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걸이 된 만남과 이별이라는 일상
기쁨도
부귀영화도
청춘이랑 강물도
쏜살처럼 흘러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걸
이별이라는 고통이 남긴 보고픔은
도무지
흘러갈 줄을 모른다.
안개처럼 드리우고
잎사귀처럼 나풀거리며
입김처럼 눈앞에 아른거릴 뿐
언제까지나 곁에 남아 떠날 줄을 모르는구나!
제주의 바다엔 밀물과 썰물 차가 크지 않아도
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을 만큼 물이 맑지만,
서해의 그것은 뿌연 물이기에 속이 뵈지는 않지만, 한나절
물이 썰고 나면 수백만 평의 갯벌이 드러나, 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단다. 그러고 보면 신의 섭리라는 것이, 얼마나
섬세하고 공평하며 꼼꼼한 것인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란다.
잊기 위한 간절함일까?
도망치기 위한 애절함이었을까?
상실의 저편에 갈구하는 간절함이 빗은 누군가에게든 해야 할 하소연
그러던 어느 날 다가온 목소리 하나
통화가 이어지며 우려와 공감과 위안이 두루 뭉실
바위를 감싸고 앉은 해무처럼 주위를 어슬렁거린단다.
만남과 사랑 그리고
이별
그 후에 들려오는 좋지 못한 사실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듯 허우적거리며
방황하는 손아귀를 잡아주는
고결한 손길
아마도
삶이란
이런 것들의 고만고만한 이야기들이
호들갑스럽게 출렁이는 것인가 보다
한 바가지 걷어낸 바닷물이 흔적 없이 순식간에 채워지고 말듯,
외로움 고독 이별 그리움과 보고픔으로 떨어져 나간 한쪽은
반드시 채워져야 한다.
영화는 묘하고 신비로우며 생략과 함축 은유와 단절이
도드라진다.
그래서 아는 듯 모르게 되고, 모르는 듯 깨닫게 되는 시처럼,
운명과 인연은 신기루처럼 다가와 안개처럼 사라지고
성큼 다가서다간 썰물처럼 사라지고 만다.
나는 안다. 이별의 아픔이 무엇인가를!
그 무엇을 해도 풀어지지도 잊히지도 사그라지지도 않는
악몽 같은 비련의 서글픈 고통을!
십 년이 지나고 이십 년이 지나도, 그리움과
보고픔이 떠오르는 횟수는 적어질지라도
고통과 서러움은 눈곱만큼도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을!
물끄러미 사색인 듯 무표정인 듯 그윽한 멋스러움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제이크 질렌할의 표정 연기가 알쏭달쏭 오묘하고,
상큼 발랄 뜬금없는 나오미 왓츠의 연기가 깜찍하며,
진지하며 세련된 크리스 쿠퍼의 연기는 함축적이고 심오하다.
세상 모든 사람과 일들을 있는 그대로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누군가를 고치려들고 상황을 맞추려 안달하기보다는
고스란히 받아들여 포용할 수 있다면..,
이별 앞에 존재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실상을 풀어헤치고 싶어 한다.
얼룩처럼 남겨진 갑갑하고 불쾌한 것을 떨어내려 애쓴다.
한번 내려간 계곡물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떠나는 듯 다가서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바다 같은 품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에게 영원한 이별이 발 디딜 곳은 없을지도 모른다.
멀어짐과 다가섬은 어쩌면 세상을 담을 만큼 거대한 마음을
품는 것인지도 모른다.
탈출은 또 다른 등장이고 입장이며 파괴이다.
눈동자
칠흑처럼 검은 눈동자가 촉촉하게 빛납니다.
어둠 속 아주 옅은 빛으로도 하염없이 빛이 납니다.
검은 진주처럼 공허처럼, 하얀 그리움에 지친 새카만 눈동자 사슴처럼..,
철옹성처럼 무너지지 않을 위압감으로 떡하니 버티고선
거대한 일상의 동아줄과 벽과 막막함!
그럴 때면 거대한 괴물과 맞서 해머를 들고선 부수고 허물고
산산이 조각내 버린다.
슬픔에 웃음을 덧씌운다.
다신 돌아오지 않을 냇물을 만들어
처량하고 숨 막히는 그리움을 순리인 냥 떠밀어버리고 싶다.
사랑의 한쪽이 떨어져 나간 온갖 추억이 가득 차 버린 집을
채운 그리움과 보고픔이 허깨비처럼 들어 차
숨조차 쉴 수 없는 고통으로 변해버린다
돌아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있다.
다가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도 있다.
멀어질 때가 되었는데도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
인생길에는, 우리 운명이라는 테두리 안에는,
도저히 어쩌지 못하는 것들로 둘러싸여 있다.
이별은 하나의 게임이다.
허물어지지 않는 어여쁜 추억으로 풍만한,
보고픈 그리움을 허물어뜨려야만 하는 조금은 야만적이고,
미개하며 원시적인 사랑 마무리를 위한 가위 바위 보처럼.
서넛 몰려다닐 때 객기에 휩싸여 온 세상을 가진 듯
거들먹거리고 허풍을 떨지만, 잠시 후 혼자되었을 때의
어눌함과 어색함과 보잘것없는 고독에 휩싸인 존재의
끙끙거림이 안쓰럽기만 하다
우린 누구인가
자네는 어떠한가?
시간 앞에
존재 앞에
그리고 갑자기 찾아든 사별을
어떤 모습으로 맞이하려는가!
시간은 한가롭고 바람은 청아한데
그대 가슴만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 순간에!
매일을 함께이며
오늘도 함께이지만
모르고 알려하지 않으며
타성에 젖은 낙엽처럼 살아간다.
잠시간의 사색
약간의 배려 같은 생각조차 없이
그런 텅 빈 허깨비 같은 삶이기에
이별 앞에서조차 덤덤하고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헤쳐 나가야 하는가조차 모른다.
물론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
추스르고 간추릴 겨를이 어디 있을까마는!
그래서 운명은 가혹하고 견디기 힘겨우며 차갑고 매정하다
너무나 평온하기에 진절머리가 날만큼 고통조차 느낄 새도 없는 한순간이기에,
가슴을 베인 듯 눈만 껌뻑이며 차라리 외면하고 싶어 진다.
대대손손 이어져온 격식 의식 형식이 모두 망가져버린 도시 한복판에서
길을 잃고 처연하게 망가지는 삶이
색깔조차 빼앗긴 채 나뒹굴고 있는 마른 낙엽처럼 처연하다.
곁에 기대어 하소연하고 위로하고 위안을 받으며 부대낄
이웃 하나 없는 처량하고 고독한 신세!
마을이 사라지고!
이웃이 존재하지 않는!
황량하고 처량하며 막막하고 황야를 배회하는 무리를 떠난
늑대처럼, 울부짖을 텅 빈 하늘조차 없이 메말라 부서진다.
곁에 사람들엔 다가서지도 못한 채
어디 멀리서나마 위안을 찾아 헤맨다
가까움은 멀어지고
멀어짐이 가까워진다
너무도 모르는 너무나 먼 불특정 누군가로부터
부자연스러운 위로를 구걸하며
수렁에 빠져드는 야수 텅 빈 허수아비인 양
표정 없는 인형의 눈동자 메마른 감정에
위안이랍시고 흐느끼는 존재의 비애가 먹먹해진다
본질로서 조금은 억지스럽게 과장된 영화적 요소에
실소하면서도 가슴 한 자락 무거워 어깨에 기운이 쏙 빠지는 건,
허물어지는 따스한 온기를 지닌 고향조차 지니지 못한,
산부인과의 삶, 배를 갈라낸 삶,
차가운 냉동실에 보존된 존재의 현실과 미래가 가물거리는
허탕 같은 당혹인가도 모른다.
어둠 한구석에 가물거리듯 얼추 들리는 듯 메아리처럼,
공허만이 허깨비처럼 나뒹군다.
데몰리션 (Demolition, 2015)
감독 - 장 마크 발레
출연 - 제이크 질렌할, 나오미 왓츠, 크리스 쿠퍼 <청소년 관람불가>
운명 앞에 마주한 이별은
너를 가슴속으로 끌어당기고
그런 숙명은 아픔과 고통과 분노로 인정하지 않는 현실에
숨조차 쉬기 어려웠지만,
내 안에 하나 된 네가 달려와 지지않는 꽃으로 안겨
너의 입술에 닿은 영혼은
사랑이고 희열이며 설렘인걸!
우리 둘 사랑은 이제 시작이고 영원인걸!
그늘을 나와 햇살에 뛰어노는 사랑처럼
너는 나의 햇살이었고
잠시 떨어지고 나면
나의 그리움은 온통 너에 대한 보고픔으로
차오른단다.
떠올려 하얀 미소가 되고
웃음꽃이 되고
설레는 맘은 파도처럼 출렁이며
해바라기처럼 네게로만 향하는 순간이 얼마나
큰 행복이며 기쁨이던지
널 떠올리면 온 세상은 향기로움으로 가득 차고
네가 곁에 있으면 온 세상은 부엌의 달그락 소리처럼
평화로움이 되고
네가 다가오는 순간 눈을 감으면 나의 어둠은
뽀얗고 싱그러운 너로 차올라 눈이 부실 지경인걸
그거 아니?
너, 그냥 너 하나만이, 온 세상보다 위대하고
천하의 모든 꽃보다 탐스럽고
금은보화 부럽지 않은 부유함이랑 영원에 이르는 희열에
어쩔 줄 모르는 기쁨으로 넘실거리는걸!
휘파람
2016
07