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그리고 앞으로 2년
오늘은 도쿄에서 세 번째 맞이하는 12월 31일이다.
일본에서의 12월 31일은 내일부터 시작하는 연휴를 미리 준비해야 하는 날이다. 많은 곳들이 새해 첫날부터 3일 정도를 쉰다. 동네 마트도 예외는 아니기에, 연휴 기간에 먹을 것들을 준비해놓지 않았다면 오늘 마트에 가야 한다. 신선 코너를 채우고 있는 야채나 과일, 고기가 오늘 오후부터는 값도 싸진다. 저녁이 가까워질수록 마트 물건을 더 싸질 것이고 마트 내 신선 코너는 빠른 속도로 텅텅 빌 것이다. 고기를 살 생각이 있다면 너무 늦지 않게 마트에 가야 한다. 지난 두 번의 경험이 알려준 것들이다. 연휴 동안 먹을 양배추나 사야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마트에 갔다가 할인 스티커가 붙은 야채들을 장바구니 가득 넣고 나온, 2025년의 마지막 날. 2025년 12월 31일 수요일, 지난 두 번의 마지막 날들과는 달리 새해에 대한 기대가 부풀고 있다.
2023년 12월 21일 밤, 두 아이와 함께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그해 10월에 먼저 일본에 와 있었던 신랑이 우리를 마중 나와 있었다. 각자 하나씩 끌고 온 트렁크를 밀며 택시 승강장으로 움직였다. 택시를 타고 도심을 가로질러 달렸다. 기분과 달리 청명한 밤하늘을 따라가는 택시 안에서 일본 광고 방송을 들었을 때야 비로소 실감이 났다. 우리가 일본에 왔구나, 살러. 도심의 가로수 불빛이 굳어 있는 큰 아이 얼굴 위를 오르락내리락 바삐 흘러갔다. 호기심에 가득 찬 둘째는 보호자석 뒷면에 달린 광고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불안했다. 자꾸만 내가 잊고 온 것은 없을까. 내가 나를 계속 의심했기 때문이다.
도쿄에 온 지 2년이 지나간다. 도쿄에 막 도착했을 때 우리는 우리를 믿지 못했다. 매일매일이 눈물로 얼룩졌다. 시간이 지나면 다 적응한다는 주변인들의 말을 믿지 못했다, 그때는. 우리가 이 생활에 적응하는 날이 온다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었다. 앞으로 2년 남짓의 시간을 남겨둔 지금, 우리는 적응해 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로 바빠지기 전에, 도쿄의 시간들을 돌아보고 기록하고 싶었다. 예민한 십 대 아이와 해외생활을 하게 될 어떤 이가 자신의 나약함을 보기 전에 이 글을 읽어주면 좋겠다. 나처럼, 왜 우리만 잘하지 못하는가, 나는 왜 이렇게 형편없나, 하는 생각들을 펼치기 전에 제발 이 글을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엄청난 환경 변화에 따른 당연한 일들이라고, 그러니까 당신이 미친 게 아니라는 것을 일찍 알아채면 좋겠다. 불행히도 나는 그랬지만. 나와 두 아이의 아픈 경험이 그렇게라도 쓰인다면 기쁠 것이다. 뒤늦게나마 우리의 경험이 쓸모를 찾게 되는 것이니까.
그런 마음으로 2025년 마지막 날, 시작합니다.
(4인 가족이) 도쿄에서 잠시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