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가다

다가오는 마음

by garim


다음 날에도 그 남성은 도서관을 찾았다. 하린은 열람실을 오가며 그를 관심 있게 살펴보았다. 하린의 시선을 느꼈는지, 남성도 하린을 의식한 듯 눈이 마주칠 때면 고개를 돌리며 시선을 피했다.

하린은 그 남성에게 직접 다가갈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다 자신이 늘 곁에 두었던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하린에게 책은 단순한 직업적 도구를 넘어 마음을 온전히 털어놓을 수 있는 안식처였다. 어떠한 위로의 말이나 충고도 그녀의 굳게 닫힌 마음을 풀어내지 못했지만, 책만은 스스로 선택해 읽음으로써 내면을 다독여 주는 유일한 친구이자, 은밀한 대나무숲 같은 비밀의 공간이었다.

물론 서령이 묵묵히 곁을 지켜주며 버텨준 것도 큰 힘이 되었다. 서령이 드넓은 초원 위에 놓인 의자라면, 책은 깊고 울창한 마음의 숲에 가까웠다.
그래서 하린은 문득, 그 남성 또한 자신의 힘겨움을 달래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책을 매개로 다가간다면 그 역시 조금은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린은 책을 들고 그 남성에게 곧장 다가가려 했지만, 이내 발걸음을 멈추고 책을 다시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잠시 망설인 끝에 노란색 메모지를 꺼내어 마음을 옮겨 적었다.
누구의 길에도 상처 없는 계절은 없습니다. 그 상처의 형태가 어떠하든, 결국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것은 그것을 견디고 넘어서는 우리의 마음입니다.

짧은 문장을 남긴 뒤, 그녀는 메모지를 책 위에 붙이고 그의 곁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잔잔한 미소와 따뜻한 눈빛으로 인사를 건네곤 조용히 돌아섰다.

하린은 괜히 오지랖을 부린 것은 아닌지, 지나치게 오버한 것은 아닌지 마음이 불편했다. 책을 건네고 돌아서는 순간에도 뒷목에 식은땀이 흐르는 듯하여,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서둘러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뜨겁게 달아오른 긴장감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 찬물 한 컵을 들이켜고 나서야 겨우 숨을 고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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