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스릴러 그 자체
연출: 크리스 콜럼버스
각본: 케이티 브랜드, 수잔 헤드코트
공개: 2025.08.28
장르: 휴먼, 스릴러, 미스터리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국가: 미국
러닝타임: 120분
과거의 미제 사건 추리를 즐기던 노년의 탐정들이 코앞에서 벌어진 실제 살인 사건을 마주하면서 그 미스터리 속으로 빠져든다.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 <목요일 살인 클럽>. 비록 원작은 못 읽어봤지만, 추리극을 좋아해서 공개되기 전부터 기대가 되던 작품이었다. 공개되고 보니 스릴러라기보단 휴먼 드라마에 가까운 느낌이었는데 나는 일상물도 좋아하기 때문에 나름 재미있었다. 그렇지만 찐 스릴러 장르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쉬운 작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범인이 누굴까 궁금하긴 했으나, 추리 과정에 있어 긴장감이 넘치진 않았다. 편안한 마음으로 보기 괜찮은 <목요일 살인 클럽>이었다. (미스터리 장르인 만큼 결말 스포는 하지 않으려 한다.)
은퇴자들이 모여 사는 은퇴자 공동체 쿠퍼스 체이스에는 '목요일 살인 클럽'이 있다. 해당 클럽 멤버들은 매주 목요일에 모여 미제 사건을 파헤친다. 이번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 의학적 지식이 필요했던 이들은 쿠퍼스 체이스의 새 입주민이자 전직 간호사 출신 조이스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렇게 조이스가 목요일 살인 클럽에 합류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조이스를 포함한 전직 요원 출신 엘리자베스, 노동운동가 출신 론, 정신과 의사 출신 이브라힘이 목요일 살인 클럽의 활동 멤버이다. 이러한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보며 설정이 참 흥미롭다는 생각을 했다. 노년기를 보내고 있는 은퇴자들이 추리를 주도하는 모습도 신선했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어떠한 시너지를 발휘할지도 기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멤버들끼리 취미 삼아 미제 사건을 풀어나가던 와중에 진짜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쿠퍼스 체이스는 이안 벤섬과 토니 커런의 공동 소유였는데 둘은 이곳의 개발을 놓고 갈등 중이었다. 이안은 쿠퍼스 체이스를 밀어버리고 새로운 장소로 개발할 것을 주장한 반면, 토니는 개발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토니가 자택에서 둔기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이에 따라 목요일 살인 클럽 멤버들은 사건 해결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이긴 했다. 갈등을 벌이던 사람들 중 한 명이 살해되는 건 추리극에 있어 일종의 클리셰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극적인 느낌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목요일 살인 클럽 멤버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갈지 그 앞으로를 상상해 보게끔 만들었다. 정기적으로 미제 사건을 다뤄왔던 이들이 실전에서는 어떤 모습일지, 어떤 작전을 벌일 것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었다.
토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역시나 경찰은 무능력하다. 목요일 살인 클럽 멤버들이 더욱 결정적인 증거를 얻어낸다. 또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곤 한다. 경찰보다 한 발 앞서 움직인다거나 수사 정보를 얻기 위해 친분이 있던 신입 경찰 도나를 수사팀에 넣는다거나 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도나는 살인 사건을 맡기에는 경력이 적어 해당 사건에서는 배제된 채 주로 일상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목요일 살인 클럽 덕분에 공식 수사팀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목요일 살인 클럽 멤버들이 주인공인 만큼 경찰의 무능력이 그리 불편하게 다가오진 않았다. 그들의 주도 하에 사건의 실마리가 하나씩 풀려나가는 과정이 지루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 경찰이 일반인들에게 저렇게 휘둘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클리셰가 녹아있다는 게 느껴지기도, 한편으로는 목요일 살인 클럽 멤버들의 연륜이 느껴지기도 했다.
목요일 살인 클럽 멤버들은 토니의 사건을 해결해 나감과 동시에 쿠퍼스 체이스도 지켜내야 한다. 이안은 입주민들의 반대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쿠퍼스 체이스를 재개발하고자 몰아붙인다. 공동묘지 구역부터 파헤칠 계획이었던 이안은 책임자인 보그단을 데리고 공동묘지로 향한다. 그러면서 시위를 벌이던 입주민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언쟁이 오가던 도중 이안이 갑작스럽게 사망한다. 약물 투여에 의한 타살이었다. 이렇게 또 다른 살인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엘리자베스는 사건 수사를 멈추라는 협박 메시지도 받게 된다. 토니의 사건이 해결되기 전에 이안이 살해되어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풀어내야 하는 일이 하나 더 생긴 만큼 경우의 수도 늘어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과연 토니 커런을 죽인 사람과 이안 벤섬을 죽인 사람이 같은 인물일지 궁금했다. 같다면 왜, 다르다면 어떤 이유에서 살인을 행하게 된 것일까.
목요일 살인 클럽에 의해, 특히 엘리자베스에 의해 의심스러웠던 인물들의 사연과 사건의 배후가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그러면서 살인 사건을 해결하고 쿠퍼스 체이스를 지키는 데 성공한다. 영화는 끝까지 무해함을 잃지 않는다. 범인(들)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고, 분명 본성은 선한 인물(들)이었다. 이 때문에 범인(들)이 다른 빌런처럼 악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범죄를 옹호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살인을 저지른 데에 따른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목요일 살인 클럽>에는 미스터리 사건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부부간의 사랑, 친구 간의 우정 등의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아 다른 미스터리 작품들에 비해 순한 맛의 영화가 된 걸지도 모르겠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너무 좋았는데 스릴러와 휴먼 드라마 모두를 좋아하는 사람들 혹은 덜 자극적인 추리극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