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절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불쑥 끼어들곤 한다. 이번 캠핑이 그랬다. 텐트를 세우기 위해 팩을 박으려던 찰나, 손에 쥐고 있던 망치가 허무하게 부러졌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지난여름, 설악산 근처의 암반 같은 땅에 무리하게 팩을 박았던 탓일까. 아니면 이번 겨울 충주호의 깡깡 언 땅이 쇠붙이의 인내심을 시험했던 걸까. 둔탁한 금속음과 함께 힘없이 꺾여버린 망치를 보며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망치가 없으면 텐트를 칠 수 없고, 텐트가 없으면 이 추운 겨울밤을 날 수 없다. 주변의 돌덩이를 주워봐도 꽁꽁 얼어붙은 땅을 이겨낼 자신은 없었다.
우리는 살면서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전제' 위에 수많은 계획을 세우며 살아간다. 내 손의 망치는 당연히 부러지지 않을 것이고, 내일도 오늘처럼 평온할 것이라는 믿음 같은 것들. 하지만 그 단단한 전제조차 언제든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부러진 망치의 단면이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다행히 혼자가 아니었다. 친구를 통해 캠핑장 사장님께 망치를 빌려올 수 있었고, 덕분에 위태로웠던 우리들의 집을 무사히 지어 올렸다. 철수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망치가 없어 박아둔 팩을 어쩌나 고민하던 내게, 친구는 다른 팩 하나를 고리에 걸어 지렛대처럼 돌려 뽑는 기지를 발휘했다.
망치가 없어도 팩을 뽑을 수 있구나. 전제가 흔들려도, 곁에서 손을 내미는 이들의 온기와 지혜가 있다면 어떻게든 길은 열린다는 것을 배운다. 부러진 망치는 나에게 당혹감을 주었지만, 동시에 '함께'라는 이름의 든든한 안전망을 확인시켜 주었다.
망치가 부러지는 경험을 해본 캠퍼가 몇이나 될까. 뜻밖의 사고였지만, 덕분에 나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허허 웃으며 대처할 수 있는 '고수의 향기'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기분이 든다. 다음번엔 망치가 아니라 그 무엇이 부러지더라도, 이번처럼 조금은 더 담담하게 그 상황을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