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edia Lab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케이틀린 Sep 12. 2021

구독의 힘

공유 경제 다음으로 다가온 구독 경제 시대

관람 기간 연장 연장 후 오늘이 마지막 관람일이었던 <라이프 사진전> - 온라인 라이프 매거진


문득 놀랐습니다. 

주마다 발행되던 매거진의 발행부수가 무려 800만부까지 이르렀다고? 

현재 한국 내에서 유일하게 100만 발행부수를 넘는 매체는 조선일보인데요. 

미국과 인구차이와 종이매체의 전락이 있다고는 해도, 일간 신문과 비교할 수 없이 상대적으로 니치한 "사진 잡지"의 발행부수가 1천만부를 바라봤었다는 점이 충격적이었습니다. 


과거 인터넷은 물론 텔레비전이 없이 음성 매체인 라디오가 가장 대표적인 미디어였던 시대에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소식을 사진으로 생생히 전달한 가장 강력한 시각 매체였음이 분명한 것이겠죠. 요즘은 너무나도 끔찍한 영상이 유투브에 많이 돌아다니지만, 당시 일반인이라면 목격할 수 없는 충격적인 전쟁 속 모습들을 그대로 보도한 것으로 가장 유명한 라이프 매거진은 끔찍한 사진을 보도한다는 항의 또한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정취 넘치는 흑백 사진들과 그에 못지 않은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담은 설명글을 읽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던 중, 잡지 구독 후 마치 드라마 방영일을 기다리듯 잡지 발행일을 기다렸을 과거 사람들이 눈에 선했습니다. 함께 나누어보며 한바탕 토론의 장이 벌어졌을 장면까지두요. 그러면서 다시 생각에 머물렀습니다. 그저 채널을 돌려가며 보는 텔레비전이 아니라, 내가 돈을 내고, 기다려서 받는 구독의 힘에 대해서요.  




어느 순간부터 구독하지 않아도 인터넷에 언제든 검색해볼 수 있게 된 미디어 환경으로 인해 과거의 것으로 치부됐던 "구독"의 개념은 요즘 다시 또 각광받고 있는 듯 하더라구요. 이것에 대해 오늘 글을 써보려 합니다. 앞으로 점점 커져나갈 구독 경제에 대해서요. 


"구독" 이라고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전 구독이라 하면 

십여년 전까지만 해도 집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등 일간신문을 넘겨보며 하루를 시작했던 아버지들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물론 매체뿐만 아니라, 정기 배달시키던 우유나 식재료도 다시 생각해보면 "구독"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언제, 어디서든지 원하는 때에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 쇼핑으로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게되고 원하는 정보를 쉽사리 찾아볼 수 있게되면서 구독 문화는 사라져왔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계속 뒤풀이되나봅니다. 

스마트폰으로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너무나 쉽사리 찾아볼 수 있게된 정보들의 양은 과도하게 많아졌고, 

이에 따라 역설적으로, 이제는 홍수처럼 쳐들어오는 온갖 광고성 정보와 낮은 퀄리티의 정보 들로 인해 검색을 하고 선별을 하는 과정이 점점 더 번거로워짐에 따라, 믿는 브랜드에서 혹은 사람이 제작하고 선별하고 큐레이션한 정보 혹은 상품을 보내주는 서비스가 다시금 핫한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 

비디오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코로나19 시대에 특히 폭발적인 성장을 한 넷플릭스는 플랫폼 서비스 구독 시 넷플릭스 자체 제작 우수한 컨텐츠를 포함한 세계 곳곳의 컨텐츠를 번역 자막과 함께 무제한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로고가 뭔가 눈에 띄지 않으시나요? 


라이프 매거진 로고의 컬러, 디자인과 폰트까지, 

둘이 너무 비슷한 것이 우연의 일치일까 싶었습니다. 


넷플릭스가 가장 주력하는 것 중 하나가 자체 제작 오리지널 시리즈라는 것은 모두 아실거에요. 


마블 혹은 디즈니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넷플릭스의 강점은, 바로 다큐멘터리 부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연적인 문제와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흥미롭고 쉽게 (때로는 과도한 과장을 섞어가며) 기획 제작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한국에서도 큰 인기입니다. 레이디 가가는 물론 블랙핑크 등 유명 셀럽들의 특별 다큐멘터리로도 유명하죠. 다른 매체에서는 볼 수 없는, 차별성 있게 고 퀄리티로 제작된 넷플릭스는 라이프 매거진이 처음 세계 각지의 소식을 사진이라는 강력한 시각적인 매체를 인텐시브한 편집 과정을 거쳐 잡지로 만들었던 라이프 매거진의 철학과 일맥상통하는 듯 합니다. 


물론 이 범주를 넘어가 글로벌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써 크게 성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가장 파워풀한 컨텐츠는 엔터테인먼트라는 점을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기존의 강자인 디즈니와 마블과의 차별점인 다큐멘터리 요소를 잘 키워나간다면 브랜드적인 차원에서 넷플릭스의 가치가 더 증폭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내최초 와인 정기 구독 서비스 '퍼플독' 


조금은 작지만, 와인 러버로써 소개하지 않을 수 없는 곳입니다. 

딱 봐도 아티스틱한 장인적인 이미지를 풍기시는 대표님이 와인에 대한 사랑으로 차린 와인 정기 구독 서비스인데요, 서비스의 구독 유지율은 94%이며, 이탈률은 6% 수준이라고 합니다. 


와인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와 함께 성장할 수밖에 없는 시장 흐름과 함께, 

정기 구독과는 유의미한 차이점을 가지는 "구독" 서비스를 구축했다구요. 

손님이 선택하는 와인을 AI가 분석해 취향에 맞는 와인을 큐레이션한 개인 맞춤형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와인 발송 시에는 항상 와인과 관련된 스토리와 메시지를 담은 카드를 동봉하여 단순히 와인이라는 상품 뿐만이 아니라, 스토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완성형 서비스라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이제 차별성 있는 상품은, 상품 그 이상의 스토리가 담겨있어야 그 가치가 높아지고 

바로 그 점이 최저가 온라인 구매가 아닌, 구독을 하게 되는 이유가 될 것이라는 것을요.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효율적인 구매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더 나아가 감동이 있는, 스토리 있는 구매를 원하고 있는 듯 합니다. 



구독 뉴스레터(?) 


마지막으로 설명드리고 싶은 점은 구독 컨텐츠가 유수 브랜드의 주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되어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제 브랜드들은 잡지나 뉴스, 광고 등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에게 보낸다는 점에서 가장 정확한 메시지를, 정확한 타겟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강력합니다. 

브랜드를 좋아하고 구독하고 있는 높은 관여도의 소비자들에게 손수 맞춤형으로 만든 컨텐츠를 정기적으로 발송하고 있는 예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디올이나 샤넬 등 럭셔리 기업 또한 카카오 채널을 통해 팔로우하는 소비자들에게 주기적으로 새로운 신상품과 뮤즈 모델 등 브랜드에 대한 소식을 실시간으로 공유합니다. 물론, 링크 클릭 한 번으로 바로 구매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민음사 등 국내 주요 출판사 혹인 신세계의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빌리브 등 여러 매체들은 기존의 지면 매체 혹은 수동적인 웹사이트를 탈피하여 생생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이메일 뉴스레터를 발간 중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개의 웹페이지를 돌아다닐 우리의 바쁜 일상 속, 한 번 구독을 해놓으면 다시 기억하여 접속할 필요없이 때가 되면 흥미로운 소식이 담긴 이메일이 발송되는 것이죠. 공유되는 스토리는 바로, 해당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믿음, 공감으로 직결됩니다. 


리테일 뿐만이 아닙니다. 

"컨텐츠 구독" 자체가 상품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첫 번째 예로는 이슬아 작가의 "일간 이슬아 (헤엄 출판사)"입니다. 

월 1만원 구독료 지불 시 매일 한 건의 에세이를 받아 읽어볼 수 있습니다.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오시나요? 


이외에도 다양한 시사 정보에 대한 생생한 뉴스를 커리어와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컨텐츠로 만들어내는 폴인 또한 유명하죠. 이메일 뉴스레터 신청 시, 유료 구독을 하지 않아도 뉴스레터에 발송된 컨텐츠는 하루 동안은 무료로 읽을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커리어리 라는 서비스는 개인 유저가 본인의 직업과 경력을 오픈하고, 업무를 하며 얻은 인사이트와 경험들을 마치 페이스북과 같이 간단한 텍스트+링크 형식으로 공유합니다. 특정 유저를 팔로우하면, 해당 유저가 글을 올릴 시에 푸시알람이 떠서 마치 구독 서비스와 같이 내용을 읽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저는 유료화한 컨텐츠보다, 이런 글들이 더 살아있는 경우가 많아 거의 매일 들어가보게 되는 사이트입니다. 


참, 항상 들어가보는 유저분들에게 감사의 의미에서 링크를 공유합니다. 


이승준 UX Researcher https://careerly.co.kr/profiles/389?fa=search

브랜드 만드는 남자 https://careerly.co.kr/profiles/61932




"구독"이라는 개념과 항상 바늘과 실처럼 따라오는 요소는 바로 "컨텐츠"인듯 합니다. 

브랜딩에서 컨텐츠와 스토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커져가는 요즘, 너무나도 많은 신문사의 기자와 잡지사의 에디터 분들이 기존 매체가 아닌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현상을 목격 중에 있습니다. 다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좀 더 막강한 컨텐츠 기획력이 있는 곳들로 떠나시는 분들도 많은 듯 하고, 어느 인더스트리든지 간에 요즘 능력있는 분들은 퇴사하여 본인 사업을 시작하는 분들이 워낙 많으신 것 같아요. 카페/바 사업을 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매거진에서 취재를 해간다고한들 매거진을 보고 오는 분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오히려 회사 자체 인스타그램을 보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과거에 비해 텔레비전과 신문, 잡지는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물론 정치와 경제 부문은 아직 전통적인 매체에 대한 믿음이 두텁겠지만요!), 


어떤 메시지로 어떤 매체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와 직접적인 라포를 형성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한다면 소규모 1인 사업이나 스타트업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그 어느때보다도 많아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디서 컨텐츠 구독 중인 곳 있어?" 

요즘 저는 친구들에게 자주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질문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다양한 구독 사이트를 정리해놓은 좋은 글이 있어 아래 링크로 공유하며 글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moneyfire/25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