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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근 Oct 20. 2023

어디에서도 답을 찾지 못할 때

33살에 찾아온 첫번째 생각성장 

첫 번째 생각성장의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답을 찾지 못했을 때, 
그럼에도 답을 찾고 싶어 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이야기다. 




내 첫 번째 생각성장은 어디에서도 답을 찾지 못했을 때, 그럼에도 답을 찾고 싶은 열망이 나를 극도로 몰입된 상태를 만들면서 경험하게 되었다. 그 당시 몰입의 경험은 지금도 신기하다고 여길 만큼 오래도록 남는 신기한 경험이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 감각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만큼 특별한 경험이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질문에 질문을 더해 그 끝에 답을 얻으면 그 순간 마치 내 뇌가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을 가져다준 그런 느낌이었다. 이 경험으로 나는 마치 멈춰있던 내 뇌가 작동하기 시작하는 느낌을 받았게 해 준 경험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저 신기한 경험으로만 여겼었다.      


내 첫 번째 생각성장을 도왔던 그날, 아니 그 당시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그 당시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이야기해 본다.      


그때 당시 33살이었던 나는 쇼호스트학원 실장으로 근무하다가 퇴사를 한 상태였다. 이 시기에 평소 알고 지내던 방송사 성우로 활동하는 지인이 준비하는 목소리 전문 학원 개원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였다.     

새롭게 시작하는 목소리 전문 학원이지만 내가 일했던 학원과도 연결고리가 있다는 생각에 제안을 수락했다. 그리고 바로  학원개원부터 교육과정까지 학원준비에 함께 참여하며 내 나름대로도 새로운 변화라 생각하며 준비에 열을 올렸다. 드디어 새롭게 수강생이 들어오고 외부 강사들이 와서 강의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런데 강의가 시작되면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그 문제는 내가 전에 활동하던 방송진행자가 와서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닌 뮤지컬, 성악, 성우, 연기, 등의 분야의 강사들이 와서 수강생들에게 목소리 훈련을 시키는 관경을 내가 목격하게 된 것이다. 내기 전에 방송진행자를 육성하는 학원이었고 그곳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 내 눈앞에서 펼쳐진 것이다.       


첫 수업을 준비하며 내가 예상했던 목소리 훈련과 첫 수업에서 보는 실제 목소리 훈련은 그 간극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방송진행을 기반으로 한 내가 있던 학원에서는 주로 서서 목소리를 튕기듯 스타카토로 끊어서 연습했다. 하! 하! 하! 하며 소리를 뱉는 연습과 소리를 길게~~~ 뽑는 연습을 중심으로 연습했다. 좀 더 강도 있게 할 때는 벽에 붙어서 하거나 숙여서 연습을 했다, 그 외 호흡훈련과 다양한 방법이 있었지만 훈련방법은 맥락상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뉴스나 사설을 가져와 평소보다 3배 정도 크기로 스타카토로 끊어서 문구를 읽는 방법으로 훈련했었다. 이 생각으로 첫 수업을 확인 한 나는 처음 보는 훈련방식에 충격을 받았다. 우선 서서하지 않고 바닥에 매트를 깔고 수강생들이 스트레칭과 함께 몸을 뒹굴고 있었다. 신발도 벗은 상태였고 복장도 트레이닝 복장이었다. 사전에 운동복을 가져오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그때는 왜 가져오라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관경을 보니 충분히 이해가 갔다. 수업이 끝나고 나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모습에 멍하니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장면을 학원장 형에게 논의하고자 이야기했지만 이야기를 듣고 난 후 학원장 형은 잘하고 있다며 아무 일 없이 수업은 계속 진행됐다. 다음날에는 학원장 형의 수업이 있었다. 형의 수업도 확인하기 위해서 나는 수업에 잠시 참여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타를 들고 들어와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노래만큼 발성연습에 좋은 게 없다면서 1시간가량 노래를 부르고 그다음은 상황 극을 하기 시작했다. 30초간 실제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그 상황의 소리를 내라는 것이었다. 이 모습은 나에게 더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평소 쇼호스트, 아나운서, 리포터 등 방송진행자 학원에서 관리자였던 내 입장에서는 처음 보는 신기하고 또 다소 엉뚱해 보이는 방법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도 많은 강사들이 와서 수업을 하는 것을 보고 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처음에는 학원장 형에게 적극적으로 학원 교육에 문제가 있음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강사들이 진행하는 방식이 유사해 보이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부터는 나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때 내가 겪은 느낌은 아주 이상하고 어색하고 또 이질감이 들었다. 하지만 강사들은 각자 분야에서 전문가들이었다. 그러니 이상할 리가 없었다. 그 순간 갑자기 머릿속에 한마디가 떠 올랐다.     

“여기서 진행하는 목소리 훈련방식이 잘못된 게 아니면. 

내가 무언가 중요한 걸 빼먹고 있는 건가? “     




[ 자각과 동시에 무너짐 ]

갑작스러운 생각에 어지러움을 느꼈지만 나는 생각을 다시 붙잡고 다시 생각해 봤다. 성우출신의 학원장, 뮤지컬, 연기자, 성악, 등은 전문 분야이다. 나는 아나운서, 쇼호스트, 리포터 등의 방송진행자 과정을 운영했었다. 그럼 같은 목소리라고 해도 내가 무엇인가를 빼먹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순간 생각하나 가 스쳤다.      

“만약 내가 중요한 무엇인가를 빼먹고 있어서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나는 목소리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이 생각이 내가 나를 봤을 때 딱 내 상황 같았다. 그리고 내가 내 생각을 스스로 맞다고 결정을 내렸다. 결정을 내리는 순간 나는 나를 지탱하던 그동안의 경험들과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단순히 은유적 표현이 아닌 실제로 무너지는 느낌이 하나하나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다. ]

나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내 분야에서 전문가로 일을 해오고 있었다는 생각이 사실 아무것도 아니고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수강생에게 제공하던 스터디도 종료하고 목소리나 방송진행과 관련된 질문을 하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일주일이 넘어갈 때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대로 주저 않을 수 없다는 마음이 피어올랐다. 야간공고에 수능 400점 만점 중 106점이 고작 내 인생이라 여겼던 내가 그래도 내 나름대로 몸담을 분야를 찾았고 또 나아가고 있다고 여겼는데 이렇게 무너지다니. 무엇보다 아무것도 아닌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준 많은 이들에게 진심으로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었다.      

나는 무너진 마음을 다시 재정비하고 내가 빼먹고 있었던 그 퍼즐 같은 미지의 무언가를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그것만 알면 다시 나를 세울 수 있을 꺼라 생각이 들었다.      

이 이후로 나는 퍼즐조각을 찾기 위해 주변인에게 묻고, 분야 전문가에게도 묻고, 방송하는 친구들에게도 물었다. 내 질문을 들은 많은 사람들은 내 질문이 이상했는지 내가 묻는 질문을 이해 못 하거나 또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결국 내가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없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꿔보기로 했다.      

평소 잘 가지 않던 도서관에 가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단어들을 중심으로 책들 사이사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스피치. 연극. 관련서적을 보다가 소리에 관련된 책을 찾아보았다. 그럼에도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았다. 그 범주를 벗어나서 파장, 파동. 물리학, 인체학, 생물학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의 신체를 기반으로 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어떤 식으로 형성되는지 그 실마리를 찾아 헤맸다. 그럼에도 내가 원하는 퍼즐은 나타나지 않았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도 다양한 검색을 해 봤지만 역시나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내가 빼먹고 있다는 그 미지의 퍼즐을 한 달 넘게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 아무도 답을 알려주지 않았을 때 ]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봤지만 답을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멍하니 방안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뭐가 문제인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뭘까.”

“목소리의 특징은 뭐지?”

“목소리는 파장이지~”

“그럼 파장은 뭐지. 또 파장은 어떻게 만들어지지”

“소리가 사람과 동물의 차이가 어떻게 차이가 나지?”

“작은 새가 멀리까지 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이유는?

“개구리는 왜 저렇게 울까”     

그동안의 목마름 때문이었는지 머릿속의 질문들이 쏟아지 듯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점점 질문은 질문을 파고들었고 1시간, 3시간, 10시간, 시간은 순식간으로 흘러갔고 나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 생각에 생각이 더해졌다. 하루, 이틀, 삼일이 지났고 도무지 멈춰지지 않는 생각들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잠자리에 들면서도 계속 이어졌다.      

나는 내가 잠에 들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의식은 선명했다. 내 앞에는 물가가 있었고 내 앞에는 조약돌들이 있었다. 무심결에 돌을 물가에 던졌다. 돌을 던진 연못에 퍼져가는 물의 파장을 보고 또 보았다. 무심결에 옆을 보니 사슴 한 마리가 서 있었다. 나는 사슴에게 다가가 소리를 한번 들려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자 이번에는 날아가면서 느껴지는 바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다시 땅에 도착하자 개구리가 울고 있었고 귀뚜라미도 울고 있었고 그렇게 세상 모든 존재가 울고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잠에서 깨어났 다.      

잠에서 깨어난 후로도 이 생생한 꿈은 마치 현실처럼 잊히지 않았다. 그리고 잠을 자기 전과 꿈을 꾼 후 일어나기까지 생각이 계속 이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꿈과 현실이 연결되고 또 경계가 없어진 느낌이었다.      



[ 생각이 하나처럼 연결되는 경험 ]

그렇게 며칠이 흘렀을 까. 나는 내 몸이 많이 힘들어한다는 느낌을 받고 안 되겠다는 마음에 가볍게 조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집 근처에 산책길이 잘 다듬어져 있었기에 그곳으로 향했다. 나가는 발걸음은 생각보다 가벼웠고 하늘은 맑아서 걷는 길이 생각보다 상쾌한 느낌을 주었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최대한 생각 없이 가볍게 길을 걸었다. 그렇게 10분 정도 걸었을 때쯤, 갑자기 머릿속에서 “번쩍”이며 순식간에 그 퍼즐 같은 답이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알고 싶어 했던 마음으로 찾아보던 정보들과 내 경험들이 서로 연결되는 느낌과 함께 마지막에는 하나의 덩어리처럼 묶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 미지의 영역 같았던 퍼즐의 이름은 바로 ”중력”      




[ 술술 풀리는 생각들 ]

나는 막 생각난 중력이란 퍼즐로 내가 알고 있는 목소리를 풀어보았다. 그러자 정말 신기하게 술술 풀려나갔다.      

기본적으로 목소리를 생각할 때는 목소리만 생각해서는 안되고 우리 몸이 중력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두고 이를 바탕에서 벽돌을 쌓듯 나아가야 한다. 사람이 소리를 내는 것 자체는 횡격막 근육을 움직여 소리를 아래에서 위로 처내는 근육운동인데 이 근육운동은 공기에 파동을 일으키고 이 파동이 성대에 닿으면 소리로 바뀐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리는 얼굴에서 공명이란 기능을 통해서 더욱 소리를 집중시키거나 볼륨을 키울 수 있다. 목소리 훈련은 횡격막 근육운동과 공명 지점까지 의식하지 않았던 연결을 훈련과 인지를 통해 연결해서 공명지점은 고정시키고 배의 근육 힘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이 훈련이 기본적인 목소리훈련이다. 그리고 내가 궁금해했던 맥락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사람은 누울 때, 숙일 때, 서 있을 때, 중력을 받는 상태가 달라진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중력 방향은 고정되어 있으니 사람이 자세를 바꾸면 근육이 받는 중력의 방향이  바뀐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누워서, 숙여서, 서서, 목소리 훈련을 할 때는 중력의 영향을 고려해서 목소리 훈련을 해야 한다. 실전은 서서 하지만 처음 목소리에 감이 없을 때는 누어서 하는 것이 좋다, 숙여서 할 때는 배에 힘을 주는 자세가 되기 배에 힘을 주며 목소리를 사용하는 감각을 키우기 좋다.       

나는 이렇게 점점 풀려가는 내용들을 보면서 그 자리에서 자세를 만들어서 훈련을 해 봤다. 그리고 결과는 놀라웠다. 훈련을 하기 전과하고 난 후가 확실하게 바뀌는 것이었다. 목소리는 몇 달에서 몇 년은 해도 바뀌기 쉽지 않은데 이렇게 직접 내가 겪어보니 이전에 생각했던 목소리 편견도 깨지는 것 같았다. 결국은 잘 모르면서 아는 척을 했던 것이었다.     

나는 곧바로 학원에 가서 학원 수강생들에게 내가 만든 따끈따끈한 방법을 적용해 봤다. 그러지 역시나 결과는 놀라웠다, 그리고 수강생들도 놀라워했다.      

이 결과는 내 인생을 바꿔 놓았다. 야간고 출신의 수능 400점 만점에 106점이란 성적에 자신이 부끄러웠던 학생이 사회에 처음으로 스스로 자랑스럽고 대견하고 내가 나여서 참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짜릿한 경험이 바로 내 인생의 첫 몰입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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