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부산물 소각, 단속보다 구조가 먼저다

영농부산물 소각을 막으려면 단속보다 먼저 구조를 바꿔야 한다

by 은서아빠

봄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먼저 무거워진다. 따뜻한 계절을 기다리기보다, 또 어떤 산불 소식을 듣게 될지 먼저 떠올리게 된다. 겨울 내내 메말라 있던 산과 들은 작은 불씨 하나에도 쉽게 불길을 키운다. 현장에서 보면 산불의 시작은 늘 사소하다. 성묘 뒤에 남은 불씨, 논밭 가장자리에서 피운 불, 영농 준비 과정에서 태운 부산물 같은 일상적인 선택에서 출발한다.

산림청 통계에서도 산불의 가장 큰 원인은 매년 실화로 나타난다. 결국 불씨를 만든 것은 자연이 아니라 사람이다.

영농 부산물 소각으로 인한 산불 현장

특히 영농부산물 소각은 해마다 반복해서 마주하는 원인이다. 볏짚과 고춧대, 과수 가지는 봄철이면 한꺼번에 쌓인다. 산과 맞닿은 농경지에서 이를 태우는 행위는 언제든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현장에서 농민들에게 쉽게 책임을 돌리기도 어렵다. 고령 농가가 많고, 파쇄기나 운반 장비를 갖춘 곳은 드물다. 수거를 요청해도 언제 처리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빠른 선택지는 결국 불이 된다.

소방관의 입장에서 가장 답답한 순간은 이 지점이다. 산불을 진압하면서도, 이 불이 왜 시작됐는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에서 마주하는 산불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반복된 구조의 결과처럼 느껴진다.

산림청 영농 부산물 파쇄 지원

최근에는 영농부산물 파쇄 지원이 확대되면서 현장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산림 인접 지역을 중심으로 장비와 인력이 투입되고, 태우지 않고 파쇄하는 선택지가 생겼다. 다만 파쇄 지원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파쇄가 어려운 굵은 가지나 혼합 폐기물은 여전히 남는다. 수거와 반출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현장은 다시 소각으로 돌아간다. 특정 시기에만 운영되는 지원 역시 농번기 현실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행동은 바뀌기 어렵다.

산불은 개인의 실화로 시작되지만, 예방은 개인의 주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불을 쓰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파쇄와 수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행정과 현장이 끊기지 않아야 한다.

불이 난 뒤 출동하는 것이 소방관의 일이지만, 사실 가장 바라는 것은 출동하지 않아도 되는 봄이다. 불길을 잡는 것보다 불씨가 생기지 않게 하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현장은 매년 증명한다. 산불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언제나 같다. 태우지 않아도 되는 선택지가 실제로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파쇄주간.jpg 산림조합의 영농 부산물 파쇄 지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겨울 캠핑의 가장 큰 위험은 불이 아니라 방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