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국의 테러 보도, 그 뒷이야기
연출: 팀 펠바움
각본: 팀 펠바움, 모리츠 빈더, 알렉스 데이비드
개봉: 2025.02.05
장르: 범죄, 드라마, 스릴러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국가: 독일, 미국
러닝타임: 95분
1972년 뮌헨, 올림픽 생중계에 도전한 ABC 방송국 스포츠팀은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이 선수촌에 난입해 인질극을 벌이고 있음을 알고 이를 생중계로 보도한다. 솟구치는 시청률과 9억 명의 시청자까지, 생방송으로 내보내는 단독 특종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그들은 테러리스트들 역시 자신들의 방송을 보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올림픽 사상 초유의 테러 인질극 생중계! 방송을 멈출 것인가, 계속할 것인가!
<9월 5일: 위험한 특종>은 1972년 뮌헨 하계 올림픽 참사 사건을 그려낸 영화이다.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촌에 잠입해 인질극을 벌이는 상황을 생중계하던 방송국 스포츠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시의 급박한 현장 분위기 역시 잘 표현해 냈다. 물론 대부분의 장면이 방송국 내부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흐름이 빠르고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특히 언론, 방송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보다 흥미롭게 시청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언론인의 자세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도, 생방송이 진행되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볼 수도 있었다.
미국 ABC 방송국의 스포츠팀은 1972년 뮌헨 하계 올림픽 현장에서 경기를 생중계한다. 나치 치하 시절의 베를린 올림픽 이후 독일에서 처음으로 열린 올림픽이었기에 정치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 방송을 진행한다. 수영 종목에서 유대계 미국인 선수가 금메달을 따자 경쟁자였던 독일 선수의 반응을 바로 이어서 보여준다. 또 선수 인터뷰에서까지 정치적 배경을 엮어내려고 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생방송도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방식이 적절한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떤 형태의 방송이든 어느 정도의 의도나 스토리가 필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래야 더 매력적인 콘텐츠가 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올림픽 중계를 이어가던 어느 날 밤, 일부 제작진들이 선수촌 인근에서 발생한 총소리를 듣게 된다. 테러가 시작된 것이다. 해당 시간대의 중계 담당이었던 프로듀서 제프는 총괄 책임자 베이더와 ABC 스포츠국 사장 룬에게 테러 소식을 알린다. 그리고 제작진 인력을 최대한 불러 모아 테러 사태 생중계를 준비한다. 스포츠국이 현지에 있는 만큼 테러 사건을 보도국에 넘기지 않기 위해,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 모두가 노력을 기울인다. 특종이 발생했을 때의 방송국 내부 모습을 대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무엇보다 보도를 위한 빠른 판단과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었다. 베테랑들에게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을 텐데 그 사이에서 제 몫을 다해내는 신임 프로듀서 제프가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제작진들은 팩트 체크를 거듭해 가며 인질에 대한 정보, 선수촌 객실 상황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다. 외부인들에게는 출입이 통제된 선수촌 내부의 촬영본을 확보하기 위해 선수로 위장을 하기도 한다. 스튜디오 내의 무거운 카메라까지 밖으로 끌고 나가 주변 상황을 촬영하는 등 중계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애쓴다. 여러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본 나의 경험을 되짚어보면 편집 시 활용할 컷이 많지 않은 경우에 참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녹화 콘텐츠를 만들 때도 다양한 촬영본과 자료가 필요한데 생방송도 마찬가지구나 싶었다. 실시간으로 사건을 보도해야 하는 뉴스였던 만큼 현장 정보를 다각도로 담아내는 게 더욱 중요했을 것이다. 시청자들에게 동일한 내용만 계속해서 전달하고 있을 순 없으니 말이다.
여러 상황에 대응해 가며 테러 뉴스 생중계를 이어가던 도중 선수촌 내의 TV에 ABC 채널이 방송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선수촌 내부 전력을 끊지 않아 그곳에 있던 테러리스트들 역시 해당 보도를 시청한 것이다. 결국 독일 당국 및 지역 경찰이 현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와 같은 여러 정보들을 테러리스트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해 준 셈이다. 방송국에게도, 테러 대응 관계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는 일이 아닐까. 이 부분을 보면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테러리스트가 방송을 볼 수 있다는 건 내가 전혀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사안을 다룰수록 여러 상황을 정말 꼼꼼하게 살펴야 함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작은 실수가 어떤 화를 불러오게 될지 모르고,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맞이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이런 뉴스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보도국에게 방송을 넘겼여야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결국 경찰의 인질 구출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테러리스트들의 요구로 헬기를 동원하게 된다. 테러리스트들과 인질들을 헬기에 태우고 공항으로 이동하는데 공항 근처에서 총격전이 발생한다. 그러다 인질이 전원 구출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팩트 체크가 덜 된 상황이었으나, 제프는 특종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인질 전원 구출 보도를 하고 만다. 이 때문에 베이더와 충돌하는데 머지않아 독일 측에게 공식적으로 사실을 확인받고 안심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진실은 따로 있었다. 사실 인질들이 모두 사망했던 것이다. 진실을 은폐하려 했던 독일, 치명적인 오보를 내보낸 미국이었다. 나치와 홀로코스트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테러 사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독일 관계자들도, 팩트 체크를 제대로 하지 않은 ABC 스포츠국도 문제였다. 여러 윤리적인 측면을 돌아보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다음과 같은 자막이 등장한다. "이 사건으로 이스라엘 인질 11명, 독일 경찰 1명,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5명이 목숨을 잃었다. 1972년 9월 5일 방송 역사상 처음으로 테러 행위가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고 시청자는 9억 명이었다."
여러 의미로 방송 역사상 한 획을 그은 사건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결말을 알고 보았음에도 씁쓸한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테러 그 자체와 관련해서도 그랬고, 오보에 관해서도 그랬다. 특종은 분명 대단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종에 눈이 멀어서는 안 된다. 뮌헨 올림픽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언론의 오보나 가짜 뉴스 같은 이슈가 생각나기도 했다. 특히 요즘 조회수만 생각하면서 기사 제목과 헤드라인을 자극적으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이 보이는데 이런 일들도 점차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이렇듯 <9월 5일: 위험한 특종>은 언론, 방송, 정치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이와 더불어 짧고 굵게 보기 좋은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