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즐기라는 말
연출: 피터 위어
각본: 톰 슐만
개봉: 1990.05.19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국가: 미국
러닝타임: 128분
미국 입시 명문고 웰튼 아카데미, 공부가 인생의 전부인 학생들이 아이비리그로 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곳. 새로 부임한 영어 교사 ‘키팅’은 자신을 선생님이 아닌 “오, 캡틴, 나의 캡틴”이라 불러도 좋다고 말하며 독특한 수업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충격을 안겨 준다. 점차 그를 따르게 된 학생들은 공부보다 중요한 인생의 의미를 하나씩 알아가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를 위기로 여긴 다른 어른들은 이들의 용기 있는 도전을 시간 낭비와 반항으로 단정 지으며 그 책임을 ‘키팅’ 선생님에게 전가하는데...
한때 카르페 디엠이라는 말을 좋아했다. 그때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기 전이었는데 그저 '현재를 즐겨라'라는 의미가 좋았다. 시간이 흘러 마음속 카르페 디엠이 희미해져 갈 때쯤 서점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제는 진짜 이 작품을 봐야겠다 싶어서 책과 영화를 모두 감상했다. 책을 먼저 읽은 다음 영화를 보았는데 확실히 책의 내용과 표현이 좀 더 풍부하고 섬세했다. 그 대신 영화는 생동감과 더 큰 몰입감을 주었다. 그렇게 이 작품을 감상하고 난 후에야 현재를 즐기라는 메시지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키팅 선생님은 첫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카르페 디엠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죽기 때문에 현재를 즐기며 인생을 독특하게 살라는 것이었다. 좋은 대학, 좋은 직업을 위해 공부만 중요시하고 살던 웰튼 아카데미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었다. 아마 그 누구도 해 준 적 없는 말이었을 것이다. 관련하여 요즘 우리 사회도 경쟁이 심한 만큼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많은데 그러한 사람들도 현재를, 인생을 잘 보내고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물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고 우선하는 목표가 사회에서 말하는 좋은 대학과 좋은 직업 같은 것이라면 웰튼 아카데미 학생들처럼 그 목표만을 바라본 채 달려가는 게 현재를 잘 살아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들이 하니까 자신도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라면 자신만의 인생에 대해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목표가 정말 인생의 최상위 목표인 걸까.
그리고 키팅 선생님은 세상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어떤 사실을 남들과 다른 시각에서 보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들과 같은 걸음으로 가지 말고 자신의 걸음대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라고 가르친다. 주관을 가지고 살아가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사회의 흐름에 휩쓸려 살아가기보다 나만의 독특한 시선에서 세상과 삶을 바라본 채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곳을 향해 나아가야 인생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한 연습과 고민이 동반되어야 한다. 나만의 시각을 가지려면 스스로에 대해서도 잘 이해해야 하는 만큼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특히나 획일화된 주입식 교육을 받아왔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다 보니 카르페 디엠의 의미를 잘못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즐겨라'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 현재를 즐기라고 했으니까 지금 순간의 쾌락에만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해당 작품에서 키팅 선생님은 학교 신문에 장난스러운 글을 실은 달튼의 행위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삶의 정수를 빨아들이라는 말이 장난치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인다. 감성에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감정에 기반한 내면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야 하는 동시에 자신이 추구하는 바에 대한 당위성도 잘 판단해야 한다. 이성과 감성 사이의 최적점을 찾아 자신만의 삶을 개척할 수 있어야겠다.
그렇게 스스로 신념을 가지게 되더라도 그 신념을 지켜나가는 데에 또 다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키팅 선생님도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인생은 뜻대로 살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여러 변수들도 무수히 존재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를, 인생을 진정으로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카르페 디엠은 그 의미도 깊을뿐더러 실천하기도 만만치 않은 말이다. 그렇기에 <죽은 시인의 사회> 작품을 좀 더 일찍, 청소년기쯤 봤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개봉한 지는 꽤 오래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꼭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자. 나의 시, 나의 삶은 어땠을까. 또 앞으로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