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 말고 톡! 해주세요

농인을 부르는 방법

by 리카

우리는 대체로 멀리 있는 사람들을 부를 때면 크게 소리 내어 그 사람의 이름을 외친다.

하지만 농인들을 부를 때는 아무리 목소리를 크게 해도 부를 수 없다. 그들을 부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애타게 불러도 돌아보지 않는 농인들이 당신을 바라보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청인들은 농인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서 종종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첫 번째, 농인의 어깨를 친다.

들리지 않는 농인의 곁까지 걸어가서 그들이 당신을 볼 수 있도록 어깨를 치는 것까지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다만, 어떤 이들은 반가운 마음이 들어서 혹은 너무 답답한 마음에 농인들의 어깨를 '톡!'이 아니라 '퍽!'으로 친다.


만약 당신이 무언가에 골똘히 집중하고 있을 때, 갑자기 둔탁하고 낯선 손길이 날아든다면 반갑겠는가? 맞을 이유가 없는데 갑자기 맞는 기분은 꽤나 불쾌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농인을 부를 때는 당신이 곁에 다가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살며시 손 끝으로 톡 쳐주는 것이 좋다.


두 번째, 물건을 던진다.

농인이 너무 멀리 있어서 당신이 직접 다가갈 수 없을 때, 어떻게든 불러야 하는데 방법이 없을 때 간혹 어떤 이들은 농인들에게 가벼운 물체를 던지곤 한다. 아무리 가벼운 물건이라 할지라도 뜬금없이 날아오는 물건을 반기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그 상대가 누구라도 소중하게 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농인의 곁에 가만히 서서 기다린다.

농인들이 영상통화를 하거나 어떤 일을 굉장히 집중해서 하고 있을 때, 차마 그 뜨거운 열기를 방해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왠지 그들을 쳐서 부르려니 굉장히 실례가 되는 것 같아서 옆에서 우두커니 그의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가 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면 사람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장면이 있다. 분명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았는데 뒤돌아 보았을 때, 새하얀 옷을 입고 새까맣게 긴 머리를 늘어트린 누군가가 코앞에 나타났을 때다. 이렇게까지 놀라는 것에는 하얀 옷과 까만 머리카락이 소름 끼치게 무서워서인 것도 있겠지만 '아무 소리 없이' 나타났다는 것이 한 몫할 것이다. 이처럼 농인들이 무언가에 열중하다가 갑자기 시선을 돌렸을 때 당신이 서 있다면, 농인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까지 농인들을 부를 때 종종 하는 실수들을 함께 짚어보았다. 그렇다면 농인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그들을 부를 수 있는 방법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 번째, 살며시 톡 건드리기.

앞서 언급하였듯이 농인들을 부를 때는 곁으로 다가가서 톡 하고 손대면 터질 봉선화를 만지듯이 살며시 건드려야 한다. 그럼 그들은 당신이 곁에 왔다는 사실을 인지함으로써 당신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릴 것이다.


두 번째, 눈앞에서 손 흔들기.

왠지 누군가의 몸을 터치하는 것이 꺼려진다면 그들의 눈앞에서 손짓을 휘적거려 보는 것도 좋다.

저만치 멀리서 다가오는 기차를 향해서 안전봉을 흔드는 기관사처럼, 당신도 농인들의 눈앞에 손을 살며시 휘저어준다면 터치 없이도 농인들을 부를 수 있다.


세 번째, 불빛 이용하기.

혹시나 몸이 불편하거나 두 발이 꽁꽁 묶인 상황이라서 농인들 곁으로 다가갈 수 없다면?

물건을 던지지 말고 휴대전화 손전등 불빛을 그들 쪽으로 비추거나 혹은 근처에 전등스위치가 있다면 불을 껐다 켜도 괜찮다. 다만 이 방법의 경우, 갑자기 불빛이 시야를 가려서 위험해지거나 하는 일에 방해가 된다면 농인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해야 한다.


즉, 농인들을 부르기 위해서는 강하게 상대방을 치거나, 물건을 던지거나, 우두커니 서있는 방법처럼 빠르게 다가가기보다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살며시 다가가서 나의 존재를 농인에게 알리는 것이 훨씬 더 나은 방법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보다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먼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농문화를 차츰 알아가면서 농인들을 대하는 에티켓들을 하나씩 쌓아 올려가다 보면, 우리들의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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