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8년 된 차를 여전히 타는 이유(뒷 이야기)

by 은서아빠

나는 2007년에 생산된 차를 2009년도에 중고로 구매해 지금까지 타고 있다. 올해로 18년 된 차지만 여전히 내 발이 되어 준다. 그 차는 지금은 단종된 대우자동차의 토스카다. TOSCA는 "Tomorrow's Standard Car"의 약자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생산된 후 단종되었고, 후속 모델로는 쉐보레의 말리부가 있다. 토스카는 요즘 보기 힘든 직렬 6 기통 엔진을 가지고 있어 지금까지도 시동을 걸면 진동이 거의 없고 조용하다. 외관 디자인은 개인 취향이지만, 지금 봐도 여전히 무난하고 만족스러운 편이다.

제목 없음.jpg 토스카


사실 중간에 새로운 차를 사고 싶은 충동이 들어 계약서에 서명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마음을 돌려 여전히 이 차를 타고 있다. 지금 돌아보면, 단순히 차를 바꾸고 싶다는 순간의 감정보다는 내가 지키고자 하는 기준이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차를 오래 타는 첫 번째 이유는 고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소모품으로 인한 잔고장은 있었지만, 엔진이나 변속기에서 큰 고장은 한 번도 없었다. 여전히 엔진은 조용하고 차는 잘 달리고 잘 멈춘다. 큰 문제가 없는 데 단순히 ‘질렸다’는 이유만으로 차를 바꾼다는 건 나 스스로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두 번째 이유는 내가 번 돈을 어디에 쓰고 싶은지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자동차가 주는 의미는 다르다. 평생 꼭 타고 싶은 차가 있는 사람도 있고, 차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차는 그저 이동 수단일 뿐이다. 새 차를 타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스럽고, 그 대신 절약한 돈을 내가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 쓰고 싶다. 여행을 떠나 새로운 경험을 하거나, 가족과 함께 추억을 쌓고, 장기적으로는 자산을 늘리는 투자에 활용하는 것이 나에겐 훨씬 더 큰 만족을 준다.


세 번째 이유는 경제적인 관점이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을 읽고 자산과 부채의 차이를 알게 된 이후, 나는 차를 자산이 아닌 부채로 바라보게 되었다. 자동차는 구매한 순간부터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첫해에는 약 20~30%가 감소하고, 그 뒤로도 매년 감가상각이 이어진다. 만약 새 차를 사는 대신 그 돈을 S&P500 ETF에 투자했다면, 10년 후 그 차이는 상당했을 것이다. 나라는 사람은 신차에서 오는 만족감보다 매달 들어오는 배당금과 자산이 꾸준히 쌓이는 모습을 보는 것에서 훨씬 큰 기쁨을 느낀다.


마지막 이유는 이 차와 함께한 추억 때문이다. 이 차는 단순히 낡은 이동 수단이 아니라 내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30대와 40대 절반을 함께했고, 가족과의 여행, 그리고 지금은 뵐 수 없는 아버지와의 기억도 이 차 안에 남아 있다. 그래서 이 차는 나에게 세월을 함께한 동반자와도 같다. 훗날 이 차를 떠나보내야 하는 날이 온다면, 나는 분명 “그동안 수고했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더 많은 추억을 이 차와 함께 쌓아갈 생각이다.


결국 내가 차를 오래 타는 이유는 단순히 돈을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다. 고장이 없고,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이며, 무엇보다 나에게 진짜 가치 있는 곳에 돈을 쓰고 싶다는 나만의 선택 때문이다. 그리고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이 차는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내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작은 상징이기도 하다. 오늘도 나는 오래된 차에 시동을 걸며 이렇게 말한다.

“오늘도 잘 부탁한다.”




18년 넘게 나와 함께한 차량인 토스카는 결국 엔진 고장으로 떠나보냈다. 언젠가는 올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막상 폐차장으로 보내는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동안 나와 함께해 준 차에게 마음속으로 짧게 인사를 건넸다. “그동안 정말 수고했어.”


차를 보내고 나서 다시 선택의 시간이 왔다. 새 차를 사는 일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내가 어떤 기준으로 살아왔는지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조금 더 큰 차, 조금 더 비싼 차에 대한 유혹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에게 다시 물었다. “이 차가 정말 나에게 필요한가.” “이 선택이 나의 삶과 태도에 맞는가.”


답은 생각보다 분명했다. 나에게 차는 여전히 이동 수단이었다. 과시의 도구도, 나를 증명하는 수단도 아니었다. 출퇴근을 무리 없이 해주고, 가족과 이동하기에 충분하며, 유지비 부담 없이 오래 함께할 수 있는 차면 충분했다.


그래서 선택한 차가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다. 소형 CUV로 크지도 작지도 않은, 내 일상에 딱 맞는 실용적인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 차를 선택한 이유는 내가 토스카를 오래 탔던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용적인 것을 중시하고, 체면이나 주변의 시선보다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을 하고 싶다는 태도, 그리고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에 돈과 에너지를 쓰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다.


새 차에 시동을 걸며 나는 예전과 같은 말을 한다. “오늘도 잘 부탁한다.” 차는 바뀌었지만, 차를 대하는 나의 태도는 그대로다.


제목 없1음.jpg 트랙스 크로스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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