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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품 May 21. 2024

요즘 그래서 잘지냄

24.05.21 


밥집을 운영하면서 스스로에게 더 솔직해지고 있다. 그건 안으로는 지금의 나에게 온전히 충만함을 느끼는 것이고, 밖으로는 나를 표출하는데 어떤 걸림도 없다는 것이다. 누가 뭐라든 상관이 없다. 종종 남의 음식을 보면서 욕심을 낸다. 내가 먹어보지 않고, 만들어보지 않은 음식을 나는 할 수 없다. 당연하다. 내가 경험한 세계만이 세계의 전부일 수밖에 없다. 먹음직하고 예쁜 플레이트는 그림이고 사진이다. 만약 먹어보았다면 경험이고 그렇다고 내가 다 만들 수 없다. 혼자 먹을 때는 이런저런 실험도 하겠지만 나는 당장 매일 밥상을 차려야 한다. 이 현실이 나를 더 두발 딛고 있는 지금으로 데려다 놓는 걸 요즘 아주 많이 감사한다. 그렇지 않고 욕심이 더해지면 조급함과 스트레스수치는 상승하고 낮은 자존감이 기승을 부리려 하기 때문이다. 이 순간을 잘 포착하는 건 나에게 있어서는 근본적으로는 요리를 하는 것을 넘어 인생을 사는데 더할 나위 없이 중차대한 일이다. 오랜 시간 이걸 연습해 왔다. 나를 괴롭히는 대상이 나였다는 걸 자각하는데도 오래 걸렸지만, 이후 그런 순간을 포착하고 잠시 숨을 고르고 그런 나를 들여다보는데도 오랜 연습이 필요했다. 요즘은 이 연습장이 밥집이 되어준다. 그럴 거라고 예상했던 건 아니지만. 여러 동료들과 함께했던 일과는 성격이 아주 다른 지금의 일은 누군가의 평가까지 온전히 내가 수용하고 책임져야 하기에 나에게 더더더 솔직해야 만한다는 걸 알았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살지 못할 거란 건 알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잡아 흔들고 밖으로부터 휘둘리며 나는 아마 크게 찢어지고 상처투성이가 될 수 있는 성향이란 걸 그동안 알아온 성과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밥집은 나를 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내가 갖지 않은 것, 욕심에 어두워지는 순간을 포착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머무르면 찾아오는 평화를 어떻게 설명할까. 나는 나인 것으로 충분하다는 배부름, 포만감. 누구처럼 일 필요가 없으며 어떻게 보일까로 소모적일 필요가 없다. 이 연습장에서 나를 들여다보는 것에 게으르지 않는다면 나는 지금처럼 밥집을 찾는 분들을 환하게 웃어 맞이하고 배웅할 수 있다. 설사 맛없다는 표현이 역력한 손님일지라도. 게으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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