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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를 오래 탄다는 것의 의미

by 은서아빠

나는 2007년에 생산된 차를 09년도에 중고로 구매하여 지금까지 16년째 타고 있다. 중간중간 새로운 차를 사고 싶은 충동에 차량 구매 계약서에 서명했던 적도 있었지만, 현재까지도 그때 그 차를 운행하고 있다.

16년째 나의 발이 되어 주는 내 차는 지금은 단종된 대우자동차의 토스카이다. TOSCA는 "Tomorrow's Standard Car"의 약자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생산된 후 단종 되었고 후속 모델로는 쉐보레의 말리부가 있다. 토스카는 요즘 보기 힘든 직렬 6 기통 엔진을 가지고 있어 지금까지도 시동을 걸면 진동도 없고 조용한 편이다. 그리고 차량 외관 디자인은 개인 취향이지만 내가 보기에는 지금 봐도 무난하니 만족하는 편이다.

내가 이 차를 오래 타는 첫 번째 이유는 차를 바꿀만한 고장이 지금까지 없기 때문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소모품으로 인한 잔고장은 드문드문 발생하지만, 그것 이외에 지금까지 엔진이나 변속기에서 큰 고장은 없었다. 여전히 엔진은 조용하고 차는 잘 달리고 잘 정지한다. 큰 고장이나 문제가 없는 데 단순히 차가 질렸다는 이유로 차를 바꾸기에는 일단 나 스스로 이해가 되지 않다 보니 지금까지 이 차를 쭉 타고 있는 것 같다.


두 번째는 내가 번 돈을 내가 원하는 곳에 더 사용하기 위한 나의 선택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자동차가 자신에게 주는 의미는 다 다르고 이것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평생 어떤 차를 타는 것이 꿈인 사람도 있고, 자동차가 자신을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나에게 차는 단순히 이동 수단일 뿐이고 현재 타고 있는 차도 만족하고 있다. 새 차를 구매하지 않고 한 차를 오래 타면서 절약되는 돈으로 내가 인생에서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여행이나 추억 쌓기 등에 돈을 좀 더 여유롭게 사용하는 게 나에게 더 많은 만족을 주는 것 같다.


세 번째는 경제적인 이유이다. 차는 구매한 순간부터 그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는 구매 후 첫해에 가치가 약 20~30%가 감소하고, 이후 매년 지속해서 감가상각이 된다. 나에게 차는 자산이 아니라 가치가 감소하는 소비재에 불과하다.

또한 차를 구매할 때 들어가는 목돈을 만약 S&P500을 추종하는 ETF를 샀더라면 10년 후 어떨까를 생각해 보면 선뜻 차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라는 사람은 신차 구매를 통한 만족감보다는 매월 들어오는 배당금과 자산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는 것에 더 많은 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


네 번째는 자동차와 함께한 추억 때문이다. 이 차에는 나의 30대와 40대 절반의 추억이 쌓여 있다. 이 차는 비록 낡았지만, 이 차에는 가족과 함께 떠난 여행, 지금은 뵐 수 없는 아버지와의 추억 등 여러 추억이 쌓여 있다. 이 차는 단순히 낡은 물건이 아니라 내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세월을 함께한 동반자와 같이 느껴진다.

훗날 이 차를 떠나보내야 할 날이 온다면, 나는 이 차에 "그동안 수고했어"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이 차와 함께 더 많은 추억을 쌓을 생각이다.

오래된 차를 타는 것은 단순히 낡은 물건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이 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주는 다리가 되기도 하고 함께한 시간 속에서 쌓인 기억과 추억을 품고 있는 동반자이기도 하다. 오늘도 잘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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