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멜로무비

영화와 현실 그 사이에서

by 가령


기본 정보

연출: 오충환
각본: 이나은
공개: 2025.02.14
장르: 로맨스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국가: 한국
회차: 10부작


영화에만 빠져 살던 그가 까칠한 영화감독 지망생에게 빠져버린다. 설렘 가득했던 시작과 꿈처럼 스친 만남, 그리고 갑작스러운 이별의 순간. 시간이 흘러 우연히 만난 둘에게 새로운 사랑은 피어날까.




<멜로무비>의 말미에 고겸은 말한다. '삶은 영화가 아닌 현실이니까'라고. 그 말처럼 영화와 현실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우리의 삶을 소재로 다룬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현실이 아닌 극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멜로무비>는 나에게 많은 생각과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겸은 안 본 영화가 없을 정도로 어릴 때부터 영화를 많이 보았다. 영화는 그에게 홀로 있는 시간을 채워주는 친구이자, 형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행복하게 채워주는 존재이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 때문에 겸은 영화를 좋아하는데 나 역시 비슷한 이유로 TV 보는 걸 좋아하게 되었고, 지금도 콘텐츠 시청을 즐긴다. 혼자 있을 때나 가족들과 있을 때나 TV 프로그램은 나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물해 준다. 요즘은 TV보다 다른 OTT 플랫폼을 더 즐겨 보는 것 같긴 하지만, 현실에서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못하는 이야기와 감정들을 접할 수 있어서 더 좋아한다.


그렇다 보니 겸은 영화배우를 꿈꾼다. 나도 마찬가지로 어렸을 때 내가 즐겨 보는 TV에 나오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생각을 해 보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나는 겸이 아닌 무비와 비슷한 꿈을 꾸게 되었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콘텐츠를 통해 전하고 싶은 나만의 이야기가 있는 건 아니나, 내가 콘텐츠를 보며 받은 긍정적인 영향을 나누고 싶었다. 무비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영화 스태프로, 또 영화감독으로 일하게 된 것이기에 나와 똑 닮아있지는 않다. 하지만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졌다.


무비는 알고 보면 정이 많은 사람이라 자신이 상처받지 않도록 평소에 벽을 세우고 다닌다. 다른 사람들의 일에 관심 없는 척, 차가운 사람인 척하면서 말이다. 이와 달리 겸은 겉으로는 상처 하나 없는 척, 밝은 척 지낸다. 사람들과 두루두루 살갑게 어울리면서. 하지만 알고 보면 둘 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데에는 서투른, 각자의 사연이 있는 인물들이다. 나도 그렇다. 사람들과 일정한 정도까지는 쉽게 친해지지만, 내 마음을 완전히 열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 믿었던 사람에게 상처도 받아봤고,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잘 하지 못하는 편이기도 하다. 나보다는 타인을 더 생각하려고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게 아닐까 싶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에는 너무나도 익숙한데 막상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물음에는 고민이 많아진다.


인물들 간의 관계도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무비와 그녀의 엄마, 겸과 그의 형, 시준과 주아 간의 관계성은 나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무비가 그녀의 엄마를 생각하면서 '나의 슬픔에만 집중하느라 주변을 살피지 못하였다'는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무비는 아빠에게서 받은 상처에 집중하다 보니 엄마가 주는 사랑은 뒤늦게 깨달았고, 겸 역시 여러 이유로 형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시준과 주아도 7년을 만났지만, 주아가 시준에게 항상 맞춰준 나머지 시준은 주아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이러한 관계들을 보면서 가깝고 익숙한 사이일수록 오히려 놓치는 것들이 많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경우에도 친구들이나 동료들에게는 다정하나, 가족에게는 조금 무심하다. 익숙하다는 게 당연하다는 뜻은 아닌데 이걸 자꾸 잊어버린다.


이렇게 생각하면 <멜로무비>는 현실과 맞닿아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현실이 아닌 극이라는 사실을 지울 순 없었다. 인물들의 아픔과 그 어두운 시간들은 깊이 있게 표현되었으나, 현실의 시간보다는 지극히 짧은 시간으로 나타났다. 또 겸이 오디션을 보고 영화배우가 되었던 그 과정도 드라마틱했다. 인물들의 서사 역시 어찌 보면 드라마틱하다. 물론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체로는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겸과 무비의 관계 역시 정말 운명이다 싶을 정도로 얽혀있었고, 마무리 역시 나름 해피엔딩이었다. 나는 너무 현실적이거나 어둡게 마무리되는 것보다는 해피엔딩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것이 더욱 극적인 느낌을 줄 때도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때로는 현실적이고 때로는 극적인 <멜로무비>는 내게 많은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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