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문라이즈 킹덤

마냥 동화 같지만은 않았던 어느 왕국에 대하여

by 가령


기본 정보

감독: 웨스 앤더슨
각본: 웨스 앤더슨 & 로만 코폴라
개봉: 2013.01.31
장르: 드라마, 코미디, 모험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국가: 미국
러닝타임: 94분


사고로 가족을 잃고 위탁가정을 전전하는 카키 스카우트의 문제아 '샘'.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친구라곤 라디오와 책, 고양이밖에 없는 외톨이 '수지'. 1년 전, 교회에서 단체로 연극을 보다가 몰래 빠져나온 '샘'은 까마귀 분장을 한 '수지'에게 한눈에 반하게 되고, 그 후로 둘은 펜팔을 통해 감춰왔던 상처와 외로움을 나누며 점점 가까워진다. 서로를 보듬어주는 유일한 소울메이트이자 연인이 된 '샘'과 '수지'는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아지트를 찾아 떠나기로 결심하고, 필요한 준비물들을 챙겨 각자 약속 장소로 향한다. 몇 시간 후 '샘'과 '수지'의 실종사건으로 인해 펜잔스 섬은 발칵 뒤집히고, 수지의 부모님과 카키 스카우트 대원들은 둘의 행방을 찾아 수색작전을 벌이기 시작하는데... 과연 '샘'과 '수지'의 애틋한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독창적인 연출 스타일로 유명한 웨스 앤더슨 감독님의 영화가 궁금했다. 그래서 보게 된 작품이 <문라이즈 킹덤>이었다. 영화의 초반부는 나에게 한 편의 동화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색감이나 대칭적인 구성 때문일 수도, 아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스카우트라는 설정을 녹여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볼수록 그러한 이질적인 느낌은 줄어들고 어딘가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동화 같이 연출되었지만, 우리 사회의 모습과 닮아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샘과 수지는 서로의 상처에 대해 공감과 위로를 나누며 친해지게 된다. 샘은 양부모님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한 상처가 있다. 수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 둘은 펜팔을 나누며 둘만의 세상을 찾아 떠나기로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그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보호자 없이 결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현대 사회 속 아이들의 모습 같기도 하다.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 어른을 닮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어른처럼 행동하고 보호자에게서 독립하고 싶어 하며 때로는 방황을 하기도 한다. 샘과 수지도 그저 사춘기 아이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춘기 아이의 반항심만으로 그들의 상황을 단정 짓기에는 충분치 않다. 그들은 분명한 상처가 있고, 그 상처를 제대로 치유받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특히나 부모님 관련하여 그렇다. 샘의 양부모님은 샘이 사고뭉치라서 더 이상 데리고 있을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수지는 집에서 '문제아 다루는 법'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관심도 주지 않은 채 그저 문제가 많은 아이로만 치부해 버리는 부모님의 태도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아닐까. 요즘의 육아 코칭 프로그램이나 이혼 상담 프로그램 등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러한 프로그램 속 가정환경과 영화 속 가정환경 사이의 닮아 있는 면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서 <문라이즈 킹덤>의 어른들은 진정한 어른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앞서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 이외에도 수지의 엄마 로라는 섬의 경찰관인 샤프와 불륜 관계이다. 이것을 수지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듯 보인다. 둘 사이의 유대감을 표현하는 의미 있는 장면이기는 하나, 샤프가 샘에게 술을 따라주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또 사회복지사의 경우에는 위탁 가정에서 거절당한 샘이 청소년 보호소로 가게 되면 그곳에서 전기 치료를 받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거절당한 이유가 아이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설사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전기 치료가 웬 말인가. 아동 학대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올바르게 자라기를 바라면서 정작 자신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게 참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그저 아이들에게만 엄격하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사회의 어른들에게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과연 우리는 진정한 어른인가.


다행히도 결말은 나름 해피엔딩이다. 우여곡절 끝에 수지는 부모님과, 샘은 샤프와 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그뿐만 아니라 수지의 엄마 로라는 샤프와의 불륜을 멈추고 자신의 남편에게 잘 지내보자며 이야기를 건넨다. 잘못된 점을 바로잡고 모두가 함께 잘 지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거겠지. 그런 점에서 아이들은 전보다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 같진 않았으나,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확인하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누군가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조금씩 노력해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혼자라는 말도 있긴 하지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다른 이들과 어느 정도는 함께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스스로의 모난 부분은 다듬고 서로 배려하는, 보다 따뜻한 세상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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