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이 꿈이 었을까?
어젯밤 초록빛을 내뿜던 이오.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고 바라본 이오는 그저 평범한 돌멩이일 뿐이었다. 하린은 이오가 담긴 유리병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괜스레 한 번 들어 흔들어 보았다. 어젯밤 미지의 꿈에 빠진 듯 푸른빛에 홀려버렸던 기억은 여전히 생생했다. 잠결에 보았던 이오의 푸른빛. 머릿속은 여전히 안개 낀 듯 멍하고 흐릿했지만, 이오가 뿜어내던 그 푸른빛만은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꿈속에서 만난 할머니 또한 현실보다 더 또렷했다. 한밤중에 밝게 빛나던 이오의 푸른빛은 그저 돌멩이일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어젯밤 초록빛의 이오를 바라본 후 이오에 대한 의심과 불안을 동시에 끌어올리게 됐다.
무언가 감춰진 비밀이 있다는 예감…. 하린의 가슴 깊숙 단단하게 뭉쳐있던 돌덩이가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하린은 이오에 숨겨진 비밀이 무엇인지 관심 생기기 시작했다. 오늘 저녁 달빛 잡화점에 다시 들리기로 마음먹었다.
하린은 도서관 사서로 아침 일찍 출근하면 가장 먼저 열람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도서 대출 시스템을 가동시킨다. 아침 공기가 스며들며 책이익어 가는 듯한 쾌청한 공기가 실내를 순환한다. 하린은 그 공기 속 종이 냄새와 햇살이 섞인 특유의 향을 좋아한다. 새로운 공기로 공간이 서서히 바뀌는 시간 하린은 열람실을 천천히 한 바퀴 돌며 아침의 기운을 채워 넣는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갈 즈음 하린은 조용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다.
도서관 오픈 시간을 알리는 순간, 어김없이 그분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하린은 그분을 보자마자 환한 미소로 반겼다. 여성이지만 훤칠한 키에 어딘가 고풍스러운 기품이 풍기는 자태. 예순을 넘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바르고 곧은 자세를 지니고 있었다. 삼십 대의 눈으로 봐도 부러울 만큼 당당함 그 자체다. 그 모습은 그녀가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 단정한 모습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 또한 40년 넘게 도서관 사서로 일해왔다. 퇴임 후에는 조용히 작가로 전향했지만 그녀의 작품은 아직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써 내려가는 판타지 소설은 단순한 이야기 그 이상이었다. 하린은 그녀의 글을 읽을 때마다 다른 세계를 오가는 듯한 감각을 느꼈고 그 환상의 틈에서 현실을 견뎌낼 작은 용기와 위로를 얻곤 했다. 도서관의 선배이자 언젠가 자신도 닿고 싶은 삶의 모양을 닮은 사람. 그녀의 이름은 최서령이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하린이 먼저 환하게 인사하자 서령도 다정한 미소를 머금고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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