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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가 휘파람 Jul 09. 2016

그리움 풀잎처럼 춤추는 영화 대부 1

파도 같은 세월이 물거품처럼 밀려온다





그리움이 풀잎처럼 춤을 추고

파도 같은 세월이 물거품 되어 하얗게 밀려온다.

대부1. 




"난 울었소.

왜 그랬겠소?

그 애는 나의 전부였소!"


많이 안됐고

마음이 아프지만

그런 문제를 의논하고자 하려면

그런 문제에 대한 도움이 필요하다면

그간의 관계, 세월로 이루어진

아픔과 기쁨이 낮과 밤이 번갈아가듯

서로 지간에 얼룩진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대부!

언제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인지 모른다.

간혹 부분을 잠깐 본 적도 있기는 하지만

아직 대부를 다 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이 위대한 작품을 감상하고자 하는 것이다.


삶의 연륜이 그네들만큼 들어왔고

나의 삶 또한 농염하게 익어 이제는 신맛이 날 지경이니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누구나 찾아와 의뢰를 하고

부탁하며

문제 해결을 바라지만,

거기엔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대부라 불러야 하고 의리가 있어야 하며 

관계의 매끄러움이 서려야 하는 것이다.


대규모의 잔치에 서면 온통 축제의 열기 뜨겁고

사람들은 들뜨게 마련이며 그것을 바라보는 이들은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한발 물러서거나 하나하나 개개인의 처지로 돌아가 보면

거대한 축제의 열기 사이사이 틈새로 난 빈 공간처럼

사람들의 마음엔 고독이 드리웠고,

쓸쓸함이 스몄으며 차분하리만치 가라앉은 고요가 맴도는 것이다.

언뜻 마주치는 눈길마다엔 웃음꽃이 피고 한층 높은 목소리에

흥분한 듯 흥겨운 분위이지만 잠시간 눈길과 발걸음이 잦아들고 나면 

이내 한적한 들길처럼 머쓱해지곤 한다.


웃음 눈물 그리고 자랑거리들

보이지 않는 그늘에서 움직이며 밝음을 조종하는 무리들

조금씩 한 클릭씩 이동하며 고요하게 잡아당기는 기운이

환한 웃음과 어두운 눈물 사이로 지하수가 흐르듯

까마득히 차가워진다.


그토록 드센 아비조차

아들 앞에선 순한 양이 되고 허연 이빨을 감추고선

따스한 털을 꺼내어 자식을 토닥인다.

다 큰 자식임에도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던가.


머리는 기름에 잘 재워졌고

양복을 근사하게 차려입은 아빠와

결혼하는 딸이 춤을 춘다.

영원할 것처럼 보이던 바위를 핥아먹은 파랑 세월이 

파도처럼 흘렀고

물결치는 파도 같은 세월이 물거품 되어 하얗게 밀려온다.


처량하고

찬란하며

외로운 선율이 가슴을 안개처럼 에워싸며

사연 많은 삶의 한 귀퉁이를 울린다.

그렇게 세월이 이어왔고 그리움을 이어놓은 뭉게구름처럼

비를 뿌리고 햇살을 웃게 하며 사람들을

송이송이 눈꽃송이 솜털 구름처럼 달콤하게 씁쓸하게 띄워놓았다.

하얀 그리움에 지친 검은 그림자처럼.


나아가고 멈춰 서고 

순간순간 휘몰아치듯 불어 닥치는 돌개바람을

다룰 수는 없어도 이용은 할 줄은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말귀를 잘 알아들어야 하며 심중을 파악해야 하고

머릿속의 것들을 깊숙이 담아둘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어릴 적엔 도박을 싫어했지만,

세월이 먼지처럼 흙바람이 부는 길을 한참 걷다 보니

어차피 생이라는 것이 도박판이었음을 깨닫는다.

흙먼지가 일어나면 잠시 보이지 않게 되지만 금방

훤해지고 만다. 세상은 도박이지만 그 도박에도

순서가 있고 경우가 있더라는 것이다.


순식간 몰아닥친 검푸른 파도에 씻긴 모래 알갱이처럼

흐트러진 채로 산산이 부서져 끊기어 밀려온 미역줄기처럼

처연히 휩쓸려 멀어진다.

삶이란 것이 한낮 시들은 풀잎처럼 널브러진다.


불현 사라지는 것들은 환상이었던가!

꿈이었던가!

가고 나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생생함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기에

실감 나지 않는 것들이 빛에 깃든 어둠처럼 혼란스러운데

그것이 일상이며 현실인 것이었다.


만남은 꿀처럼 달콤하고 이별은 커피처럼 쓰다

그런 삶이 춤을 추는 걸 우리는 현실이라 부른다.


운명은 스스로 다가오질 않는다.

뭔가를 하려 하는 의욕과 욕구 그러한 마음이 이끄는 대로 

꿋꿋이 걸어나가는 발걸음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긴박한 순간조차 대담하리만치 반짝이듯 번득이는 침착함이 

기회를 만들고 미래를 밝게 비춘다.

그러니 순간의 두려움 앞에 호들갑을 떨기보다는

담담하게 생각하고 판단하여 위기의 삶을 구해야 한다.

빛으로 나아가 자신의 길을 굳게 만들어야 한다.


네온사인 반짝이는 'BROADWAY BAR' 

서체와 분위기와 조명까지 어쩌면 저리 현대적일까!

깔끔하고 차분하며 도도하고 미학적이다.

그 거리의 밤길을 거닐고 싶다 하얀 밤이 까맣게 빛나는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별의별 일들이 들이닥치고 빠져나가며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것처럼 황량한 듯 정신없는 날들의

연속이다. 그러다 보면 쉬이 잊어버려야 할 것이 있고

그러지 말아야 할 것들이 즐비하지만, 그게 그렇듯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이며, 흔들리는 삶이고

쉬이 뽑히지 않는 뿌리처럼 옮겨지지 않는다.


대부라는 영화는 니체의 말처럼 '너무나 인간적'이며 

대단히 그윽한 영화이다. 향기롭고 찬연하며 화사하기까지 하다.

삶을 살아감이 이와 같으니 그 무얼 또 읊조릴까!


원칙이 있어서 삶은 흐느끼듯 아파도 자릴 잡는다.

가만 날아와 가벼운 몸짓으로 자그마한 물방울?

이슬에 감싸인 씨앗이 뿌리를 내려 가만가만 일어서는 

거대한 몸뚱이처럼.


기만이란 이런 걸까?

일을 저지르고 

되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선

다만 비즈니스 사업이라며 협상을 요구한다.

그러니 더 큰 일을 저지르고선 도망한다. 아주 먼 곳으로

세월을 등에 지고 세월을 들이마신다.

삶이란 가끔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 비틀거릴 때가 있다.

안개가 앞을 가려도 이미 알고 있는 길이기에 더듬어 찾아가듯

길을 아는 혜안을 품은 자만이 차가운 미래를 움켜쥘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길이 전혀 멀기만 하고 꿈같은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그 길이 어디이며 어디로 가는가는 이미 어린아이면 익히 

알 수 있는 수준일 뿐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이 길인지 혹은 자신의 것인지 아닌지를 잡아채고 움켜쥘 줄 아는 

능력의 차이에 있다.

하찮은 듯 심오하며 일상을 좌우하는 열쇠라는 건 어쩌면 운명에 속한 것인지도 모른다.


가족 우정 그리고 사랑 

가정이든 국가든 개인이든 삶에 역사가 있고 철학이 있으며

의리와 정 격식과 예 인간 사이의 이만큼의 거리와

그만큼의 다가섬을 안다면 그 길에 드리운 것들은 

아스라한 별처럼 찬란히 동경하는 아련함이 둘러칠 것이다.


'범죄가 비극적인 이유는 사람들의 삶을 위험하게 만들기 때문이 

아니라 거주지와 공동체 같은 공적 공간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J. F. Kennedy


왜 모르는 걸까!

그것이란 도대체 

알 수 없는 것들이란 걸!

힘으로는 

무기로는 

공갈 협박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란 걸!

칼은 칼을 부르고 총은 총을 부르는 걸!

영원히 이어지는 불안과 분노의 광기뿐이란 걸!


묵직하게 내리누르는 사내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내면을 훑고 지난다.


바람이 고요한지

바삭이는 풀잎 옅은 소리가 내면을 긁어댄다.


굽어져 가는 시간의 동굴에서

기대한 것들과 어그러져 눈에 보이는 현실이

자꾸만 탐탁지 않다.

더듬질을 하듯 물끄러미 그간의

바람 꿈 되어야 할 플랜들을 

조심스레 끄집어내 보인다.

아쉬운 것들을

너무나 안타까운 것들을

보고파 부서지는 그리움의 메마름을


햇살이 쏟아지는 화창한 날

토마토 밭에서 손자와 재미난 놀이를 하며

토마토 짙은 향기가 가슴에 가득 차오를 무렵

안녕을 한다.

그 세월 눈에 아른거리는 온갖 것들이

이별인지 만남인지 아득한 시간의 혼란스러움조차

가지런히 모아두곤 영원으로 이르는 정적의 침묵에 휩싸인다.


언제나 그렇듯 이별은 한낮의 태양처럼 창백하고

그리움은 풀잎처럼 춤을 추며

이별은 아침 이슬처럼 철이 없고

보고픔은 온 천하를 감동으로 물들이는 노을처럼 처량하지


마음은 노래를 부르고

영혼은 춤을 추며

몸은 넋을 잃고 흥에 젖어든다.


정성이 영화를 만든다.

하얀 그리움으로 조심스레 다가서듯

창백한 아픔에 하나의 상실을 어루만지듯

존재는

하나의 그리움을 타고 흘러

찬란한 빛을 품어 어둠 속으로

영원히 사라진다.

명작의 탄생이다.


분노를 조절하는 창백한 머뭇거림

흔들리듯 풀잎에도 모르게 다가서는 야트막한 겸손

인사하듯 그리움으로 기어가는 어리석음에서

삶의 참맛이 흐느끼는 연정이 혼란스러운 영광이

삐죽 고개를 내어민다.


명작이란 이런 걸까? 대부는 그렇게 심장으로 곧장 달려든다. 


준비는 치밀했고 

기회는 적당했으며

사위는 지극히 조용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낮과 밤이 오는 줄도 모르게 잊힌 것이 

와락 가슴을 끌어안듯

선명해진다.

삶은 저절로 흘러가는 것만은 아닌 것이다.


그러고 보니 세상 물정 모르는 하룻강아지 같은 젊은이가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

언제 수긍해야 하고 그러지 말아야 하는가를 알고 있다.

그것이 영웅의 길과 평범한 자의 길을 구분하는

잣대라 할 것이다.


닿을 듯 닿지 않는 바람이 후광처럼 떠오르며 사위를 비춘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말론 브란도

알파치노

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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