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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라 Jul 27. 2023

[변호사의 서재] 모순 / 양귀자

매순간 모순된 선택과 과정과 결말을 마주하고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관하여


모순 / 양귀자


여름 휴정기(일년에 두번 있는, 2주간 법원에서 재판을 하지 않는 기간)다.

최근 모순되고 삐뚤어진 사람들로 인해 힘든 시간들을 보내야했고, 사실 아직도 힘들다.

어떤 사람들은 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준다.

그래서 휴정기에라도 많은 책을 읽으며 회복해보려 하고 있다.


20대 시절 가장 먼저 좋아하고, 작품을 찾아 읽어보게 되었던 작가가 양귀자 작가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재밌게 읽었고 기억에도 오래 남아 있던 ‘모순’을 십몇년만에 다시 읽었다. 요즘은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보고 있는 편인데, 좋다. 처음 읽었을 때와 다른 장면과 스토리와 느낌이 포착되기도 하고, 더 재밌게 술술 읽히기도 한다.      


같은 날 한 배에서 태어난 쌍둥이 자매이지만, 결혼과 동시에 정반대의 삶을 살아간다. 

반듯한  남편과 결혼해 부유하나 지루한 삶을 사는 동생과, 술에 취하면 집안 살림을 다 부수고 집을 나가 일년에 몇 번 겨우 집에 들어오는 방랑자 남편과 결혼해 억척같이 삶을 살아가는 언니. 그리고 소설의 주인공인 안진진은 불행하게도 쌍둥이 언니 쪽의 딸이다. 


그냥 보아서는 두 쌍둥이 자매의 인생 행로와 결말이 뻔할 것 같지만 또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어떤 자는 이미 틀이 정해져버린 인생 속에서 하고 싶은 것들조차 소녀처럼 꿈만 꾸며 살다 삶의 빛을 잃어가고, 다른 자는 꿈꾸는 것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삶을 살며 억척스럽게 생계를 꾸려 나가지만 그 생명력은 옅어지지 않는다. 둘은 남편도 자식들도, 평소 읽는 책과 듣는 음악도 다른 정반대의 삶이지만, 그 결말은 함부로 예측할 수 없다. 그렇게 모든 것이 모순이다. 우리가 늘 마주하는 일들이, 매일 마주하는 선택과 결말들이 모순이듯 말이다.      


역시 양귀자 작가님.

40대가 되어 다시 읽어보는 ‘모순’은 더욱 의미가 깊게 다가온다.

나의 인생 소설.


변호사의 책방 / 글 빚는 변호사 / 김세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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