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월드 옆 매직 캐슬
연출: 션 베이커
각본: 션 베이커, 크리스 베르고흐
개봉: 2018.03.07 (2025.05.07 재개봉)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국가: 미국
러닝타임: 111분
디즈니월드 근처에 사는 6살짜리 무니. 옆 동네와 달리 여기엔 놀이터라곤 없다. 하지만 친구와 함께라면 사방이 놀이터인걸. 문제 많은 엄마랑 쪽방 모텔에 살면서 환상의 세계를 찾아낸 꼬마. 오늘도 신나는 하루를 보내러 나선다.
매직 캐슬. 놀이동산처럼 거대하고 흥미로운 공간일 것만 같은 이름을 가진 그곳은 사실 무니가 살고 있는 모텔이다. 심지어 디즈니월드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이러한 배경을 통해 화려함에 압도되어 우리가 주목하지 못했던 소외 계층의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나의 경우에는 보통 여행을 할 때나 특정 지역을 떠올릴 때 관광지와 명소 위주로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보니 그 주변의 소외된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가지지 못하였다. 이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평소 스스로의 삶에 집중하다 보면 주변부에 관한 생각을 잘 하지 않게 되는 듯하다. 그래서 <플로리다 프로젝트>라는 작품이 참 인상 깊었다.
이 영화는 아이들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무니는 친구들과 함께한 채 누구보다 재미있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도가 지나치는 장난을 칠 때도 있으나,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즐거울 뿐이다. 자동차에 침을 뱉으며 놀기도 하고, 일종의 동냥으로 돈을 얻어 아이스크림을 사 먹기도 하고, 비어있는 건물에 불을 지르기도 한다. 생활고를 겪으면서 자라다 보면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철이 드는 경우도 있는데 무니는 전혀 그렇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마냥 해맑은 아이처럼 느껴졌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 못하더라도 평소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며 노는 아이 같았다. 그래서 무니의 주변 환경이 더 씁쓸하게 다가왔다. 밝은 아이와 어두운 현실이 대비되어 마음 한편을 불편하게, 아프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무니가 천진난만하게 자랄 수 있었던 건 엄마 핼리의 사랑 덕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핼리는 무니가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해 주고, 서로 장난도 많이 치면서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삶이 힘들다 보니 핼리는 무니 앞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거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합법적이지 않은 일을 하기도 한다. 생계를 비롯한 각종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만큼 아이 교육에도 신경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핼리가 무니를 많이 아낀다고 느꼈던 이유는 열악한 환경과 고달픈 현실을 보여주지 않으려 애썼다는 점 때문이다. 무언가 심각한 일이 있어도 장난인 척, 별일 아닌 척 둘러댄다. 더 나아가서는 아이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 결국에는 아동보호국이 무니를 데려갈 상황에 처하자 크게 분노하고 만다.
그렇게 핼리가 무니에게 힘든 티를 내지 않으려 했으나, 무니도 어렴풋이 현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장꾸스러운 모습이 이 아이의 전부는 아니었다. 무니가 '어른들이 울려고 하면 난 바로 알아'라고 했을 때, '내가 왜 이 나무를 제일 좋아하는지 알아? 쓰러졌는데도 계속 자라서'라고 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핼리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현실을 전부 가리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어찌 보면 그게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무니의 속마음이 궁금하기도 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면서 티를 내지 않는 아이들도 많은데 무니는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 6살밖에 되지 않은 무니가 어른에게도 버거운 삶의 무게를 너무 깊게 느끼고 있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에게서 희망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고난의 그림자가 짙어진다. 특히 아동보호국의 조치에 의해 핼리와 무니가 떨어져 살아갈 위기에 처하며 영화가 끝난다는 점에서 말이다. 엄마와 떨어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은 무니는 아동보호국을 피해 친구 잰시에게로 도망치고, 사정을 들은 잰시가 무니의 손을 잡은 채 디즈니월드 매직 킹덤으로 달려간다. 이 장면이 영화의 엔딩이다. 그렇게 매직 킹덤에 도달한 아이들의 모습, 꿈과 희망을 찾아가고 싶은 아이들의 모습이 진한 여운을 남겼다. 그들이 희망하는 것과 실제로 처한 현실 간의 괴리가 너무나도 크다는 사실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현실적으로 무니가 행복을 되찾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나에게 그들의 삶을 함부로 판단하거나 가여워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도 아닌데 동정의 시선을 보내도 되는 건가 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지금보다 나은 생활을 할 수 있기를, 행복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후 어떤 일이 펼쳐질지는 모르겠으나, 핼리와 무니의 앞날을 응원하고 싶다. 이런 감정이 드는 건 이 영화가 소외 계층의 이야기를 미화하거나 드라마틱하게 표현하기보다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재개봉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이전에 OTT로 보았는데 영화관에 가서 보았으면 또 다른 느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이 영화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면 시간이 될 때 한 번쯤은 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