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란 무엇인가
연출: 데이미언 셔젤
각본: 데이미언 셔젤
개봉: 2015.03.12 (2025.03.12 재개봉)
장르: 드라마, 음악, 스릴러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국가: 미국
러닝타임: 106분
뉴욕의 명문 음악 학교에 다니지만 특별히 주목받지 못하던 드러머 앤드류. 최고의 드러머를 꿈꾸며 연습에만 매진하던 그는 어느 날, 우연히 교내 최고의 밴드를 이끄는 플레쳐 교수의 눈에 띄어 그의 밴드에 발탁된다. 그러나 모욕적인 폭언과 폭력을 휘두르며 완벽을 강요하는 플레쳐 교수의 무자비한 교수법으로 인해 앤드류는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에 점차 미쳐가고, 앤드류가 광기에 휩싸일수록 플레쳐 교수의 완벽을 향한 집념 역시 높아지는데…! “세상에서 제일 해로운 말이 뭔지 알아? ‘그 정도면 잘했어’야” 미친놈 vs 미친놈, 집념과 광기가 폭발한다!
<위플래쉬>는 친구의 추천으로 알게 된 영화이다. 드럼을 배워보고 싶다는 내게 이 영화를 소개해 줬었다. <위플래쉬>가 재개봉했을 때쯤이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언제 한번 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다가 얼마 전 감상을 마쳤다. 좋은 후기들이 많길래 내게도 인상 깊은 작품으로 남을 줄 알았는데 솔직히 기대했던 것보다는 울림이 크지 않았다. 전체적인 스토리가 돌고 돈다는, 반복적인 느낌이 살짝 들었다. 그렇지만 악기를 배워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흥미롭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나도 꽤 오랜 기간 기타를 배웠던 경험이 있는데 그때 생각이 나기도 했고 이해되는 부분도 있어 볼 만했다. 물론 기타를 취미 삼아 쳤던 터라 극 중의 상황에 온전히 공감하기란 어려웠지만, 극적인 장면들이 주는 몰입감은 상당했다.
뉴욕 명문 학교인 셰이퍼 음악 학교에 다니는 앤드류는 평범한 교내 밴드의 보조 드러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앤드류는 플레쳐 교수의 눈에 띄어 그의 밴드에 들어가게 된다. 희망에 가득 찬 앤드류와 달리 연습 시간은 살벌하기만 하다. 플레쳐는 음정이 틀리지도 않은 학생에게 음정이 틀리지 않았냐고 몰아세우며 폭언을 퍼붓는다. 이를 본 앤드류는 겁을 먹는데 그런 그에게는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플레쳐이다. 플레쳐는 앤드류에게 가정환경과 음악을 하게 된 계기 등을 물으며 응원을 건넨다. 하지만 연습 중 앤드류가 박자를 제대로 못 맞추자 플레쳐는 앤드류의 가정환경을 바탕으로 폭언과 폭력을 휘두른다. 신입한테는 그래도 따뜻하게 해 주려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앤드류를 안심시키며 이런저런 정보를 묻고 그걸 인신공격하는 데에 사용하는 플레쳐를 보며 사람이 이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좋은 면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음악에 있어서 유독 예민해지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보조 드러머로 콘테스트에 참여하게 된 앤드류. 메인 드러머인 태너는 리허설이 끝나고 앤드류에게 악보를 맡긴다. 그런데 앤드류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악보가 사라진다. 태너는 악보를 외우지 못한 상태였지만, 그동안 피나는 연습을 계속했던 앤드류는 악보를 통으로 외운 상태였다. 결국 앤드류가 본 무대에서 연주를 하게 되고, 그날을 계기로 메인 드러머 자리까지 차지한다.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잡는다는 게 이런 걸까. 악보를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 앤드류에게도 잘못이 있긴 하지만, 앤드류를 대하는 태너의 태도도 별로였다. 은근 앤드류를 무시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마음고생을 많이 하던 앤드류가 그 기회를 잘 잡았다는 게 조금은 기뻤다. 메인과 보조로 역할이 나누어져 있다고 해도 같은 팀원으로서 서로 잘 지내는 방향이 좋으련만. 플레쳐 밴드의 팀원들은 서로 유대감이 깊다거나 화합되는 느낌은 아니었다. 아마 플레쳐의 성격이 팀의 성격을 결정짓는 데 영향을 미친 걸지도 모르겠다.
앤드류가 이제 좀 자리를 잡나 싶었는데 플레쳐는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이번에는 앤드류와 원래 같은 밴드에 있었던 라이머를 데려온다. 앤드류는 분노에 휩싸인 채 연습에 매진한다. 덕분에 스틱을 잡는 두 손은 성할 날이 없다. 그리고 연습 날 플레쳐는 메인 드러머를 뽑을 때까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연주가 나올 때까지 세 사람이 번갈아가며 몇 시간이고 드럼을 치게 만들었다. 혹독하고도 치열한 경쟁 끝에 앤드류가 메인 드러머 자리를 지키게 된다. 그 과정에서 보인 플레쳐의 폭력성도 대단했다. 학대 수준에 버금갈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쯤 되니 앤드류가 악보를 잃어버린 것도 플레쳐와 관련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그리고 앤드류를 비롯한 다른 학생들은 어떤 심정으로 밴드 생활을 하고 있는 건지 궁금했다. 최고의 연주자가 되기 위해서 악착같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지, 플레쳐 교수에게 정신적으로 지배당하고 있는 건지, 스스로의 인권을 어느 정도 포기해 버린 건지...
하지만 앤드류의 운은 거기까지였다. 콘테스트 당일 교통 문제로 지각을 하고 드럼 스틱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 이를 본 플레쳐는 공연 시작 전까지 스틱을 가지고 오지 않으면 그걸로 끝이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앤드류는 스틱을 챙겨 공연장으로 복귀하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몸에 피가 잔뜩 묻은 상태로 무대에 올라간다. 당연히 다친 손은 말을 듣지 않는다. 플레쳐에게도, 이런 상황에게도 화가 난 앤드류는 콘테스트에서 난동을 피우고 학교 제적 처분을 받는다. 플레쳐가 앤드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알게 된 부분이었다. 플레쳐는 앤드류를 끊임없이 자극했고, 그 결과 앤드류가 드럼과 그의 자리에 집착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사고를 당하고도 무대에 오를 정도로 광기 어린 집착을 보여주었다. 학생에게 이런 식으로 가스라이팅을 가할 필요가 있었을까. 왜 몸과 마음을 깎아내리는 방식을 택한 걸까. 길게 보면 건강한 방식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게 나았을 텐데 말이다.
플레쳐 교수는 다른 의미로 정말 엄청난 사람이다. 어느 날 플레쳐는 밴드 학생들에게 자신의 옛 제자인 션 케이시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며 그의 연주를 들려주고 애도를 표한다. 근데 알고 보니 사고가 아니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었다. 플레쳐를 만난 뒤로 심한 불안 증세와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이런 행동을 하는 게 가능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소시오패스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그게 아니고서는 설명이 불가능했다. 학생들의 연주 실력 향상을 위함이라는, 최고의 밴드를 만들겠다는 명목 하에 매번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것도 그런 성향 때문일 것이다. 그런 사람이 음악을 한다는 것도 참 놀라웠다. 완벽을 추구하다 보니 소시오패스가 되어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션 케이시 일과 앤드류의 증언에 의해 플레쳐는 해임된다. 가학적인 행위가 초래한 결말이다.
학교에서 제적당하고 드럼도 그만둔 앤드류는 이후 재즈바에서 공연하는 플레쳐를 만나게 된다. 플레쳐는 앤드류에게 다정한 태도를 보이며 학생들이 스스로의 한계를 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혹독한 교육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앤드류에게 자신의 밴드에 들어와 콘테스트에 나갈 것을 권유한다. 이에 설득된 앤드류는 다시 무대에 서게 되는데 연주 직전 플레쳐에게 뒤통수를 맞는다. 플레쳐는 자신을 고발한 앤드류를 엿먹이기 위해 그에게만 연주곡을 다르게 알려준 것이다. 결국 첫곡을 망친 앤드류는 상실감을 느끼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광기 어린 연주를 선보이며 무대를 주도한다. 이런 앤드류의 모습에 플레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데 점차 앤드류의 연주에 이끌리게 된다. 그렇게 영화는 막을 내린다.
마지막 장면에서 앤드류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해피엔딩이라 느껴지지는 않았다. 신들린 연주를 해내는 앤드류가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예술 분야에 종사하기란 쉽지 않은 만큼 순수하게 즐거움만으로 일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느냐만은. 그래도 어느 정도의 행복감은 느낄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싶었다. 앤드류가 무대를 마친 뒤 한계를 뛰어넘은 자신을 보며 기쁨을 느꼈을지,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을지가 궁금해지는 결말이었다. 한편으로는 또 계략을 꾸며낸 플레쳐도, 그 계략에 다시 속아 넘어간 앤드류도 참 대단했다. 둘을 결국 서로 함께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을까. 두 캐릭터의 케미를 볼 수 있는 영화 <위플래쉬>였다. 그리고 리뷰를 마치며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하루하루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