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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시나물 Jan 20. 2021

[예능 소도리] 아는 형님 '박진영, 비 편'

-박진영의 꿈과 철학-

 도대체 텔레비전에서 보기 힘든 비주얼로 가수 데뷔를 했던 박진영의 무대에 깜짝 놀랐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속이 훤히 비치는 비닐 옷을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춤을 추던 그의 모습. 날 떠나지 말라면서 왜 그렇게 리듬은 빠르고 흥겨웠는지. 까만 피부에 잘 생겼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데도 채널을 돌릴 수 없었던 기억. 거기다 그가 연세대를 졸업한 재원이었다는 사실은 명문대생의 연예인 데뷔가 흔치 않았던 그 시대에 그야말로 참신한 충격이었다.

2016년 앨범에서 재현한 박진영의 비닐바지 [출처=박진영 ‘살아있네’ 뮤직비디오]

 우리가 어렸을 적, 그때는 연예인은 무조건 넘보지 못할 만큼의 빼어난 인물이어야 할 수 있는 신성불가침의 원칙 아닌 원칙(?)이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때라 미남 측에 끼지 않는 박진영의 행보는 기대 반 호기심 반이었지만 대부분 그의 성공을 크게 점치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의외로 박진영은 데뷔하자마자 큰 성공을 이루었다. '날 떠나지 마', '엘리베이터', '그녀는 예뻤다', 'Honey', '난 여자가 있는데', '어머님이 누구니' 등등 솔직하고 때론 파격적이고( 그 당시로서는), 꾸밈없는 노래들이 그에게서 쏟아져 나왔다. 어쩌면 가사가 저렇게 감각 있을까. 누구도 맘껏 솔직히 표현하지 못한 마음들을 박진영은 노래로 불러 재겼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사랑을 나누고, 이렇게 잘나게 낳아주신 너의 어머니가 누구냐고 감탄해 가며 진한 뽀뽀음까지 음향으로 넣는 듣고만 있어도 몸이 들썩여지는 리듬으로 가수계를 평정했다. 댄스곡은 댄스곡 대로 볼거리까지 화려했고 '너의 뒤에서' 같은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노래는 분위기에 취해 눈을 스르르 감게 되는 마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난 그의 노래가 좋았고, 그의 꿈이 부러웠고, 그의 추진력과 그의 철학과 그의 능력이 부러웠다. 점점 박진영이란 가수를 알면 알수록 방송에서 포장된 이미지인지 실재인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난 그의 언행이 결코 과장되거나 꾸미는 것이 아님을 내 멋대로 믿고 싶었다.

<아는 형님>에서 티격태격 중~~

 이번 '아는 형님'에서 만난 그의 모습은 여전했다. 그는 데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10년이나 더 어린 제자 비와 함께 춤을 추는 데도 지쳐 보이거나 힘들어 보이지 않았고, 전혀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스승과 제사 사이의 멋진 티격태격이 프로그램의 흥을 돋우며 웃음을 유발했고, 둘의 에피소드를 곁들일 때마다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고 아끼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이런 찰떡궁합이 '나로 바꾸자'라는 신곡을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가장 감탄했던 부분은 '백발이 되어서도 무대에 서고 싶다'라는 그의 꿈이었다. 많이 놀라기도 했지만 '아'하고 환호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와 함께 그는 분명 해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백발이지만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그는 30년 후에도 멋들어지게 무대를 불사르며 그때 노인이 된 그의 팬들의 부러움을 충분히 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긴다. 그리고 그와 함께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나도 그렇게 자기 삶을 사랑하며 당당하며 멋진 팬으로 그와 함께 늙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진영은 제자 '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비가 꼭 성공해야 하기에 비만 성공시켜 준다면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가장 힘들다는 담배를 끊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금이라도 담배를 피우면 비의 성공에 누가 될까 봐 아직까지 담배 한 모금도 피지 않고 있다는 그의 말은 소속사 가수였으니 성공에 대한 당연한 행동이라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건 한 사람의 꿈을 진심으로 지지하는 그만의 주문이었을 것이다. 그의 이런 노력은 소속사 가수들을 대하는 데서도 다른 기획사와 조금 다르다. 그의 소속사 가수들은 인성 교육을 받아야 하고, 성교육을 받아야 하며 여러 가지 행동에 대한 제약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해 실언을 하고, 음주 운전을 하고, 마약을 해서 한순간 자신을 몰락시키고 마는 많은 연예인들이 대중들의 분노를 유발하게 하는데 수장으로서 그의 철학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부모님의 마음으로 유기농 식단을 구성한 것은 유명한 일화이기도 하다.


 박진영은 젊은 나이에 많은 성공을 이루어 낸 것 같다. 25살에 20억을 벌었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 그때 그 돈으로 그냥 즐길 것이냐, 꿈을 향해 도전할 것이냐를 고민하다가 실패를 맛보기도 하고, 트레일러에 원더걸스와 함께 미국 진출을 했던 이야기는 혀를 찰 정도로 어려움과 끈기의 연속이었다.

 


이제 그도 귀여운 두 딸을 둔 아빠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는 정말 마음에 드는 지원자를 만나면 극찬을 하며 자신의 마음을 한껏 드러내며 지원자들을 칭찬하며 격려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냉정한 평가를 하기도 했다. '공기 반 호흡 반'이라는 유명한 말은 가사 하나하나에 호흡까지 감정을 실어 넣으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한 소절을 녹음하기 위해 몇십 번을 다시 시킨다는 그는 녹음실의 무서운 호랑이 선생님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좀 놓아도 좋으련만 하는데도 여전히 현역이고 앞으로 백발이 되어서도 현역이길 바라는 뮤지션이며 아티스트였다.

 지금도 여전히 그는 엔터테인먼트 이사로 가수로 음악 프로듀서로 안무가로 댄서로 활동하고 있다. 그중에서 그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무엇일까? 박진영의 팬이어서 그를 포장하려는 뜻이 있어 쓰는 글은 결코 아니지만 이번 '아는 형님'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은 정말 반가웠다. 앞으로도 그만의 개성으로 그가 가진 능력으로 좋은 노래를 들려주는 영원한 가수이자 댄서로 무대를 즐길 줄 아는 '딴따라'로 남아주길 바란다.


*소도리는 '제주어'로 '말전주하다' 즉,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좋지 않게 하다, 남의 한 얘기를 하는 것, 고자질하다 등의 말로 쓰입니다. 저는 남이 만든 프로그램을 보고 제가 느낀 생각을 이야기하다는 뜻으로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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