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좀비딸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다

by 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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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연출: 필감성
각본: 필감성, 김현
개봉: 2025.07.30
장르: 코미디, 드라마, 판타지, 휴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국가: 대한민국
러닝타임: 114분


"나의 딸은 좀비다.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유일한 좀비" 댄스 열정을 불태우는 사춘기 딸 ‘수아’와 함께 티격태격 일상을 보내는 맹수 전문 사육사 ‘정환’. 어느 날 전 세계를 강타한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딸 '수아'를 지키기 위해 '정환'은 어머니 '밤순'이 사는 바닷가 마을 '은봉리'로 ‘수아’와 함께 향한다. 감염자를 색출해 내려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수아'가 어렴풋이 사람 말을 알아듣고, 평소 좋아하던 춤과 할머니 ‘밤순’의 따끔한 효자손 맛에 반응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절대 '수아'를 포기할 수 없는 '정환'은 호랑이 사육사의 오랜 경험을 살려 좀비딸 트레이닝에 돌입하는데... 맹수보다 사납고, 사춘기보다 예민한 좀비딸 훈련기! 가장 유쾌한 극비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지난주에 가족들과 함께 보고 온 영화 <좀비딸>.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이라는 웹툰이 원작인 작품인데 원작을 본 적 없던 나는 예고편만 본 채로 본편을 시청하게 되었다. 코믹한 장면들로 가득 채워진 영화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감성을 자극하는 부분이 꽤 있었다. 초반에는 '예상한 것과 조금 다르네. 살짝 루즈한가?' 싶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영화 속 스토리에 빠져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가족 간의 사랑을 다루다 보니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원작을 본 사람들의 경우 실사화를 잘한 작품이라고 평가하기도 할 만큼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정환과 수아는 투닥거리면서도 사이좋은 부녀 관계이다. 수아의 생일을 맞은 어느 날 그들은 함께 밥을 먹으며 평화로운 한때를 보낸다. 하지만 그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이웃 주민들이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며 혼란이 시작된 것이다. 둘은 다급히 정환의 엄마이자 수아의 할머니인 밤순이 있는 은봉리에 내려가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무사히 은봉리에 가는 듯했으나, 도중에 수아가 좀비에게 물리고 만다. 실제로 이런 일이 생긴다면 너무나도 끔찍할 텐데 <좀비딸>은 이러한 상황을 재치 있게 풀어내었다. 현실감, 다급함이 느껴지는 부분과 웃음을 유발하는 부분을 적절히 믹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정환과 수아가 좀비인 척 연기하며 좀비 떼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장면이 재미있었고, 그래서 기억에 남았다. 사실 나는 <부산행>도 힘들게 봤을 만큼 좀비물을 잘 보지 못하는 편인데 어느 정도 유쾌한 연출 덕분에 부담 없이 시청할 수 있었다.


정환과 수아는 어찌어찌 은봉리에 도착하는 데 성공하지만, 좀비에 물린 수아는 결국 좀비가 된다. 해결책을 찾으러 병원에 간 정환은 그곳에서 감염자가 사살되는 걸 목격하고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온다. 정환은 수아가 다른 이들에게 사살되도록 하느니 직접 땅에 묻으려 하는데 차마 딸을 죽이지는 못한다. 그러던 중 정환과 밤순은 수아에게 인간일 때의 기억이 남아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수아가 추억이 있는 장소에 가기도, 연습하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기 때문이다. 다른 감염자들도 수아와 비슷한 상황이었을까? 기억 저편에 감염되기 전의 기억이 남아있는 이들을 정부가 그냥 사살해 버린 걸까? 100% 좀비로 변한 게 아니라면 그 기억을 활용해 치료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해 볼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못했던 건지 의문이 들었다. 좀비의 수가 감당할 수 없이 많았다거나, 치료할 때까지 격리시키기에는 너무 위험했다거나, 제대로 살피지 않아 인간의 기억이 남아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거나 하는 이유 말이다.


정부는 감염자를 신고하지 않고 숨기는 건 불법 행위라고 발표한다. 그럼에도 정환은 수아가 기억을 찾아 다시 인간이 될 수 있도록 훈련시켜 보기로 한다. 밤순과 함께. 그리고 정환의 고향 친구인 동배와 함께. 수아가 사람을 물지 않게 거듭 트레이닝시키고, 기억을 되살릴 수 있도록 수아가 평소 연습하던 노래에 맞춰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밥도 잘 먹이고, 씻기도, 재우는 등 최선을 다한다. 일기를 쓰며 기록까지 해나간다. 수아가 밤순의 효자손을 무서워하는 모습과 정신없이 훈련하는 모습 등 유쾌하게 연출된 장면이 많았지만, 실제로 정환의 심정이 어땠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해졌다. 한순간에 변해버린 딸을 어떻게든 다시 되돌려보려는 그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딸이었기 때문에 그 부성애로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노력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수아는 정환의 친딸이 아니라 조카였다. 수아는 정환 누나의 딸이다. 돈만 밝히고 폭력적인 남편에 시달리던 누나가 사고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정환은 그 사고에 자신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연으로 원래도 자신이 예뻐했던 수아를 친딸처럼 키우게 된 것이다. 누나의 사고를 경험한 것도, 혼자서 수아를 키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이제는 그 딸이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시련까지 겪어야 한다는 게 조금은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딸을 포기하지 않으려 애쓰는 정환에게 응원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정환의 진심에 수아도 서서히 화답하기 시작한다. 트레이닝을 거듭한 결과 수아가 더 이상 함부로 사람을 물지 않게 되자 정환은 수아를 데리고 추억이 많은 놀이공원에 간다. 그곳에서 수아는 자신이 좋아하던 추로스를 보고 반응하기도 한다.


정환을 비롯한 밤순, 동배는 '추로스'라고 말할 수 있게 된 수아의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하지만 놀이공원이 그들에게 가져다준 것은 희망뿐만이 아니었다. 그 일이 화근이 되어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한다. 놀이공원에서 다른 사람에 의해 우연히 수아의 모습이 촬영되었는데 해당 영상에 전국에 퍼지면서 수아가 잡혀갈 위기에 처하고 만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정환은 수아와 둘이 떠나려 하나, 도망치는데 실패하고 결국 군부대에 의해 포위된다. 군인들은 정환의 얘기는 들어보려 하지 않은 채 감염된 수아에게서 떨어지라는 말만 반복한다. 그리고 정환이 말을 듣지 않자 그를 총으로 쏴버린다. 수아는 감염된 이후로 꽤 오랜 시간을 정환과 함께 지내며 폭력성을, 난폭함을 조절할 수 있게 된 상태였다. 정환과의 유대감도 두텁게 형성되어 있었다. 정환이 위협받을 때나 정환이 허락할 때만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긴 기간을 함께한 두 인물인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총부터 쏘는 게 과연 적절한 조치인가. 답답함과 억울함이 밀려들었다.


총에 맞은 정환을 보며 수아는 어눌한 발음으로 '아빠'라고 반복해서 부른다. 개인적으로 눈물을 참기 힘들었던 장면이었다. 이 모습을 본 군인들은 그제야 총을 거둔다. 이후 정환에게 좀비 바이러스 항체가 생겼다는 게 발견되고, 이 덕분에 수아는 치료되어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병원에 누워있는 정환도 곧 깨어날 것을 암시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가족의 힘, 사랑의 힘에 의해 강력한 좀비 바이러스를 물리칠 정도의 항체가 형성되었다는 점이 무척 감동적이었다. 정환과 수아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강했기에 함께 모든 역경을 이겨낸 것이었다. 누구 하나라도 진심이 부족했다면 정환이 수아를 포기해 버리거나 수아가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리거나 하는 게 충분히 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 간의 사랑이 위대하다는 사실, 어떤 경우에는 경이롭기까지 하다는 사실을 되새겨 볼 수 있었다. 이처럼 가족들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 <좀비딸>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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