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순간들을 연결하며 의미를 찾아보자
한때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대학교 졸업 연설을 꽤나 반복해서 들었었다. 그의 명확한 발음이 정말 좋았다. 내용 중에서는 ‘connect the dots’라는 말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인생의 어떤 지점들을 연결해서 의미를 찾아가라는 얘기로 이해했다. 가끔씩 나의 오늘은 어떤 점들과 연결되어 어떤 모습이 되어갈지 정말 궁금해지곤 한다. 그런 호기심이 발동할 때 살아있다는 사실에 압도당할 만큼 벅차오르곤 한다.
며칠 전에 같이 점심을 먹던 후배님이 내게 자신의 어떤 지향을 위해서 기도해 달라고 했다. 나는 그분을 위해서도 가끔은 기도를 드리곤 하던 터라 그런 요청은 일상적이라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물론, 그의 ‘지향‘ 또한 나도 그렇게 되길 바라던 바다. 너무 자연스럽게도 정말 잘 된 일이다.
오늘은 새벽미사에 가서 제단의 십자를 바라보며 그의 지향을 떠올리고 있을 때, 마음이 문득 평온해졌다. 그냥 다 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일은 다 되어 있는데,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떤 발걸음을 내딛느냐에 따라서 삶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이미 다 됐구나.‘
미사를 마치고 나올 때 한 자매님이 나를 기다렸다가 인사를 나눠주셨다. 반갑고 고마웠다. 그분이 먼저 마음을 열어주시고, 내가 그 마음에 응답함으로써 우리는 어떤 경계를 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욱 고마웠다.
출근을 하면서 올림픽 공원의 느티나무들이 가지 끝에서부터 붉어지는 모습을 바라봤다.
성당에서 떠올랐던 그 평온함. 모든 것이 거칠 것이 없이 온전하고 완전한 그 평온함. 환하다는 것 이외에는 어떤 이미지로도 형상화하기 어려운 그 모습이 우리 삶의 이면에 무한히 존재하고 있다면, 삶에서 겪는 일들은 그저 지나가는 일일뿐이다. 그 평온함이 바로 내 존재의 ’ 희망‘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살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엮어서 희망을 만들어내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찌 보면 그것은 층위가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이고 그 레벨에 의식을 둘 때 인식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붙잡고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마음이 점점 가벼워졌다.
내게 기도를 청하는 한 사람의 마음이 내게 거는 기대감이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진심으로 고마웠다. 나는 그 일로부터 삶의 희망을 알아보는 마음까지 갖게 되어 더더욱 고마웠다. 이 일들은 후배님이 의도한 것은 아니므로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나의 몫이었던 것이다.
문득, 후배님의 발음이 무척이나 정확하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생각보다 더 많은 점(dots)들이 연결되어 오늘에 이르렀구나 싶다. 살아있다는 것이 그다지 무겁지만은 않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