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통증을 공유 하다.

by garim

인서의 연락을 기다리며 하루가 또 저문다. 전화기 화면은 여전히 고요하다.

일주일, 마음을 정하기엔 짧은 시간일까? 하린은 인서의 말과 표정, 그리고 인서와 주고받은 메시지들을 천천히 되짚었다.
삶을 다시 붙잡으려던 순간의 인서와, 갑자기 무너져 내리던 그날의 인서가 겹쳐 보였다. 무엇이 그를 다시 어둠 속으로 밀어 넣었을까. 전 남편과의 관계에서 또다시 상처를 받았던 걸까.

인서는 결혼을 앞둔 한 달 전, 뜻밖의 연락을 해왔다.

“하린, 나 결혼해.”

하린은 인서가 누군가를 만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기에, 결혼한다는 뜻밖의 말에 잠시 놀랐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그때 인서는 남편이 될 사람을 꼭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세 사람은 함께 저녁을 약속했고, 그렇게 그들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처음 마주한 인서의 남편은 생각보다 인상이 부드러웠다. 말수가 적고 조용했지만, 인서 옆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은 이상하리만큼 단단하고 따뜻했다.
하린은 그가 인서를 향해 무심히 건네는 손길에는 오래된 다정함이 배어 있었다. 습관처럼 자연스러워서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그 순간, 하린은 생각했다.
‘그래, 저 사람이라면 인서를 지켜 줄 수 있겠구나.’
그렇게 마음이 놓였고, 그 사람 옆에서 인서가 더 빛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후로도 인서는 결혼생활에 대해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하린은 그 침묵을 ‘행복해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 여겼다. 오히려 자신이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아 힘들던 시절, 인서의 조용한 안정이 부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침묵 속에는 얼마나 많은 고단함이 숨어 있었을까. 하린은 자신이 너무 많은 시간 동안 자기 안의 상처에만 매달려 있었음을 깨달았다. 인서의 표정에 비친 그늘을 보지 못하고, 그저 괜찮을 거라 믿었던 지난날들이 부끄러워졌다.
하린의 마음 한켠에서, 놓쳐버린 인서의 외로움이 조용히 되짚어 올라왔다. 그리고 그제야 하린은 알 것 같았다. 인서가 웃을 때마다 그 미소 뒤에서 얼마나 깊은 곳까지 버티고 있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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