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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가 휘파람 Jun 17. 2016

하오의 연정 오드리 햅번 게리 쿠퍼

영화 리뷰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달콤함으로 시작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얼마나 달콤하냐면

바라만 보아도 눈웃음 

입가에 초승달이 걸리는

해맑고 

순박하며

찬란하기 그지없는 영화인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영화가

오래전 흑백의 세상을 물들인

칼라보다 찬란한 사랑의 이야기로 물듭니다


바로

'하오의 연정'입니다


어쩌면 '우디 앨런'의 '로마 위드 러브'가 이 영화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인 것입니다


'케리 쿠퍼'

'오드리 햅번'

이 얼마나 익숙하고 낯익으며 가슴 설레던 이름이던가요


'오드리' 맑간 얼굴 갸름한 턱선 유리알처럼 해맑은 눈동자

청순하고 상큼하며 발랄한 170cm의 그 이름

'햅번'


그런 그리움을 가득 담았던 라디오 영화음악 시간이면 

DJ의 차분하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하오의 연정'을 이야기하고

그다음이면 아리따운 모습을 상상하며 듣던 'Fascination'이  

아직도 귀에 애잔합니다


그리움 아득하게 받아 담은 '하오의 연정'을

이제 내 인생 중반에 음미하듯 바라다봅니다


지금 

그녀는 어디에 있을까요

나의 사랑 '오드리'는


24 꽃 같은 나이에 '로마의 휴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가슴에 안은 여우

연기생활을 은퇴한 이후엔 유니세프 어린이를 위한 대사를 맡았던

가녀린 외모에 강인한 영혼을 지닌 배우 '오드리'


사랑에 빠진 눈동자란 이런 걸까요?

순박하고 순결하며 상큼하고 

깔끔한 눈동자가 향하는 호기심?


돌아선 두 남녀의 입가엔 꽃이 피었습니다

행복이 놀란 토끼눈처럼 활짝 열렸고

가슴엔 설렘이 함박눈처럼 쏟아져 내립니다


처음엔 솔직히 그랬습니다

촌스럽다

너무 인위적이다

어쩌면 질투였는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며

그녀의 눈길을 받는 그에게로


고독한 시간보다는

보드라운 감성의 시간으로 침잠하는 순간의

감미로움이 얼마나 그럴듯한가요?


시간의 황당하고

무디며

고달프고

군중 속 고독에 스미는 어색함보다는

보드라운 눈길

부드러운 터치

간지러운 목소리와

사랑스러운 농담이 새처럼 지저귀는 풍만한

간지러움이 얼마나 상큼한 희열이며

망각이던가요


"떠날 것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행동해야 한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사랑에 빠지면 달아나게 되고

또 다른 사랑을 찾게 된다"


영화 속 대사가 여느 날과 다르게 차갑게 다가옵니다

샴페인에 취하는데

음악은 계속  흐르고

눈동자는 

자꾸만 나를 끌어당깁니다


꿈결 같은 시간은

그야말로 

허망하게 깨어버린 꿈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사랑의 뜨거움에 데인 상처처럼

사랑은 차갑게 떠나고

남아있는 가슴은

공허하고 허전합니다


그래서 사랑일까요?

그런 걸 부를 때 사랑이라 하는 걸까요?


이별에 남겨진 

말라버린 한 송이 꽃

거기에 모든 것이 살았는 듯 마른 향이 텅 빈 가슴을

에워쌉니다.


"이별을 전제로 하면 아무도 상처받지 않지"

글쎄

그토록 순박한 눈웃음에 스민 사랑의 마법이

번득이고 있음에

흔들리는 가슴이 혼란에 빠지는 바람둥이의 애타는

질투를 어쩌란 말인가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패라던가요?

사랑에도 천적의 관계가 존재하더란 말인가요?


제대로 걸렸다거나

임자를 만났다는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겠지요!


하오의 연정?

말괄량이 소녀의

바람둥이 길들이기?


쫑알쫑알 거침없이 쏟아대는 허풍엔

바람둥이마저 겁을 먹고 심지어는 사랑의 열병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천연덕스럽고 사랑스러우며 천진난만한 소녀 같은 그녀가

이렇게 심술궂게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렸습니다

이럴 순 없는 일인데 더구나 숱한 바람둥이 도사에겐

그녀의 능청스러운 허풍은 언뜻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1994)'에서

휴 그랜트 앞에서 연예 전력을 뽐내는 앤디 맥도웰이 

패러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비슷합니다


'빌리 와일더' 영화를 보다가 배꼽 빠지지 않은 적 있던가요?

크하하하하


그야말로 후련하지 않던가요?

이 얼마나 황당한 세상의 비애를 활짝 핀 웃음을 한껏 부풀려주는 

삶의 달콤 사탕이더란 말인가요


바라보는 시선이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인생은 그런 겁니다

삶이란 그렇습니다

사랑이기에

우리 아리따운 꽃 같은 인생이기에

지금 이 순간이며 

우리 둘 그리고 또 하나의 시간이어서






2016

휘파람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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