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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카 Feb 16. 2023

Deaf, so what?

어머, 수화를 할 줄 몰라서 어떡해요?

'어머, 귀가 안 들려서 어떡해요?'


내 사람이 새로운 가족이 되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친척이 넌지시 그런 말을 했다고 친정엄마를 통해서 전해 들었다. 당시 친정엄마는 그래도 입모양 보면서 다 알아듣노라 대답을 했다고 하지만 내가 없는 자리에서 그렇게 예의 없는 질문을 했다는 것이 상당히 불쾌했다.


정말 그 말이 상대를 진심으로 걱정해서 하는 말이었을까?

그런 말을 당사자 앞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었을까?


잘 들리지 않았고, 완전히 들리지 않았다가, 다시 듣기 시작한 나의 성장과정을 멀리서나마 지켜봤기에 나와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아는 사람임이 자명할 텐데, 그럼에도 그런 말을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그리고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사람을 향해 그렇게 표현했다는 것은 어떻게 이 사람을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순수한 궁금증을 담은 질문이 아니라, 그 말속의 깊은 기저에 '적어도 나는 당신처럼 듣지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야.'라는 오만함이 뚝뚝 흘러나오는 것을 숨긴 채 한 말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잘 느껴졌다.


만약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나는 감히 그에게 이렇게 질문하고 싶다.


'어머, 수화할 줄 몰라서 어떡해요?'




병원 진료를 위해서 수어 통역사를 기다리는 청각장애인 환자에게 '당신이 말을 하지 못해서 통역사를 부른 것이냐?'라는 의사의 질문에 청각장애인은 의사를 한참 바라보다 어깨를 으쓱하며 '당신이 수화를 할 줄 모르니까 통역사를 불렀다.'라고 대답했다는 일화.


나는 이 이야기가 청각장애인으로서, 농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너무 잘 나타내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청각장애인(이하 농인)에게는 눈이 있고, 손이 있고, 손으로 말을 전하는 수어가 있다.


비장애인들에게는 서로 소통을 하기 위해서 입과 귀를 사용하는 음성언어가 있다면, 농인들은 손과 눈을 사용하는 보이는 언어인 수어를 사용하여 의사소통을 한다. 농인은 못 듣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는 언어를 사용할 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국인을 만나면 본인이 외국어를 할 줄 몰라서 걱정하지, 외국인이 한국어를 할 줄 모른다고 걱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당신은 듣지 못하는 상대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상대와 소통하기 위해서 준비되지 않은 스스로를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농인을 자신과 '틀린' 사람으로 보지 않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임을, 상대를 동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두 눈과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야 말로 장애로 인한 차별없이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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