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지옥같았겠지만 나에게 고시원은 평화롭고 좋은 곳이었다.
낮에 텅텅빈 고시원은 나 혼자만의 공간인듯 싶었고, 나는 고시원에 살지만 수많은 요리를 하며 식사를 풍요롭게 했고, 꿈에 한발자국씩 다가가며 마음을 풍요롭게 했다. 1.5평 혹은 0.5평의 고시원의 크기는 중요하지않았다. 창이 없는 가장 작은 방이었지만 햇빛이 보고싶을때는 옥상에 올라가 마음껏 일광욕을 하였고 또 바람이 쐬고싶으면 간단하게 도시락을 싸 한강으로 나가 나 혼자만의 여유로운 낮시간을 보냈다.
아마도 이런 삶이 내가 추구하고 바랬던 삶의 모습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고시원 생활을 잘 해나갔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곳에서 발생했다. 고시원의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나의 문제였다.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로 하고 내가 제일 먼저한것은 어리석게도 내가 일할 분야의 좋은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을 모아 흉내내는것이었다. 그동안 그림을 그렸기때문에 쉽지않게 좋은것들을 뽑아 그림을 그릴수있었고 나만의 또 다른 그림체를 만들수있었따. 하지만 이 그림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했다. 흉내를 내서 만든 그림이기때문에 그림의 깊이가 적어 응용하여 작업하는데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마 내가 더 좋은 실력이 있었으면 이런 문제들을 간단히 극복했겠지만, 난 그럴만한 실력은 부족한 사람이었고 점점 스스로도 보는 사람도 재미없는 그림을 연거푸 그려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