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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근 Oct 20. 2023

생각성장 이후 생긴 습관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는 질문을 시작하다.

첫 몰입의 경험으로 나는 책이나 정보검색을 통해서 정보나 문제 해결방법을 찾는 것에서 벗어나 내가 직접 질문을 던지고 관찰하고 또다시 질문을 던지는 방법으로 바꾸면서 스스로 직접 찾아보고 관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바꿨다.  


이런 내 모습을 보던 주변 지인들은 학창 시절에 다 배운다. 라며 궁금한 건 책에 다 있으니 찾아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그래도 내가 직접 하나하나 풀어보고 싶었다. 틀려도 상관없이 내가 어디까지 생각할 수 있는지를 실험해보고 싶었다. 어쩌면 이번에 겪은 몰입이란 경험이 내 생각을 성장시키고 도구처럼 쓸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불]

여러 가지 시도를 하던 중 흥미로운 주제를 발견했다. 그 주제는 바로 "불"이었다. 아무렇지도 않고 흔하게 쓰던 이 불을 앞서 목소리를 풀었던 것처럼 한번 풀어보고 싶어졌다. 막연한 불안감도 있었고 앞서 몰입에서 경험한 것이 사실 아무것도 아니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그럼에도 시도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바로 시작했다. 


"불이란 어떤 녀석일까"

이리저리 불을 보며 어떻게 접근할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가장 친숙한 방법으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내가 평소 표현하길 종이에 불을 붙이면 종이는 불에 탄다." 

라고 생각해 봤다. 그리고 여기에 질문 하나를 더 던져봤다. 


"종이가 불에 탄다는 것은 불이 종이에 옮겨 붙어 타는 것인가? 아니면 불은 촉매 역할만 하고 그 이후부터는 종이가 자기 스스로를 태우는 것인가."


여기까지 생각한 후 더 이상 불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질문을 던져도 이 이상 들어가지 못했다. 그렇게 3일 정도 지났을 무렵 나는 이 정체된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내 나름대로 가설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세워 보기로 했다.


[불을 이해하기 위한 나만의 가설]

만약 종이에 불을 붙이지 않는다면 종이는 약 100년 동안 존재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100년 동안 존재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는 것이고 이 에너지는 특별히 문제가 없다면 100년은 지속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던 어느 날 100년 동안 쓸 에너지를 단 3초면 다 쓸 수 있게 해주는 촉매가 나타난다면 어떨까


[불이란 이름이 촉매라는 이름으로 재정의 되다.]

그렇다면 우선 이 촉매는 어떻게 역할을 할까, 예를 들어 보면 좋을 것 같아 복싱을 생각해 봤다. 복싱선수가 샌드백을 칠 때 가볍게 툭! 툭! 친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이 샌드백을 치는 속도를 점점 빠르게 친다,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샌드백은 점점 뜨거워지고 뜨거워질수록 100년을 사용할 수 있는 샌드백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도 점점 가열되어 빠르게 에너지가 소비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소비되는 상태를 노후화된다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생각을 그대로 가져와서 불에 대입해 보자, 불은 촉매로서 복싱선수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종이를 샌드백을 치 듯 때린다. 그 결과 종이가 가지고 있는 100년 동안 사용할 에너지가 3초면 다 소진되도록 불이 때리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때린다는 것은 무엇을 무엇으로 때린다는 것일까, 복싱선수가 샌드백을 친다는 것, 바다가 파도를 치는 것,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것, 눈에 보이는 모습을 지워보면 울렁거리는 듯한 느낌만 남게 된다. 이 울렁거리는 힘이 밀어내면 그 모습은 파장이나 파동 같은 움직임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이고 이 운동이 빨라지면 흔히 진동이 빨라진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친다는 것은 빠르게 진동을 하거나 한 번의 진동이어도 그 진동의 힘이 큰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생각을 여기까지 키우고 나니 자연스럽게 내 눈에 들어오는 제품이 하나 보였다. 바로 "전자레인지"였다. 그 순간 나는 내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아~ 전자레인지의 작동원리가 이런 개념에서 만들어질 수도 있겠구나~"

이런 식으로 접근해 보니 나는 내 생각에 점점 흥미가 생겼다. 


[불, 촉매 그리고 시간]

생각이 여기까지 도달하자 나는 좀 더 생각을 키워보기로 했다. 

100년 동안 쓸 수 있는 에너지를 3초 만에 사용할 수 있게 한다면 태운다는 말로 표현해도 되지만 다르게 표현하면 시간을 빨리 돌린다는 표현으로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 반대로 천천히 흘러가게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이  생각은 자연스럽게 온도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뜨거우면 에너지가 빨리 소진되지만 반대로 차가우면 에너지는 천천히 소진되는 그런 모습과 같아 보였다. 


이 생각도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해 봤다. 물리적으로 같은 물체에 같은 양의 에너지가 있어도 온도에 따라 그 물체의 에너지의 소비량은 달라진다. 소비량이 달라진다는 것은 시간으로 다시 재정의 해 보면 시간이 다르게 흘러간다라고 볼 수 있었다.  


[불, 촉매, 시간, 온도]

나는 이 생각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생각해 봤다. 평소 배가 아플 때 배를 만져보면 배가 차가울 때가 있다. 그렇다면 배의 차가운 부위의 시간과 그 주변 배의 따뜻한 부위는 각 위치별로 온도 차이만큼의 운동에너지의 시간차가 발생하고 그 발생되는 시간 차이가 결국 물리적인 간극을 만든다. 그 간극은 간극만큼 또 그 차이만큼 벌어진다고 표현하거나 틀어진다고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자 평소 배가 아플 때 배가 꼬인다, 배가 뒤틀리 듯 아프다는 표현을 했던 때가 생각이 났다. 이런 온도차로 인해서 평소 배가 아플 때 그와 유사하게 표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통증이라는 모습은 사실 이런 운동의 차이의 간극에서 벌이지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니 지극히 자연스러운 통증이자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후 나는 내가 스스로 던진 질문으로 얻어낸 결과물들을 들여다봤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정답이든 아니든 내 스스로가 이만큼 생각을 만들어 낸다는 것만으로도 내 자존감이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사람을 포함한 생명에게 온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 


[불, 촉매, 시간, 온도 그리고 몰입]

지금까지의 생각을 한발 더 나아가 최근 몰입했던 경험을 여기에 대입해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생각이라는 것도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라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생각이란 에너지가 많이 사용된다면 에너지만큼 시간도 같이 투자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만약 이 생각이란 에너지가 몰입이라는 경험을 통해서 보다 더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한곳에 집중되어 사용이 된다면 '1시간의 몰입된 지점은 평소 한 달 동안 사용되는 양'의 에너지가 투자된 것으로 볼 수 도 있으니 실제로는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흘러간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연구해도 해결되지 못한 과제를 10년 만에 해결하거나 또는 1년 만에 해결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말은 곧 몰입을 많이 한다는 것은 몰입된 지점에 대해서는 시간을 많이 쓰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 생각을 사람의 삶의 길이로 바꿔서 생각해봤다. 사람의 평생을 100년이라고 가정하면 이 100년 동안 쓸 에너지가 있다. 평생 전체에 쓸 100년의 에너지는 있는 그대로 쓸 수 도 있지만 이 에너지를 한곳에 집중해서 사용하면 전체 100년 동안 쓸 에너지는 한곳에 집중하기 때문에 최소한 집중된 곳은 100년보다 더 많이 쓸 수 있게 된다. 집중해서 쓸수록 1000년이 될 수도 있고 만년이 될 수도 있다. 에너지는 곧 시간이라면 그렇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은 두 사람이 똑같이 100년을 산다고 해도 누군가는 최소 만년 이상의 에너지를 쓰고 시간을 흘러 보낸 지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그 몰입된 지점은 그만큼 에너지가 투자되었기에 누구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봤다. 


생각을 이렇게 키워보니 같은 에너지를 어떻게 쓰는가가 상대적인 결과물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몰입을 잘 활용하면 탁월한 결과를 만들 수 있지만 몰입을 전혀 쓰지 못한다면 그 반대의 결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까지 생각하니 몰입을 한다는 것은 결국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처음 시작했던 "불"이라는 하나의 주제가 점점 확장하는 과정을 보고 있으니 지금 내가 생각한 생각이 맞나 싶었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해낸 결과물을 보고 있으면 나는 지금 것 왜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나에게 이런 기질이 있는지를 30살이 넘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실소가 터져 나왔다. 나는 그럼에도 아직은 그저 내 개인적인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이 생각이 아주 유용하게 사용될 날이 있겠지 하는 생각만 가져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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