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노력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왜 일어날까?
한 번씩 이리저리 SNS를 훑어보면서 이런저런 글들을 읽곤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눈에 밟힌 청각장애인에게 한 어떤 비장애인 상사의 언행.
잘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에게 잘 들으려고 노력을 해보라니?
문장을 읽고 순간적으로 내가 본 사실을 믿을 수 없어서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평소에 청각장애인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길래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과 그런 말을 한다는 것 모두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게 다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야."
요즘은 이런 말을 하면 소위 '꼰대'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현세대의 사람들에게 윗 세대의 사람들이 많이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겪었던 상황과 달리 현재의 상황들은 정말 개인의 노력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은 시대다. 시대적 상황이 이전과 많이 달라진 만큼 상사가 하는 그 말들은 좀처럼 공감을 얻지 못한 채 '꼰대'라는 단어로 치부되어 버린다.
개인의 노력으로도 바꿀 수 없는 상황임에도 이 모든 것이 당신의 노력이 부족하여서 그렇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의 상황과 기준만 생각하고 그렇게 말한다.
그간의 경험들로 비춰보았을 때, 이런 말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희한하게도 무작정 일을 던져주고 알아서 해내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확한 방법을 가르쳐 주지도 않은 채 알아서 하라고 해놓고 잘 해내지 못하면 왜 못하냐고 질책하면서 이해하지 못하고 답답해하는 그런 사람들.
이들은 저마다 다른 사람들의 기준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이 겪어온 상황만 이해하고 자신의 기준만이 정답이라고 정해놓고 타인을 바라보며 그들에게 자신의 생각이 담긴 말을 던지면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힌다.
'노력'의 사전적 정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몸과 마음을 다하는 것이다.
요즘처럼 물가가 미친 듯이 오르는 시대, 집을 사기 위해서 돈을 열심히 모은들 지난날 3억이었던 집이 어느새 6억으로 올라버려서 자기 집 한 채 마련하기 힘들어하는 청춘들에게 그저 몸과 마음을 다하여 노력을 하면 된다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적어도 노력을 했을 때 그 노력에 맞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청각장애인에게 들으려고 노력하라는 말도 그렇다.
사람들은 저마다 들을 수 있는 기준이 다르다. 비장애인임에도 어느 누군가는 작은 소리를 무척 잘 듣는 반면 누군가는 큰 소리에도 둔감한 경우도 있다. 비장애인조차도 잘 들을 수도 있고 잘 듣지 못할 수도 있는데, 하물며 청각장애인은 어떻겠는가? 그들이 아무리 보조기기를 사용한다 한들 청각장애인이 들을 수 있는 것에는 어떻게 하든 신체적으로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들이 가진 신체적인 한계를 비장애인인 자신의 기준에 맞춰 그저 너의 몸과 마음을 다하여 노력하면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동그라미로 된 틀에 네모난 장난감을 꾸역꾸역 억지로 끼워 맞추라는 것과 같다.
"나는 하는데 너는 왜 못하니?"라고 강요하는 것,
강요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한 채 바라보는 차별의 시선에서 나온 또 다른 폭력이다.
윗세대가 하는 말들이 꼰대로 치부되면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갈등의 골이 깊어지거나,
저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서로 존중할 줄 아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진정 어른으로 성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
노력이 부족하다는 말처럼 자신의 시선과 기준을 가득 담은 강요는 누군가에게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박힐 수 있음을 깨닫는 사람, 노력을 강요하기 이전에 노력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었는지 먼저 되돌아보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노력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어른이라 생각한다.
나를 알고 상대를 알 때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가 동등한 위치에서 일할 수 있는지를 고민할 때, 상대에게 맞추라고 말하지만 말고 서로 맞추기 위해서 노력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직장 내 차별이나 이런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듣는 것에 대해서 노력을 강요하는 말을 들은 누군가처럼 청각장애인으로 살면 이런 다양한 차별의 시선과 언어들을 마주해야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런 부류의 인간과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을 때, 그런 말을 들었다는 이유로 당신이 의기소침해지지 않기를 바란다.
"맞아 귀가 안 들리는 것은 내 탓이니까 내가 더 노력해야 해"라고 생각하며 불합리한 상황에 상처받고 깊이 숨어드는 나약한 당신이 아니라,
"저는 잘 안 들리니까 적어주세요"
"이보다 더 잘 들으라고 노력을 하라고요? 저한테 하시는 말씀이신 거예요?"
"당신이 나와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 나의 시선을 맞추며 또박또박하게 말씀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말하며 그들 스스로의 잘못을 깨달을 수 있게 하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물론, 직장 내 상하관계라는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 그리고 사회적 약자로서 이 같은 용기를 쉽게 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그런 말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당신의 마음과 생각만큼은 당신의 부족함을 탓하며 세상과 당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무지함으로 인해 차별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것을 가엾게 여기는 건 어떨까.
차별과 강요가 난무하고 당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이들이 많을지라도 세상 어느 누구라도 당신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음을 기억하자. 그들로부터 날아오는 수많은 화살들은 당신이 거부하면 그것은 당신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다. 그저 그들이 허공에 쏘아 올리는 망발일 뿐.
세상에 걸려 넘어지기보다는 세상을 이기는, 스스로를 지키는 강한 당신이 되기를 바란다.
당신이 부딪힐 수많은 벽 앞에서 당신의 곁에는 그 벽을 함께 밀어내는 우리가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