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18
강아지 감자는 하루 세 번 산책을 한다. 실외배변을 하다 보니 출근 전 새벽과 늦은 오후, 밤에 보통 아파트단지를 돌아 볼일을 본다. 나는 깜깜한 상태에서 산책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겨울이 접어들면서 밤이 길어지는 것이 새벽산책시간에 장애가 되기 시작했다. 일단 검은색이 회색으로 명도를 밝혀나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어스름은 눈돌릴 때마다 놀라운 속도로 사라졌다. 아무튼 나는 매일 창밖을 보며 검은 공기가 회색의 빛을 가미되기를 기다렸다가 주섬주검 옷을 입기 시작하고 감자까지 나갈 채비를 하면 낮처럼은 아니지만 시야가 꽤나 괜찮아졌다. 그렇게 5분 7분 10분... 결국 1시간이 평소보다 늦어진 새벽산책. 창밖을 살피는 이른 아침의 루틴은 밤이 길어지는 것을 절로 실감하게 했다. 출근 전 산책시간은 나의 오전루틴이므로 시간이 늦어질수록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1시간이나 산책시간이 늦어진 지금은 아예 출근 전 루틴의 순서를 바꿔서 마음 편해졌지만 되려 5분 10분 늦어질 때가 조급했다. 그래서 작은 방에 불을 켰다. 방에 불을 켜면 밝아지는 실외가 잘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누군가에게, 달에게, 해에게 알아달라는 조급한 발버둥 같은 거였나 보다. 왜 이렇게 늦는 거야며 더 조급한 어느 날, 방에 불을 껐더니 까만 밤에 이미 어스름이 온 지 꽤 지난 후였다. 불을 끄니까 더 잘 보였다. "에?"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너무 신기했다. 또 놀랐다. 그리고 많이 무안해졌다. 잘 보려고 했는데 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걸 잊고 또 불을 켠 날, 여지없이 까만 밤이 사라지는 찰나를 놓쳤다. 아차하고 방 불을 껐을 땐 이미 까만 밤을 지나가버렸다. 밝은 곳에서는 까만 밤이 더 잘 보일 거라 생각했다. 뭐든 눈앞에 있는 걸 더 확연하게 보려면 불을 밝히니까. 그게 틀린 건 아닌데, 내가 보려던 걸 보는 방법이 잘 못되었다. 어두운 곳에서 더 잘 보이는 까만 밤. 까만 밤이 온전히 하얗게 되기까지 하얀색을 더해가는 짧은 순간은 어두운 곳에서 실감 나게 찾아졌다. 오로지 밝기만을 기다리는 나에게 그래서 밖만 쳐다보던 나는 불과 얼마 안 되는 몇 분 사이 엉뚱하게 찾고 있다는 무안과 보는 법을 알았다는 환희가 교차했다. 지금은 까먹지 않고 불을 끈 상태로 어스름을 찾는다. 그래서 다행이다. 보는 법을 알아서. 그리고 짧은 시간에 벌어지는 큰 자연의 시간과 변화를 알아낸 것 같아 괜히 으쓱하다. 이제 곧 짧아지는 밤을 실감하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