더 깊은 휴식을 주곤 한다. 평창 600마지기 근처, 원래는 흑염소들이 뛰놀던 농장이었다는 ‘산너미 목장’이 나에게는 그런 곳이다.


이곳의 주인은 여전히 흑염소들이다. 캠핑장 길목마다 동산을 제 집처럼 넘나드는 흑염소 떼를 마주치곤 하는데, 가끔 사람만 한 덩치의 수컷과 눈이 마주칠 때면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그들의 터전에 내가 잠시 머물다 가는 기분이 든다.


산너미 목장의 환대는 투박하면서도 정겹다. 체크인을 하면 봉투 하나를 건네받는데, 그 안에는 라면 두 봉지와 ‘흑염소즙’이 들어있다. 예전엔 필수였지만 지금은 희망자에게만 준다는 이 건강즙을, 나는 매번 정중히 사양한다. 편식 없는 어른이고 싶지만, 아직 흑염소즙의 맛까지 품기엔 나의 입맛이 어린 모양이다.


이곳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건 아마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촬영지였기 때문일 것이다. 화면 속에서 주인공들이 누리던 그 평온한 풍경이 바로 여기다. 실제 촬영지인 ‘60마지기’ 정상까지는 캠핑장에서 20분 정도 가벼운 등산이 필요하다. 숨이 조금 가쁠 때쯤 정상에 서면, 홀로 선 소나무 한 그루와 미탄면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600마지기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60마지기. 그곳에 서면 왜 이곳이 ‘쉼’의 대명사가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방문하기 좋은 계절은 6월이다. 아랫동네는 벌써 여름의 열기로 끈적이기 시작할 때지만, 해발 700미터의 평창은 여전히 서늘하고 청량한 바람을 내어준다. 운이 좋으면 인근 600마지기를 하얗게 뒤덮은 샤스타데이지의 물결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시선을 조금 돌리면 맞은편 산 능선을 따라 돌아가는 풍력 발전기가 보이는데, 그 이국적인 풍경이 일상의 고민을 금세 흩뜨려 놓는다.


산너미 목장을 방문할 때 절대 놓쳐선 안 될 ‘킥’이 하나 더 있다. 입구에 있는 수제 햄버거집 ‘부르크(BURG)’다. 감히 전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는다고 자부할 만큼 맛이 훌륭하다. 캠핑장에서 내려와 먹는 햄버거와 감자튀김의 맛은 그 자체로 완벽한 마침표가 된다.


아, 가게 한쪽 데크를 유심히 살피다 보면 유명 캠퍼가 본의 아니게(?) 부수고 갔다는 데크의 흔적을 발견할 수도 있다. 물론 사장님과 잘 해결되었겠지만, 그런 소소한 이야기들조차 이곳을 다시 찾게 만드는 정겨운 에피소드가 된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작고 고요하다. 산너미 목장은 나에게 그런 곳이다. 흑염소의 울음소리와 바람 부는 소리, 그리고 맛있는 햄버거 하나면 충분한, 소박하지만 꽉 찬 회복의 공간.

photo by eqf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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