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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라 Dec 19. 2023

옛 의뢰인과 마주쳤을 때 반갑게 인사할 수 있는 변호사

변호사 일상

저녁 일곱시 상담이 잡혔다. 

포스코에 근무하는 분인데 음주운전이 적발되어 수사 중이라고 한다.

그 분에게 나를 소개해 사무실까지 데려온 분은 3-4년 전 사건을 했던 옛 의뢰인이셨다.

상담실에 들어가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차00 씨~" 라고 부르고, 차00씨도 나를 보고 반갑게 웃으셨다.

데려온 친구분 상담을 해드리고 또 예전 사건할 때 이야기, 이후 근황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다.

예전 사건을 할 때 결과가 좋은 것도 있었고 아닌 것도 있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이렇게 다시 만났을 때 짜증나는 변호사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반갑게 웃을 수 있는, 친구의 사건도 소개하고 싶은 변호사로 그 분에게 남아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러고보니 어제 엘리베이터 앞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운동을 가려고 사무실을 나서는데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던 소녀가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우아~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이라고 했다. 몇 달전 미성년 후견인 사건을 잘 마무리 해 주었던 사건의  사건본인인 아이다. 두 자매의 후견인을 할머니로 선정해 주려고 만나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진술서도 초안을 잡아주고 했었다. 결국 사건 결과도 잘 마무리 되었고, 지진소송을 하러 왔다가 나와 마주친 것이다. 약간의 우울증도 앓은 적이 있었기에 요즘은 기분 좀 어떻냐 잘 지내냐 물으니, 종알종알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곧 쌍거풀 수술도 할거라고 자랑한다. 변호사님 덕분에 다 잘되었다고 고맙다고 생긋생긋 웃으며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참 기분 좋은 일이었다. 사건을 할 때 과정에서 잘 소통해서 처리해주고, 결과까지 좋으면 이렇게 좋은 기억으로 변호사를 기억해준다. 한참 뒤 길에서, 또는 어딘가에서 우연히 만나도 눈을 돌리고 못 본척 하는 것이 아니라 반갑게 웃으며 인사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사건 후 원망하고 힘들게 하는 의뢰인들도 있다. 교도소에서 협박 편지고 올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했던 많은 사건들의 의뢰인들은 나중에도 날 고맙게 기억하고 반갑게 맞이해 주는 것 같다.


계속 이런 변호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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