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앞에서 길을 묻는 우리 아이들에게

“진학이 아니라, 진로를 먼저 생각해야 할 때”

by 은서아빠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준비하는 아이들

우리 아이들 중 많은 수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다.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진로 지도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일이 되었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이고, 따라서 우리가 익숙했던 방식으로는 아이들에게 적절한 방향을 제시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부모의 역할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대신 삶의 방향을 '설계'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항해할 수 있도록 '나침반'을 쥐어주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더 이상 직이 아닌, ‘업’을 선택하는 시대

예전처럼 한 회사에서 평생을 보내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직’을 선택하기보다는, 자신이 평생 몰입할 수 있는 ‘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이 교차하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실제로 한 청년은 대학 대신 제빵 기술을 배우기로 했다.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빵집에서 새벽부터 일하며 기술을 익힌 그는 5년 만에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었고, 지금은 줄 서는 동네 빵집 사장이 되었다. “빵을 만들며 하루가 행복하다”는 그의 말은, 직장이 아닌 ‘업’을 선택한 결과였다.


부모의 기대가 아이를 가로막지 않도록

여전히 우리는 대학을 인생의 정답처럼 여기고 있다. 좋은 대학,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좁은 기준 안에 아이를 가두고 있다. 하지만 덜 알려진 중소기업에도 뛰어난 기업이 많고, 기술 기반의 직업도 미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부모가 기준을 내려놓지 않으면, 아이는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질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는 것이다. 부모는 자녀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기에, 자녀의 인생에 지지자가 되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 인간다움을 직업으로 삼아야

AI와 로봇 기술이 많은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앞으로는 기계가 하기 어려운 ‘감성의 영역’인 공감, 배려, 소통, 협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인간만의 감정과 감성, 관계 맺는 능력이 진짜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인성은 이러한 능력의 기반이다. 그러나 인성은 한순간에 형성되지 않는다. 성장기의 경험, 관계, 습관을 통해 다져져야 한다. 결국 아이를 성장시키는 것은 점수보다 사람됨이다.


진짜 실력은 현장에서 자란다

요즘은 고등학생 때부터 다양한 진로체험을 하는 아이들이 많다. 직접 현장을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흥미와 강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만약 직접 체험이 어렵다면 독서, 다큐멘터리, 진로 관련 미디어 자료로 간접경험을 쌓을 수도 있다.

대기업만이 정답이라는 생각을 버리자. 오히려 작지만 자신이 주체가 되는 조직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이 더 빨리 ‘진짜 실력’을 갖춘다. 자격증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 경험’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감각’이다.


선택의 주인은 언제나 본인이다

아이에게 꼭 가르쳐야 할 것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선택하는 힘이다. 부모가 모든 선택을 대신해 주는 구조에 익숙해진 아이는, 성인이 되어도 자기 인생을 책임지지 못한다.

아이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자. 실패해도 좋다. 실패를 겪으며 방향을 수정해 나가는 것이 진짜 성장이다. 진짜 어려움은 피할 수 없지만,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면 그 어려움도 버틸 힘이 생긴다. 그리고 그 힘은 인생의 어떤 순간에도 다시 쓰일 자산이 된다.


대학은 ‘목적지’가 아닌 ‘도구’ 일뿐

지금은 필요할 때 대학에 진학하는 시대다. 진학이 아닌 진로가 먼저다. 먼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설계하고, 그 삶에 필요한 공부를 위해 대학을 선택해야 한다.

지금은 더 이상 ‘일단 대학 가고 보자’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말이 자녀의 시간을 갉아먹는 독이 될 수 있다. 필요할 때 공부하고,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열린 사고가 중요하다.


비전이 오늘의 선택을 만든다

우리가 지금 아이에게 심어줘야 할 것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비전이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이 명확해질수록, 아이는 오늘 해야 할 일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독서와 사색,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고, 그것을 바탕으로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결국 인생을 살아가는 주체는 아이 자신이며, 부모는 그 여정을 묵묵히 응원해 주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부모는 아이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그러나 아이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생각하는 힘, 선택하는 힘, 책임지는 힘을 길러줄 수는 있다. 지금 아이의 진학이 고민된다면, 그보다 먼저 진로를, 그리고 아이의 삶을 묻는 질문부터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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