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까페
그 후로도 시온과 하린 사이에 흐르는 온기는 여전히 따뜻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비록 서로 다른 자리에서 지내고 있었지만, 힘들지 않은지, 아픈 마음은 없는지 조심스레 살피며 서로에게 스며드는 존재가 되어갔다.
서령과 함께 있을 때 느끼는 편안함과는 또 다른 결이었다. 서령의 안정된 온기와는 달리, 하린과 시온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조금 더 조심스럽고, 조금 더 개인적이며, 설명하기 어려운 미묘한 떨림을 품고 있었다. 일상을 나누고, 사소한 감정을 건네며 자연스레 서로에게 자리 잡아가는 과정은 서령과는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건 분명, 두 사람만의 온기였다. 그러나 아직은 서로를 향해 조용히 응원하듯,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 더 성숙해 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인서….
요즘 인서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하린은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회복해가는 동안, 단 한 번도 인서를 완전히 잊은 적이 없었다. 다만 지금의 자신으로서는 먼저 다가가는 것이 오히려 인서의 감정을 더 흔들어놓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결론을 내려두었을 뿐이다.
생각보다 하린은 자신의 감정을 잘 다잡아 가고 있었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랬구나….’
그 한마디는 누군가를 탓하거나 책임을 돌리는 말이 아니라, 자신과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방식이었다.
‘그래, 그럴 수밖에 없었겠구나.’
그렇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야말로, 지금의 아픔을 지나 더 성숙해지는 데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하린은 서서히 깨닫고 있었다.
여름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 도서관 창문을 타고 들어왔다. 하린은 책장 사이로 스며드는 그 계절의 공기를 천천히 들이마시며 잠시 눈을 감았다.
코끝을 스쳐 지나가는 따뜻한 바람 속에는 오래전 어느 여름날의 기억이 희미한 빛처럼 깃들어 있었다. 인서와 함께 동산을 올라, 큰 당산나무 그늘 아래 나란히 앉아 네잎 클로버를 찾던 그날. 햇살과 바람, 조용히 흔들리던 풀잎들까지 그 모든 것이 다시 마음속에서 고요하게 살아나, 하린의 가슴을 부드럽게 간질였다.
하린과 인서가 찾아낸 네 잎 클로버는 분명 각자 손으로 발견한 것이었지만, 그 순간 두 사람은 주저 없이 서로에게 건넸다.
하린은 자신이 찾은 네 잎 클로버를 인서에게 내밀었고,
인서는 자신이 발견한 것을 하린의 손바닥 위에 조심스레 올려두었다.
무성하게 피어오른 초록 잎들 사이에서, 단 하나 네 장의 잎을 가진 클로버만이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믿음 아래—
둘은 풀잎을 하나씩 들어 올리며 숨을 죽이고, 작은 설렘을 품고, 결국 서로에게 건넬 행운을 찾아냈다.
그날, 네 잎 클로버에 담긴 마음은 단순한 기념이 아니었다.
서로의 앞날에 조용한 축복을 건네는 방식이었고, 말로 하지 못한 마음을 대신 품어주는 작은 부적 같은 존재였다.
시간이 흐르며 잊힌 줄 알았던 그 행운의 기운은, 사실 하린의 마음속 깊은 곳에 고요히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 네잎 클로버를 다시 꺼내어 인서를 향해 한 걸음 내딛을 때가 온 것 같았다.
하린은 서령을 찾기 위해 조용히 도서관 안을 둘러보았다.
자료실 끝자락, 오래된 서가 아래에서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서령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린은 발걸음을 살며시 옮겨 그녀에게 다가갔다.
“선배님.”
부르는 소리에 놀랄 만도 한데, 서령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들어 하린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하린은 조금 망설이다가 서령의 곁으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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