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국제학교 고르기

선택 없는 어둠

by 글 쓰는 사람

캄캄한 어둠 속을, 어디를 지나는 것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그저 앞으로만 걸어 나가는, 그런 기분이었다.


3년 전의 나는 몰라서, 진짜 아는 게 전혀 없어서 궁금한 것도 없었다. 아는 게 있어야 질문할 거리도 생기는데 아는 게 없어도 너무 없으니 무엇부터 찾아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도 그러한지 모르겠으나 그때는) 도쿄 내 국제학교 관련한 정보가 정말 없었다. 몇 개 안 되는 인터넷상의 도쿄 내 국제학교 정보를 보고 또 보고 또 읽었다. 혹시 내가 놓친 것은 없을까, 잘못 본 것은 없나 하면서. 그렇게 도쿄 내 국제학교 이름에 익숙해졌다.


그때 많은 도움을 받았던 글은 블로거 네오아빠 님의 글(<일본 도쿄 인터스쿨 미인가 국제학교 조심> 외 다수)이었다. 블로거 네오아빠님의 글을 읽으면서 인가, 비인가 학교에 대한 구분을 알게 되어 도쿄 내 학교를 고를 때 기준을 세울 수가 있었다. 일본과 국제인터스쿨연합의 인가를 받았느냐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한국 교육부 해외소재 학력인정도 확인해야 한다. 한국 교육부에서 학력인정을 하는 학교에 한해서 귀국 시, 영사 공증 또는 아포스티유 확인서를 면제를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홈페이지에서 <귀국학생 등의 학적서류 처리절차 간소화대상 학교목록>를 검색하면 확인 가능하다. 나는 당시 아이들이 재학 중인 초등학교 교직원 선생님이 알려주셔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해외 학교로 나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필요한 서류가 있어 문의했을 때, 교직원 선생님이 한 번 확인해 보라며 알려 주셨던 것이다. 그때, 자료를 받고 많이 놀람과 동시에 많이 좌절했다. 도쿄 내 교육부 학력 인정 국제학교 수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26년 기준, 교육부 인정 도쿄 내 국제학교 수는 열세 곳이다.) 교육부 학력인정 리스트에 있다고 해서 좋은 학교(학력인정일 뿐이지 해당 학교를 보증하는 것은 아님)라는 것은 아니지만 귀국할 때를 생각하면, 기왕이면 교육부에서 학력을 인정하는 학교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하여, 교육부 학력인정 학교를 위주로 리스트를 작성했다.


처음엔 요령이 없어서 번역기를 일일이 돌려가며 학교마다 매번 새로운 메일을 썼다. 세 곳 정도 메일을 쓴 다음에는 메일 내용을 복사해서 붙여쓰기를 했다. 그렇게 다섯 곳 이상의 학교에 메일을 보냈다. 메일 내용은 대략 이랬다. 우리 아이들의 생년월일은 이러이러하고 11월쯤 전학을 고려하는데 너희 학교에 자리가 있을까? 메일을 보내면 당일, 아니면 길어봤자 이틀 안에 답장이 왔다. 날벼락같은 답장이. 대부분 학교가 우리는 자리가 없어,라고 했다. 그 와중에 두 아이를 한 학교에 보내려고 하니 더 힘들었다. 한 아이만 받을 수 있다는 학교도 고려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지금이면 아이들이 다른 학교에 다녀도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때는 그렇게 여유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때가 아니었기 때문에 두 아이를 한 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고집이 있었다. 결국 지원 가능한 학교는 두 곳으로 모아졌다.


두 학교 측의 안내대로 지원서를 작성했다. 한 학교의 지원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복잡했다. 해당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계정을 만든 뒤 시스템에 따라 지원서를 작성하는 방법이어서 간단해 보였는데 그 안에 채워야 하는 내용들은 복잡했다. 다행히 마지막 페이지에서 최종 보내기를 누르기 전까지는 수정이 가능했다. 아이에 대한 많은 정보를 기술해야 했는데, 아이에 대한 정보를 기술하다 종종 시스템이 다운되는 경우가 있었다. 아이의 장점에 대해 서술할 때 번역기를 써가며 쓰니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그럴 때마다 시스템이 다운되어서 지원서를 쓸 때마다 곤란했다. 내용을 쓰다가 다운이 되면 쓰던 내용도 다 날아가버렸기 때문이다. (아, 그때 욕을 어찌나 많이 했던지!) 마음만 급하고 요령이 너무 없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질문에 대한 답을 한글 파일에 저장해 두었다가 복사해 넣기로 시간을 단축했다. 그렇게 지원 시스템을 완료해 나갔다. 반면 두 번째 학교는 홈페이지에 지원 관련 시스템이 없어서 모든 파일을 다운로드해 작성한 뒤 프린트까지 해서 사인을 해야 했다.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지원서 작성의 마지막은 접수비였다. 신랑을 통해 해당 학교에 지원서를 입금했다. 접수비를 입금하자 해당 학교에서 지원이 완료되었다고 알려 주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혼자 힘으로 이걸 해냈다는 게 너무 뿌듯했다. 지원서를 접수하니 자연스레 다음 단계를 꿈꿨다. 바로, 시험 준비. 두 학교 모두 면접과 입학시험이 있었다. 내가 놓친 정보가 있진 않을까 싶어, 일본맘에 들어가 두 학교에 관련한 정보를 찾았다. 하지만, 역시나, 구체적인 정보는 얻을 수가 없었다. 두 학교의 정보는 아니었지만, 다른 국제학교 관련한 글에서 친절한 몇몇 분들의 댓글 덕분에 시험은 어떻게 보고 면접 분위기는 어떠한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지원서 접수를 완료했다는 사실에 들떠 당장 학교에 입학이라도 한 듯이 두 학교의 캠퍼스와 학교 생활을 꿈꿨다. 하지만 들뜸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틀 후, 아이에 대한 많은 정보를 세밀하게 적어야 해서 애를 먹인 학교의 메일이 도착했다. 메일 내용은 대략 이랬다. 미안, 우리 학교는 너의 두 자녀를 받아들일 수 없어. 이유는 묻지 마. 이유를 묻지 말라니, 너무 화가 났다. 접수비가 머릿속을 왔다 갔다 했다. 면접이라도 봤으면 그렇게까지 화가 나지는 않았을 텐데, 너무 화가 났다. 면접 한 번 보자고 하지도 않다니. 겨우 살아남은 두 학교였는데 그중 한 학교가 우리를 보지도 않고 거절하자, 갑자기 그제야 현실이 인지 되었다. 그래 우리 아이들은 영어권 학교에 다니지도 않았고 영어를 잘하지도 못하잖아. 그냥 평범하기 그지없는 한국어만 잘하는 한국인이잖아. 그런데 무얼 바랐어? 생각은 끝없이 비관적으로 흘렀다. 그러다 결국 끝도 없는 어둠 속에서, 이러다가 도쿄에 가도 국제학교는 못 가는 거 아니야? 원치 않는 끝을 상상하고 말았다.


빛 하나 없이 앞이 너무 캄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