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될 사람은 된다?
연출: 플렉스 할그렌
각본: 플렉스 할그렌, 한스 잉게만손
개봉: 2014.06.18
장르: 모험, 코미디,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국가: 스웨덴
러닝타임: 114분
파란만장한 삶을 살던 노인 알란. 폭탄 제조에 남다른 재능을 가진 그는, 아끼던 반려묘를 잡아먹은 여우에게 폭탄을 던져 요양원에 보내진다. 요양원에서 생활하던 알란은 100세 생일날 창문 밖으로 도망친다. 그렇게 새로운 모험을 떠난 알란은 우연히 갱단의 돈을 손에 넣게 되는데...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원작 소설이 워낙 유명한 만큼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적 있는 제목일 것이다. 책을 읽어 보기도 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해 영화로 보게 되었다. 해당 영화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범상치 않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100세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모험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주변 상황과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주인공의 태도가 대비되어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면서 산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싶은 대리 만족을 얻을 수도 있었다. 추가로 <돈 떼먹고 도망친 101세 노인>이라는 제목의 속편이 있다고 하는데 본편보다 더 골 때리는 내용일 것 같아서 다음에 보려고 생각해 두었다.
영화는 100세 알란이 겪는 현재의 모험 위주로 전개되지만, 중간중간 그가 경험했던 과거의 일들도 교차되어 등장한다. 알란은 어린 시절부터 폭탄 제조에 관심이 많았다. 그렇다 보니 이런저런 연구도 많이 했는데 그의 폭탄 실험으로 인해 이웃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20대 때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다. 그러나 알란은 병원을 나온 이후로도 관련 일을 이어갔다.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기도,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CIA 요원이 되어 스파이 활동을 하기도 하는 등 역사적인 사건들 속에 있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유명 정치가나 과학자들과의 관계도 쌓아갔다. 영화에 나오는 역사들을 누군가의 아픔이 묻어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사건들을 알란이 겪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표현한 게 인상적이었다. 알란이 흘러가는 대로 사는, 무던한 성격의 인물이다 보니 특정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역사들도 덤덤하게 지나친 듯했다.
이제 현재로 돌아와 보자면 알란은 그가 아끼는 반려묘와 함께 살아간다. 그런데 어느 날 반려묘가 여우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자 알란은 복수를 위해 폭탄으로 여우를 처리해 버린다. 이 때문에 그는 요양원에 들어가게 되지만, 가만히 있을 인물이 아니다. 100세 생일을 맞던 날 창문으로 유유히 탈출한 알란. 터미널로 향한 그는 발길이 닿는 곳으로 떠나기 위해 버스표를 구매한다. 그때 한 남자가 터미널로 들어오고, 화장실을 다녀올 동안 캐리어 가방을 맡아달라며 알란을 협박한다. 하지만 시간 맞춰 버스를 타야 했던 알란은 그 캐리어를 손에 쥔 채 떠나버린다. 100세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가려 힘쓰는 알란이 그저 대단했다. 나는 j의 성향이 강해서 즉흥 여행은 생각도 못해봤는데 알란은 어딘지 모를 곳으로 가려고 하면서도 기대에 찬 눈빛을 하고 있어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쫓기듯 도망치는 게 아니라 정말 여행을 떠나는 것만 같았다. 탈출 과정 역시 긴박하기보다 여유롭게 표현되어 웃음이 났다. 이게 바로 연륜이라는 건가.
버스를 타고 한적한 마을에 도착한 알란은 율리우스를 만나 친구가 된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그와 달리 요양원 일대는 알란의 실종으로 한바탕 난리가 난다. 얼떨결에 캐리어를 도둑맞은 남자 역시 알란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알고 보니 캐리어 주인은 갱단의 일원이었고, 캐리어 속에는 엄청난 양의 현금이 들어있다. 알란을 쫓아온 남자는 캐리어를 다시 가져가려 하는데 그 과정에서 율리우스에 의해 얼어 죽게 된다. 의도치 않게 살인을 저지르고 만 알란과 율리우스는 어찌어찌 시체까지 처리해야 했다. 요양원에서 도망친 100세 노인에게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기 힘든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심지어 이 모든 게 하룻밤 새 벌어진 것이라니. 어쩌면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살아온 알란에게는 그리 놀라운 상황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하루아침에 돈뭉치를 얻고, 사람이 죽기까지 했음에도 알란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런 알란의 캐릭터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는지...
시체를 처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알란과 율리우스는 베니라는 인물을 만나 차를 얻어 타게 된다. 그리고 셋은 앞으로의 여정을 함께하기로 한다. 목적지 없이 차를 타고 가던 그들은 구닐라의 집을 발견하고 잠시 그곳에 머무른다. 하지만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갱단 소속의 남자가 찾아와 그들을 위협한 것이다. 총까지 꺼내드는데 어이없게도 구닐라가 기르는 코끼리에게 깔려 사망한다. 이로 인해 구닐라 역시 알란의 동료가 된다. 한 패가 된다고 해야 할까. 이후 다른 곳으로 떠나기 위해 이동하던 중 그들은 또 다른 갱단원까지 처리한다. 죽인 건 아니고 기억상실에 빠뜨린다. 더 나아가 발리에 도착해서는 우연히 갱단의 최종 보스까지 교통사고로 보내버린다. 이럴 때 쓰는 말이 맞나 싶지만, 될놈될 그 자체였다. 혼란에 빠지기도, 당황하기도 하는 동료들과 달리 알란은 언제나 태연한 모습을 유지했다. 이쯤 되니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무섭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알란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면서 살 운명이라는 점이었다.
알란의 행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알란의 실종을 수사하던 경찰이 살인과 관련해서 눈치를 챌 가능성도 충분했다. 그러나 알란 일행이 갱단원들을 죽였다는 걸 들키지 않는다. 여러 가지 상황이 맞물려 알란과는 관련 없는 사건으로 일단락된 것이다. 그렇게 발리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알란 일행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화도 막을 내린다. 그래서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건 무엇이냐. 다소 극단적으로 표현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너무 고민하지 말고 그냥 해 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 같다. 나아가다 보면 길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이러한 메시지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알란이라는 캐릭터, 갱단, 살인 같은 요소를 활용한 듯했다. 이제 2026년의 1월도 절반이나 지나가버렸는데 올해는 모두가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면서 후회 없이 살 수 있는 그런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상식적으로 허락된 선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