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우영우의 친모가 국내 굴지의 로펌의 대표변호사 태수미 변호사라는 것이 밝혀졌다.
태수미는 자신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는 데 혼외 자식의 존재가 방해가 될까 봐 우영우와 아빠를 미국에 보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홀로 자폐를 가진 딸을 힘겹게, 그리고 훌륭하게 키워온 아빠가 그동안 얼굴 한번 비추지도, 양육비 한번 보내주지도 않은 친모, 게다가 부유하기까지 한 친모에게 그간 못 받은 양육비를 청구할 수는 없을까?
(왠지 드라마 마지막엔 이 에피소드가 등장할 것 같다...라는 혼자만의 상상을...)
먼저 결론적으로는 할 수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큰 돈을!
일단 우영우가 태수미의 친딸로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되기 위한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해야 한다.
모녀관계가 인정되어야, 법원도 친모에게 양육비를 주라고 명할 수 있을 테니까.
인지청구 소는 혼외 자녀가 뒤늦게 친모나 친부에 대해 법적 자녀의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하는 소송으로, 혼외 자녀가 부를 상대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영우 사안처럼 모에 대해 해야 하는 케이스도 있겠다. 우리 법원은 부에 대한 인지청구는 판결로 부자관계가 형성되는 형성의 소라고 보는 반면에 모에 대한 것은 출산으로 모자관계는 바로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인지청구의 소는 이 자연적 관계를 확인하는 의미의 확인의 소라고 본다.
어쨌든 우영우나 아빠가 태수미를 상대로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하면, 유전자 검사 등 법원의 심리를 거쳐 모녀관계가 확인될 것이고, 인지 판결이 날 것이다.
인지가 되면 이제 우영우는 법적으로도 태수미 변호사의 딸이므로, 상속 등 친자로서의 권리를 모두 누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과거 받지 못했던 양육비를 청구하자!
엄밀히는 우영우의 아빠가 청구하는 것이다. 양육권자가 비양육권자를 상대로 하는 청구.
흔히 이혼을 할 때 정해지는 양육비 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이다.
하지만 이것은 양육비를 얼마, 어떻게 지급할지 구체적으로 정했을 때 소멸시효가 그러하다는 것이고, 우영우 케이스처럼 특수한 사정으로 양육비 지급의 방식과 액수 등을 정한 바가 전혀 없을 땐 소멸시효의 제한 없이 과거 미지급된 양육비 전체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판례이다.
우리 가정법원은 이렇게 판시하고 있다.
“양육자가 비양육자에 대하여 자녀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친족관계를 바탕으로 인정되는 추상적인 법적 지위였던 것이 당사자의 합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으로 전환됨으로써 비로소 독립한 재산적 권리로서 성질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당사자의 합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서 성립하기 전 과거의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재산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되었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우영우 변호사의 아빠는 영우가 성년이 되기까지, 즉 만 19세에 이르기 전날까지의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 그게 얼만데?
양육비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양육비 지급 의무자의 월 소득이다.
태수미 변호사는 소위 김앤장 같은 국내 1위의 로펌의 후계자이자 그 곳 대표변호사이다.
월 소득은 뭐 최소 몇 억은 아닐까?
일단, 2022년 기준 양육비 산정기준표를 보자.
양육비 산정기준표상의 최대 양육비가 월소득 1200만원까지에서 약 280만원이고, 양육비 지급의무자의 월 소득이 그 이상이라면 당연히 그만큼 지급할 양육비도 높아진다. 월 300만원으로만 잡아도 19년치의 양육비는 7억 가량이니까, 태수미 변호사의 재산과 소득에 따르면 청구할 수 있는 과거 양육비는 최소 10억 이상이지 않을까라고 추측해본다. 물론 실무에서는 여러 사정을 감안해 과거 양육비를 적당히 감액하는 편이다. 그러나 사실 우영우 케이스에선 엄마의 재력이 워낙 대단하고, 딸이 장애를 가졌다는 사정까지 있으므로 감액 없이 인정될 여지도 있다.
우영우와 아빠 같은 사람이 우리 사무실에 찾아온다면, 난 그렇게 자문해줄 것 같다.
"반강제성 미국행을 고민하지 말고, 인지청구와 함께 과거 양육비 청구를 해 보시죠. 그동안 고생하셨으니까요"
법과 법률적 권리, 의무를 중요시하는 우영우 변호사 역시 같은 사정을 가진 의뢰인에게 그렇게 자문해주지 않을까?
오랜만에 만난 좋은 법정 드라마를 보며, 이런 상상을 해보는 것이다.
나도 변호사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