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동전의 양면처럼, 행복과 불행은 함께 온다

by 은서아빠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언제쯤 좋은 날이 올까?"

기쁜 날도 있었고, 밤새 이불을 뒤집어쓴 채 울던 날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행복과 불행을 전혀 다른 것으로 여겼다.

행복은 오래 머물기를 바라고, 불행은 빨리 지나가길 바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점점 깨닫게 된다.

행복과 불행은 결코 따로 떨어져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동전이 앞면과 뒷면을 동시에 지닐 때 하나의 동전이 되듯,

인생도 기쁨과 슬픔이 함께할 때 비로소 완전한 그림이 그려진다.


행복은 불행이 있기에 더욱 선명하고, 불행은 때로 우리를 깊어지게 만든다.

그 진실을 뼛속 깊이 깨달은 건, 내가 죽을 고비를 넘긴 경험 덕분이었다.

몇 년 전, 예기치 못한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의식을 잃은 채 중환자실로 실려 갔고, 가까스로 눈을 떴을 때

나는 온몸에 장치를 단 채 누워 있었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들을 수는 있었다.

바로 옆 침상에서 누군가를 포기하는 의료진의 긴박한 목소리,

가족의 오열 같은 소리가 병실을 울리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여전히 숨 쉬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 후회, 두려움, 그리고 살아야겠다는 강한 의지까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 이후 몇 달 동안 치료와 재활이 이어졌다.

그 사고 이후, 나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이제는 당연하지 않게 느껴졌다.

눈을 뜨는 아침, 스스로 걸을 수 있는 발걸음,

누군가와 나누는 짧은 대화까지

모든 순간이 기적처럼 다가왔다.


이제는 알게 됐다. 불행이라 여겼던 그 시간이,

오히려 내 삶을 다시 시작하게 만든 출발점이었다는 것을.

고통은 나를 무너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단단하게 다듬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것을.

그 시간들을 지나며 나는 조금 더 깊어졌고,

조금 더 나 자신을 이해하게 됐다.


세상은 좋은 일만 가득하지 않다.

하지만 나쁜 일만 계속되는 것도 아니다.

행복과 불행은 서로 교차하며 삶의 결을 만들어간다.

그래서 이제는 힘든 일이 닥쳐와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 또한 지나간다”는 말이,

이제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삶의 진실로 다가온다.


혹시 지금, 당신도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다.

지금은 고통스럽고 버거울지 몰라도,

그 순간들이 결국 당신을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삶은 좋은 날과 나쁜 날을 모두 품고 나아가는 여정이다.

그리고 그 모든 날들이 모여 지금의 당신을 만든다.

그 사실을 믿으며, 오늘을 살아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남의 삶에 집중하지 말고, 내 삶에 집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