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현재에 머무르기

중학생 아들과 시험공부를 하다가

by 가로등

15세 아들에게 무엇인가를 직접 가르쳐 주는 것은

이제 효과가 크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대학교 공부를 하고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신문을 읽고

새벽부터 공원을 달리고

미사를 드리고

기도를 하고

직장을 다니고

책임을 지는 역할을 하고..


우리 아이는 그런 내게서

무엇을 보고 있을까


이것도 아닌가 보다


어떻게

무엇을

모르겠다.


시험기간이니 밥이라도 직접 해주자.

반찬 하나, 갓 지은 밥 한 그릇

쟁반에 담아 준다.


아이가 공부할 때

옆에서 오답을 읽어주다가

갑자기 주변이 산만해서

정리를 하다가

청소기까지 돌리기 시작하니

아들이 혼자 하겠다고 한다.


대신 옆에 있어달라 한다.


뭘 할까 하다가

나도 아들의 행동과 비슷한 동작을 해야겠다 싶어서

책을 펼치고 따라 써본다


기도를 하듯이

기도초를 켜고

작은 십자고상을 세워두고

나는 그 앞에서 성경 필사를

아들은 반대편에서 역사 공부를 한다.


내가 쓰고 있는 문장들은

좋은 말씀들일 것이다.

사도 바오로는 편지에서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반복해서 전한다

보이는 형제를 사랑하지 못하면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은 어찌 사랑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보이지 않아도 믿을 수 있다면

우리의 에너지는 달라진다는 것을 믿는다.


어느새 각자 마음을 쏟고 있는 느낌이

우리를 감돈다

거실 저편에 앉아있는 남편도 조용하게 뭔가를 하고 있다.

자기 방에 있는 둘째도 스스로 수학문제를 풀고 있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변화.


각자 하던 일들을 한 시간대에 모음으로서

에너지의 흐름이 생긴다

그럼으로써

지금 이 순간에 마음을 두게 된다.


먼 미래도, 과거도 아닌 바로 지금

바로 여기.


우리의 행복이 생성되는

바로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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