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아무 계획없이 마쓰야마 (3)

하이볼 한 잔의 밤

by 주유소의고양이
마쓰야마 도고온천 앞 스타벅스


짧은 2박 3일 여행의 마지막 밤이다.

딱히 특별한 무언가를 한 적은 없다.

그저 낯선 장소에서 나오는 묘한 에너지가 여행하고 있다는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마지막 밤은 역시 '하이볼'이지...


혼자 하는 여행이다 보니 바 테이블이 있는 술집을 기웃거리게 된다.

그러다 오전 돌아다니다 눈여겨봤던 '하시고'라는 바에 들어가게 되었다.


하얀 천막을 걷고 들어서니 50대쯤 되어 보이는 여성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주위를 둘러보니 현지인인 듯 매우 편하게 입은 내 또래의 남성 한분이 앉아있었다.

적당히 2자리 정도 건너서 자리에 앉았다.


일단,

"토리아에즈 하이보루 히또쯔 구다사이!"

(일단 하이볼 한잔 주세요!)

"스고이! 니혼고 죠즈데스."

(대단해! 일본어 잘하시네요.)


어설프게 일본어를 하면 칭찬을 많이 해준다.

사실 일본여행을 자주 다녀보고 싶다는 마음에, 잠깐 일본어를 취미 삼아 공부했던 적이 있다.

몇 달 정도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외우고, 기초 문법만 배운 뒤 때려치웠다.

그 짧은 시간의 공부가 지금 이 여행을 굉장히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사장님은 자기를 '미짱'이라고 소개하셨다.

본명이 따로 있지만 이렇게 불리기를 원하신다고 한다. 명함에 적혀 있는 이름을 부르자, 다시 한번 '미짱'이라고 불러달라고 하셨다.

물어보지 않았는데도 본인의 취미는 '모터사이클'이라고 하신다.

"멋있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본에서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각자 독특한 취미를 하나쯤은 꼭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다양성이 문화의 폭을 넓혀주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부럽게 느껴졌다.


일본식 오뎅과 하이볼


술이 한두 잔 들어가자 옆자리에 앉은 손님에게도 말을 걸어보았다.

본인은 수학교사라고 한다.

"와 머리가 좋으시네요!"

"아닙니다. 학교는 아니고 학원에서 선생님 하고 있습니다."

"학원 선생님이시면 돈 많이 버시겠네요."

"학원이 작아요."


중간중간 동네단골인 손님이 들어와서 담배 한 대와 술 한잔 간단히 마시고 나갔다.


사장님과 현지인 손님, 그리고 나는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 무슨 말을 했는지, 의미는 제대로 전달이 된 건지도 모르지만...


사장님은 내가 꽤 마음에 들었나 보다.

호텔에서 먹으라고 음식을 싸주셨다.

"프레젠또!"

히로시마풍의 오꼬노미야끼라고 한다.

'이곳은 정이 많구나...'


호텔로 돌아와 사장님이 싸주신 히로시마풍 오꼬노미야끼를 꺼냈다.

전자레인지에 돌려먹으니, 꽤 맛이 있었다.

뭔가 한국의 오징어 전 같기도 하고, 간장베이스의 스파게티 같은 느낌도 났다.

그 독특한 맛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제대로 된 히로시마풍 오꼬노미야끼는 어떤 맛일까?'

문득, '히로시마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히로시마풍의 오꼬노미야끼 오사카풍과는 스타일이 다르다.


다음 날 오전 일찍, 도고온천에 가보았다.

무더운 날씨 탓에 온천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고풍스러운 온천 건물과 골목길을 천천히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도고온천
도고온천 입구에 있는 시계탑. 정시에 시계탑이 움직이면서 인형이 연극을 한다.


뜨거운 여름의 마쓰야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그리고, 다음 여행지는 히로시마다.


꽤 아기자기한 전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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