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무거운 한 마디

by garim

아이들과 하루를 지내다 보면, 열 명이 넘는 아이들이 한 공간에서 함께 활동하는 만큼 크고 작은 트러블을 피하기는 어렵다.
한창 놀이에 몰입해 있다가도 “선생님!” 하고 달려와 자신의 억울함을 쏟아 놓는 일이 하루에도 열 번은 족히 되는 것 같다.


그중 대다수는 사실 쌍방인 경우가 많다.
어느 날, 조용하던 교실에서 갑자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친구를 향해 소리를 질러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야! 하지말라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무슨 일인지 물었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화가 많이 났는지 교사의 질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친구를 향해 더 큰 소리를 쏟아냈다. 상대 아이도 지지 않겠다는 듯 곧바로 언성을 높였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교사는 중재하려 다가섰다가 잠시 멈춰 섰다.
어린 꼬마 아이들이 마치 어른들처럼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묘하게 낯설고도 흥미로워 잠시 그대로 바라보게 되었다.

먼저 소리를 질렀던 여자아이가 따지듯 억울함을 쏟아내자, 뒤늦게 맞서 목소리를 높였던 여자아이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러더니 그 자리를 피하듯 슬그머니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소리를 쳤던 아이의 시선이 그 아이를 따라갔다. 마치 놓치지 않겠다는 듯, 이동하는 자리까지 따라가며 다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앞뒤 상황을 듣고 있자니 이제는 싸움을 멈춰야 할 것 같았다. 교사는 천천히 다가가 두 아이 사이에 서서 중재를 시작했다.

“무슨 일인지 말해 줄래?”

교사가 묻자, 먼저 소리를 쳤던 여자아이가 억울함을 쏟아내듯 말을 꺼냈다.

“연이가 내가 꺼내 놓은 인형을 같이 놀자고 하더니 다 가져가서 안 줬어요.”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그래서 내가 다시 가져가니까 연이가 또 뺐었어요.”

연이에게 친구 말이 맞는지 묻자, 연이는 작은 목소리로 “네”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교사는 두 아이의 말을 모두 들은 뒤, 말없이 가져간 행동과 그렇다고 소리를 치며 화를 낸 행동이 모두 잘못되었음을 차분히 이야기했다. 그리고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도록 설득했다.

아이들은 교사의 말을 듣고는 금세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괜찮아.”

“나도 미안해.”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돌아서 다시 놀이를 이어갔다.

아이들 세계에서는 “미안해” 한마디면 모든 것이 마무리된다.
가끔은 놀이 중에 감정이 격해져 집에서 들었을 법한 거친 말을 내뱉기도 한다. “야, 이 새끼야!” 하고 소리를 지를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그 순간뿐이다. 교사가 중재에 서면 결국 단 한마디, “미안해”로 상황은 정리된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문득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미안해”라는 말을 얼마나 잘 사용하고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자존심이라는 이름 아래 그 한마디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짧은 두 글자이지만, 어른의 입에서는 왜 그리도 무겁게 느껴지는지.

아이들은 다툼을 배우는 만큼 용서도 함께 배우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가 잊고 지낸 것은 사과하는 방법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용기인지도 모른다.

월요일 연재
이전 07화오빠, 몇살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