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고전문학 <오만과 편견>, 클리셰는 왜 클리셰?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그와 그녀의 이야기” 속 전략!

by 가넷베리


클리셰(Cliché).


소위 ‘잘 아는 맛’.


너무 자주 쓰여서 진부해진 상투어, 표현, 개념, 상황, 줄거리 기법, 성격 묘사, 수사법 등 보통은 부정적으로 쓰이는 단어지만, 현대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이야기를 통칭하는 단어로 쓰이기도 한다.


지난 회차들에서 여러 작품들을 살펴보며 클리셰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승률이 높을 선택이란 걸 배웠다.


크리에이터로서 반드시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인 이 로맨스 클리셰를, 이번 회차에서 <오만과 편견>을 통해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 한다.


<오만과 편견Pride & Prejudice>


돈 많은 상류층이지만 냉혈한 남주와 평범한 집안이지만 진취적 미인인 여주의 우연한 만남을 그려낸 고전 <오만과 편견>.


남주의 “오만”한 첫인상에 저절로 씌워진 여주의 “편견”을 다룬 콘텐츠로, 국내에선 영화로도 유명하다.


https://www.imdb.com/title/tt0414387/


<오만과 편견>은 표면상으로는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귀족-젠틀리 계급 간 이성애가 핵심 내용이나,

좀 더 깊게 들어가면 오만과 편견으로 색안경을 끼고 인간관계를 대할 경우 어떤 영향과 결과가 있는지 조명한 영국 로맨스 문학 걸작이다.


아시다시피 내용이 흥미진진하다.


‘아니, 내 언니에게 웬 남자가?’
(라고 날 세우며 정작 자기는 남자에게 마킹된 걸 모르는 여주)


‘아니, 내 썸남 집에 웬 친밀한 낯선 여자가?’
(는 사실 남주의 여동생)


거기에 초반부 입덕부정기, 차츰 가까워지다 외치는 “내게 이런 건 네가 처음이야!”까지.


(그들의 오만과 편견이 맞닿는 순간)


“클리셰의 시초가 된 콘텐츠?”


김치찌개 집에 가서 돈을 내면 김치찌개가 나온다. A 김치찌개 집이든 B 김치찌개 집이든 일반적으로 다들 기대하는 맛이 있을 텐데, 바로 그 최소한의 역치 이상으로 충족시키는 맛을 품은 물건이 상품이 된다.


장르 소설에선 아예 이런 것들을 같은 ‘#키워드’로 묶어서 잠재 소비층에게 편리하게 제공하는데, 클리셰도 이 비슷한 느낌으로 해석하면 이해가 쉽다.


프로다운 요령이 지천이다. 현대 웹콘텐츠 중 여성향 장르, 특히 현대로맨스, 로맨스판타지에선 클리셰를 품은 콘텐츠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재생산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다만 꽃노래도 삼세번이란 걸 명심하자. 반복된 클리셰 노출은 독자 피로도를 높이니만큼, 콘텐츠를 만들 때 무분별하게 클리셰만을 담아 만들 경우 승산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니 크리에이터라면 사람들에게 공감과 관심, 사랑을 받을 콘텐츠를 연구하되, 그 안에 개성을 담고 퀄리티를 높일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세상의 재밌는 콘텐츠, 그중에서도 현대까지 살아남은 고전엔 확실한 생존 전략과 이유가 있다.


최대한 깊게 생각하면서 힌트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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